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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제재 공포’로 이란 화폐가치 하루 만에 10% 이상 폭락

등록 :2018-07-30 14:54수정 :2018-07-30 15:13

다음 달 7일 제재 앞두고 이란 리얄화 기록적 폭락세
인플레이션, 청년실업률 증가 등 경제악화 조짐

이란 테헤란의 환전상이 달러를 이란 화폐로 바꿔주고 있다. 테헤란/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이란 테헤란의 환전상이 달러를 이란 화폐로 바꿔주고 있다. 테헤란/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미국이 지난 5월 이란 핵협정(JCPOA)을 일방적으로 파기하며 예고한 제재의 부활시점이 다가오며 이란 리얄화의 가치가 폭락하고 있다. 올해 초와 견줘볼 때 통화가치가 50% 이상 떨어졌고, 29일(현지시각) 하루 동안에만 10% 이상 폭락했다.

<에이피>(AP) 통신은 이란의 비공식 외환 거래시장에서 달러 대비 리얄화 환율이 28일 9만8000리알에서 29일 11만2000리얄로 급등했다고 30일 보도했다. 하루만에 리얄화 가치가 무려 13% 이상 하락한 것이다. 외환 거래가 자유롭지 못한 이란에선 중앙은행이 공지하는 공식 환율과 비공식 시장에서 정해지는 비공식 환율이 공존한다. 이란 중앙은행은 미국의 협정 파기를 앞둔 지난 4월 공식 환율을 달러당 4만2000리얄로 정했지만, 제재 우려 등으로 인해 비공식 환율은 지속적으로 치솟고 있다.

리얄화의 폭락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 핵 협상 파기를 언급하기 시작한 뒤인 올해 초부터 이어져 왔다. 연초 달러당 4만2890리알이었던 비공식 환율은 미국의 탈퇴 선언 당시인 5월엔 6만5000리얄까지 치솟았고, 29일 10만리얄을 뛰어넘었다. 사람들이 미국의 경제제재를 앞두고 사람들이 리얄화를 안전 자산인 달러나 금 등으로 바꾸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경제제재가 본격화돼 이란에 대한 해외 투자가 중단되고, 이란산 석유의 수출길까지 막히면 리얄화 가치하락은 더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핵 협정 탈퇴에 따른 이란 제재는 다음달 7일 재개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 핵협정으론 이란의 핵개발을 막을 수 없다며 지난 5월8일 협정 탈퇴를 선언했다. 그에 따라 다음달 7일 이란 정부와 달러 거래를 하는 은행들은 미국 정부의 제재를 받게 되고. 이란의 금·귀금속 교역과 흑연·석탄 등의 수출, 미국의 이란산 카펫과 식료품 수입 등도 제한된다. 트럼프 행정부는 11월4일 시작되는 2차 제재에선 이란산 원유 수입까지 금지할 예정이다. 이란산 석유 수입이 금지되면, 이에 대한 의존 비중이 높은 한국 등이 상당한 타격을 입을 것으로 전망된다. 2017년 한국은 이란에서 전체 원유 수입량의 13.2%인 1억4787만배럴을 수입했다.

미국의 경제 제재가 코 앞에 다가오자 이란 경제는 휘청거리고 있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이란의 인플레이션율은 12%에 육박했고, 청년실업률은 30%까지 치솟았다고 전했다. 리얄화 가치가 떨어지면, 수입물가가 상승해 인플레이션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이란 중앙은행은 최근 진행 중인 리얄화 혼란에 대해 ‘적의 소행’이라며 미국을 겨냥했다. 하산 로하니 대통령은 호르무즈 해협 봉쇄 가능성까지 언급하며 미국의 제재에 강경 대응하겠다고 엄포를 놓고 있지만, 이에 대응할 수 있는 뾰족한 대응 수단이 없는 상황이다.

옥기원 기자 o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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