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3일 오후 도쿄 아카사카 영빈관에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회담한 뒤 임한 기자회견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도쿄/AFP 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3일 오후 도쿄 아카사카 영빈관에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회담한 뒤 임한 기자회견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도쿄/AFP 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대만 유사사태가 발생할 경우 ‘미국이 군사적으로 관여하겠다’고 답했다. 중국과 대립을 피하기 위해 대만 방어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는 ‘전략적 모호성’ 원칙에서 조금씩 벗어나는 모습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23일 오후 도쿄 아카사카 영빈관에서 미-일 정상회담을 마치고 임한 기자회견에서 중국이 대만을 군사적으로 공격할 경우를 뜻하는 ‘대만 유사사태가 발생할 경우 미국이 군사적으로 관여(commitment)하겠냐’는 질문이 “그렇다(Yes), 그게 우리의 약속”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미국은 중국이 대만을 공격할 경우 군사적으로 개입할지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는 ‘전략적 모호성’ 원칙을 유지해 왔다.

바이든 대통령이 대만을 방어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시엔엔>(CNN) 방송이 볼티모어에서 주최한 타운홀에서 한 청중이 대만을 둘러싼 미-중 갈등에 대해 묻자 “나는 중국과 신냉전을 원하지 않는다. 단지 우리가 물러서지 않을 것이며 우리의 견해를 바꾸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중국이 알기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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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진행자인 앤더슨 쿠퍼가 ‘중국이 대만을 공격하면 대만을 방어하겠다고 말하는 거냐’고 묻자 바이든 대통령은 “그렇다. 우리는 약속을 갖고 있다”고 답한 바 있다.

바이든 대통령이 말한 대만과의 ‘약속’은 대만관계법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이지만, 이 법에 대만 방어 의무는 들어있지 않다. 미국은 1955년 대만과 상호방위조약을 맺었으나 1979년 중국과 수교하면서 이를 폐기했다. 대신 미국은 공식적으로 ‘하나의 중국’ 정책에 따라 대만에 대한 중국의 주권 주장을 인정하는 한편, 대만관계법에 따라 대만에 무기 판매 등을 통해 대만의 자체 방어력을 돕고 있다. 미 정부는 대만에 외부 세력이 침입했을 때 군사적으로 개입할지에 대해서는 시인도 부인도 하지 않는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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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대통령은 지난해 8월에도 비슷한 발언을 했다. <에이비시>(ABC) 인터뷰에서 아프가니스탄 사태와 관련해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의 집단 방위 조항인 상호방위조약 5조를 언급하면서 “일본, 한국, 대만에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당시 바이든 대통령의 발언 뒤 백악관은 “미국의 대만 정책은 바뀌지 않았다”고 수습한 바 있다. 바이든 대통령이 벌써 세번이나 대만을 방어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은 무력에 의한 ‘현상 변경’ 시도를 결코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결의를 드러내 중국의 ‘군사적 오판’을 막으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길윤형 기자 charism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