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타르 월드컵 이란 축구대표팀이 21일(현지시각) 예선전 첫 경기 영국과의 대결에 앞서 국가가 연주되는 동안 따라부르지 않고 침묵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카타르 월드컵 이란 축구대표팀이 21일(현지시각) 예선전 첫 경기 영국과의 대결에 앞서 국가가 연주되는 동안 따라부르지 않고 침묵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쿠르드족인 이란 국가대표 출신 축구선수가 몇 달째 이란 전국을 뒤흔들고 있는 시위를 지지했다는 이유 등으로 체포됐다고 <아에프페>(AFP) 통신이 24일(현지시각) 현지 언론을 인용해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란 당국은 이날 프로축구 ‘풀라드 후제스탄’ 소속 선수 부리아 가푸리(35)를 반체제 혐의 등으로 체포했다. 그는 이번 월드컵 대표팀엔 발탁되지 않았지만, 4년 전인 2018년 월드컵 땐 출전하는 등 2019년까지 28차례나 이란 국가대표로 뛴 베테랑 선수다. 그는 카타르 월드컵에 참가한 이란 대표팀이 21일 영국과 첫 경기에서 국가를 부르지 않아 눈길을 끈 지 사흘만에 소속팀에서 훈련을 마친 뒤 체포됐다. 당시 이란 대표팀의 국가 제창 거부는 시위에 대한 지지 표현으로 풀이됐다.

이란 <파르스> 통신은 그가 카타르 월드컵에 출전한 이란 대표팀의 명성을 훼손하고 이슬람 공화국에 반대하는 선전선동을 한 혐의를 받고 있다고 전했다. 가푸리는 소셜미디어에서 이란 전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시위를 강력 지지해 왔으며 쿠르드족 밀집 거주 지역을 방문해 시위 중 숨진 희생자 가족과 연대 의사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노르웨이에서 활동하는 쿠르드족 인권단체 ‘헹가우’는 쿠르드족인 그가 전통 의상을 입고 있는 모습을 소셜미디어에 올려 체포됐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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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에서 시위를 지지했다가 체포된 축구선수는 가푸리가 처음은 아니다. 지난달엔 이란 국가대표 출신 호세인 마히니가 체포됐다가 풀려났다.

이란에선 지난 9월 중순 히잡을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도덕경찰에 체포됐다 의문사한 22살 여성 마흐사 아미니 사건 이후 전국적인 반정부 항의 시위가 진행 중이다.

박병수 선임기자 suh@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