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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중동·아프리카

“아이들은 돌아오지 않았다” 울부짖는 팔레스타인

등록 :2014-07-17 20:06수정 :2014-07-18 00:26

이스라엘 무차별 공습 열흘째
지금 팔레스타인 땅에 살아 있는 이들이 한 줌의 흙으로 돌아가기까지 절대 잊혀지지 않을 원한의 기억들이 차곡차곡 쌓여가고 있다. 갈가리 찢긴 아이와 형제의 주검을 묻은 이들은 복수를 다짐하고, 이 원한은 또다른 피를 부를 것이다.

교전 열흘째인 17일 가자지구를 통치하는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와 이스라엘이 포괄적 휴전안 타결에 상당히 근접했다고 <로이터> 통신 등이 전했다. 하지만 유엔 구호활동을 위한 5시간짜리 한시적 휴전이 이날 오후 끝나자마자 양쪽은 로켓포 공격과 공습을 서로 퍼부었다. 장기적 평화 합의는 물론 당장의 정국 안정도 불투명한 셈이다. 앞서 이스라엘 관리는 “카이로에 간 우리 대표단이 18일 오전 6시부터 포괄적 휴전을 하자는 이집트의 제안을 수용했으며, 본국에서 상세 내용을 검토중”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하마스 대변인은 “노력중이나 지금껏 어떤 합의도 없었다”며 타결 임박 소식을 부인했다.

설령 이 순간 포성이 그친다 해도 참혹하게 떠나간 이들은 돌아오지 않는다. 이미 팔레스타인의 희생자는 사망 230명, 부상 1690명으로 치솟았고, 대부분은 어린이·여성을 포함한 민간인이다. 참상의 현장을 눈앞에서 지켜본 이들의 목소리를 전한다.

가자 인근해변 포격…사촌간 아이 4명 숨져

아이들은 가자시티 인근 해변에서 천진하게 뛰놀았다. 해수욕객들을 맞아야 할 해변 그늘막 텐트들은 이스라엘의 공습 탓에 비어 있었지만, 동네 소년들은 부둣가 빈집에서 숨바꼭질도 하고 가난한 집안살림에 도움이 될 만한 고철도 주웠다.

귀를 찢는 듯한 첫번째 포탄이 떨어진 것은 16일 오후 4시께였다. 이스라엘이 반나절 만에 잠정 휴전을 취소하고 공습을 재개한 직후였다. 인근 데이라 호텔의 웨이터인 훗삼 아바달라는 활기찬 아이들이 순식간에 모래밭에 뒹구는 주검으로 바뀐 참극을 눈앞에서 지켜봤다고 <에이피>(AP) 통신에 말했다. 호텔에 묵던 수십명의 외신 기자들도 목격자였다.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무차별 공습 피해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무차별 공습 피해
“항구 근처에 이 동네 어부가 소유한 판잣집이 있는데 그곳에서 연기가 피어올랐어요. 그때 아이들이 뛰어오는 게 보였어요. 우리는 아이들한테 소리를 질렀지요. ‘뛰어! 빨리 여기로! 뛰어!’ 하지만 그 순간 바다 쪽에서 포탄이 날아와 아이들 뒤로 떨어졌어요.”

아이들은 모래밭에 얼굴을 파묻고 다리가 꺾인 채 나동그라졌다. 숨진 소년들은 9살 이스마일, 10살 동갑내기 자카리아와 아하드, 11살 무함마드. 네 명 모두 바케르 집안의 아이들로 사촌간이다. 아이들은 첫번째 포격 뒤 어떻게든 피해보려고 방파제를 뛰어넘어 지름길로 내달렸지만 호텔을 200m가량 남겨두고 등 뒤에 떨어진 포탄에 참변을 당했다. 포격의 이유를 굳이 찾는다면 아이들이 뛰놀던 인근에 예전에 하마스가 쓰다가 방치한 선적용 컨테이너가 녹슨 채 놓여 있었다는 것뿐이었다.

목격자들은 첫번째 포격 직후 “모두 아이들이다”라고 외치며 발을 동동 굴렀지만 참극을 막지는 못했다. 오히려 두번째 포탄은 도망가는 아이들을 조준해 겨냥한 것처럼 보였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이날 포격으로 숨진 아이들 말고도 10~13살 어린이 등 10명 이상이 부상을 당해 호텔 테이블보를 찢어 지혈하는 아수라장이 벌어졌다. 아바달라는 “결코 오늘 본 것들을 잊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동공이 열린 채 피에 젖어 실려가는 아이들의 주검을 휴대전화로 찍은 동영상들은 페이스북 등을 통해 전세계로 퍼지고 있다.

정세라 기자 seraj@hani.co.kr


주택에 미사일 2발…일가족 17명 몰살

그날 밤 옴 무함마드는 모스크에 간 아들 무함마드(17)와 쿠사이(12)를 기다리고 있었다. 두 아들은 금식월(라마단) 기간 동안 열리는 특별 기도회(타라위)에 참석하고 있었다. 엄마는 자식들이 돌아오면, 얘기도 나누고 텔레비전도 볼 참이었다.

“아이들이 집으로 들어오는 순간이었다. 갑자기 엄청난 폭발음이 들리더니, 주변이 뿌연 연기로 가득찼다.” 옴 무함마드는 17일 레바논 일간 <알아크바르>와 한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무슨 일이 벌어진 건지 알 수 없었다. 의식을 잃었다가 깨어나 보니 병원이었다. 병상을 지키던 친척들에게 아들의 생사부터 물었다. “친척들은 ‘아이들이 곧 이리로 올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아이들은 오지 않았다.” 어머니 옴 무함마드의 두 뺨을 타고 굵은 눈물이 흘러 내렸다.

지난 12일 밤 10시30분께 이스라엘군 전폭기가 가자시티 동쪽 알투파 지역의 한 주택에 미사일 2발을 쐈다. 마지드 바트쉬(50)의 집이었다. 표적은 마지드의 사촌인 타이세르 바트쉬(48)였다. 그는 가자경찰서장이었다. 라마단을 맞아 친척들을 만나기 위해 그날 밤 마지드의 집을 찾았다. 미사일 공격으로 집은 완파됐다. 마지드와 부인 아말(49), 아들 바하(28)·잘랄(26)·마흐무드(22)·칼레드(20)·이브라힘(18), 두 딸 마나르(13)·마르와(7) 등 일가족이 몰살당했다. 가자지구 인권단체 ‘메잔인권센터’는 그날 밤 바트쉬 집안 사람 17명이 목숨을 잃었다고 밝혔다. 갓 돌을 넘긴 유아를 포함해 6명의 어린이, 임산부 1명 등 여성 3명이 포함됐다. 몇 년 전 세상을 떠난 옴 무함마드의 남편은 마지드의 동생이다.

큰아들 무함마드는 지난달 ‘타우지히’로 불리는 고교 졸업시험을 치른 뒤, 결과를 기다리고 있었다. ‘성적이 좋을 것’이라고 엄마한테 귀뜸까지 했지만, 그는 끝내 성적표를 받아보지 못했다. 축구를 좋아했던 작은아들 쿠사이는 집안 어른들의 사랑을 한몸에 받았었다. 옴 무함마드는 “그들이 내 행복을 훔쳐갔다. 차라리 그때, 아이들과 함께 죽었어야 했다. 지금이라도 아이들을 끌어 안고 죽고 싶다”고 말했다.

정인환 기자 inh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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