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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중동·아프리카

팔레스타인서 평화활동하다 숨진 영국청년 ‘진실’ 부모가 캐냈다

등록 :2005-02-01 18:26수정 :2005-02-01 18:26

당시 목격자·현장사진 끈질긴 추적
이스라엘군 거짓 증언 입증하게 돼

‘국제연대운동’ 소속 평화 활동가로서, 팔레스타인에 평화가 뿌리 내리기를 바랐던 한 영국 청년의 죽음을 둘러싼 재판은 거짓 증언과 군의 증거 은폐로 ‘과실치사’로 정리될 듯 보였다. 하지만 아들의 억울한 죽음을 밝히려는 부모의 끈질긴 노력은 재판 결과를 뒤바꿀 결정적 증언과 증거들을 찾아냈다고 영국 <옵저버>가 지난 30일 보도했다. 이를 요약 정리한다.

2003년 4월11일 오전,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와 이스라엘 접경지역인 라파. 흙더미 위에서 놀던 한 무리의 어린이들을 향해 총성이 울리더니 한 아이가 쓰러졌다. 톰 헌달(22)은 반사적으로 아이들 쪽으로 뛰어가 쓰러진 아이를 안전한 곳으로 끌어내고 다른 두 소녀들을 향해 다시 뛰었다. 순간 또 한 발의 총성이 울리더니 헌달이 비틀거리다 쓰러졌다. 총알은 그의 이마에 박혀 수백개의 작은 파편으로 갈라졌다. 헌달은 9개월 동안 의식불명 상태로 있다가 지난해 1월 런던의 한 병원에서 결국 숨을 거뒀다.

헌달을 쏜 이스라엘의 와히드 타이시르 병장은 “통행금지 구역에서 (이스라엘) 군인들에게 총을 쏘아대는 한 남자를 쐈을 뿐”이라며 “그 남자의 머리에서 약 10㎝ 앞을 조준했었다”며 죽일 의도는 없었다고 주장했다. 이스라엘 당국은 영국 정부의 증거나 자료 제공 요구를 거부했다. 앤드루 리드 북런던 검시관은 헌달의 증세와 관련한 보고서를 이스라엘에 넘겼지만, 이스라엘로부터 아무런 자료도 받을 수 없었다. 영국 경찰도 이스라엘의 거부로 현지 조사를 벌일 수 없었다.

그런데 마침내 헌달의 부모가 타이시르의 증언을 뒤집을 증거들을 발견했다. 부모가 입수한 사건 당시 현장을 찍은 사진 속에서 헌달은 군인이 아닌 외국인임을 나타내는 밝은 오랜지색 조끼를 입고 있었고, 헌달 뒤로 보이는 낙서들은 통행금지 지역에서 100m가량 떨어진 곳임을 알려 주었다. 헌달의 아버지 앤서니는 목격자 13명을 직접 찾아 다니며 인터뷰를 했고, 이들의 증언을 모은 50쪽 분량의 보고서는 이스라엘쪽 주장을 뒤집을 주요 증거물이 됐다.

타이시르와 함께 고소됐던 이스라엘 군인 아이마드 아타우나는 지난달 11일 이스라엘 법정에서 사건을 조사했던 상사와 헌병에게 거짓말을 한 사실이 밝혀져 징역 5.5개월을 선고받았다. 타이시르에 대한 재판도 지난 30일 이스라엘 텔아비브에서 속개됐다.

숨진 평화 활동가의 어머니 조슬린은 “진실이 차츰 밝혀지고 있어서 매우 기쁘다”면서 “아직 가야할 길이 멀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이스라엘 군은 비슷한 방법으로 수천명을 죽였지만, 이런 범죄로 재판에 회부된 이스라엘 군인은 처음이다. 헌달이 죽기 한달 전 같은 ‘국제연대운동’ 회원으로 팔레스타인에서 평화활동을 펴던 미국인 레이첼 코리(23)도 이스라엘 군이 불도저로 깔아뭉개 숨졌지만, 이스라엘 군인은 아무런 재판도 받지 않았다.


윤진 기자 mind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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