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수드 페제슈키안 이란 대통령이 지난달 30일 취임하고 2주가 채 지나지 않은 시점에 ‘개혁’의 상징으로 여겨지던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부통령이 전격 사임했다.
지난 11일(현지시각) 자리프 이란 전략담당 부통령은 자신의 엑스(X·옛 트위터)에 “나는 내 임무의 결과에 만족하지 않는다. 약속을 잘 지키지 못해 부끄럽다”며 사임 의사를 밝혔다. 그는 부통령 임명 뒤 내각 구성을 위한 위원회를 이끌었는데, 이날 대통령이 발표한 장관 인선 결과에 만족하지 못해 사임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구체적으로 이번 장관 인선에서 “시위대와 여성 등을 잔인하게 진압한 이력이 있는 두 명의 보수주의자”가 장관으로 지명된 게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이번에 정보 장관 후보로 지명된 에스마일 카팁은 전 정부 정보 장관으로, 2022년 이란에서 벌어진 히잡 시위를 강경 진압한 책임이 있으며, 내무 장관 후보로 지명된 에스칸다르 모메니는 이란 혁명수비대의 고위 지휘관이라고 이 매체는 짚었다.
다만 자리프 부통령은 12일 다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글을 올려 자기가 사임했다고 해서 페제슈키안 대통령 지지를 후회하거나 새 정부에서 희망을 잃어버렸다는 뜻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는 “나는 내가 전략담당 부통령으로서 효과적일 수 있는지에 의구심이 든다”라고 설명했다.
자리프 부통령은 하산 로하니 정부 시절이던 2015년 ‘이란 핵 협정’(포괄적공동행동계획·JCPoA) 타결을 이끈 상징적 인물이다. 이 때문에 페제슈키안 대통령이 그를 전략담당 부통령에 임명한 것으로 두고 새 이란 정부가 대미 관계 개선을 도모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나왔다. 자리프 부통령은 선거 운동 기간 페제슈키안 대통령과 함께 전국을 돌며 유권자들에게 ‘변화’를 위한 기회를 달라고 호소하는 등 대통령 당선에 핵심적인 역할을 맡았다.
노지원 기자 zon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