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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 레바논 외교관 추방…“‘예멘 내전’ 개입은 잘못” 발언에 ‘발끈’

등록 :2021-10-31 14:23수정 :2021-10-31 14:41

레바논의 게오르게 코르다히 공보장관(왼쪽)이 30일 기독교 마론파의 베차라 부트로스 알-라이 총대주교와 만나고 있다. 브케르케/로이터 연합뉴스
레바논의 게오르게 코르다히 공보장관(왼쪽)이 30일 기독교 마론파의 베차라 부트로스 알-라이 총대주교와 만나고 있다. 브케르케/로이터 연합뉴스

레바논이 장관 한 사람의 발언 때문에 사우디아라비아 등 걸프 국가들과 외교마찰을 빚고 있다고 <아에프페>(AFP) 등 외신이 31일 보도했다.

사우디는 지난 29일 자국 주재 레바논 대사에게 48시간 이내에 자국을 떠나라고 추방명령을 내렸다. 레바논 주재 자국 대사를 소환한 데 이어 레바논산 물품의 수입도 전면 금지했다. 아랍에미리트(UAE)와 바레인, 쿠웨이트도 뒤따라 같은 조치를 내렸다.

사우디 등은 게오르게스 코르다히 레바논 공보장관이 방송 인터뷰에서 사우디의 예멘 내전 개입에 대해 “(후티 반군이) 외부 침략에 맞서 자신을 방어하고 있다”며 말한 대목을 문제삼았다. 지난 8월 녹음한 인터뷰가 지난 18일 뒤늦게 방송되자, 사우디 등 걸프 국가들은 즉각 반발하며 코르다히 장관의 해임을 요구하고 나섰다.

이번 사태는 그렇지 않아도 정치·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레바논에 또 다른 타격이 될 것으로 보인다. 레바논은 코로나19와 정치 불안에 따른 경제난을 극복하기 위해 국제사회의 지원을 호소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아랍 석유부자 나라들과의 외교적 마찰은 이런 노력에 찬물을 끼얹는 꼴이 됐다.

그러나 레바논이 사우디의 요구대로 코르다히 장관을 해임할지는 속단하기 어렵다. 코르다히 장관은 기독교 계열인 ‘마라다 운동’의 몫으로 임명됐으며, 마라다 운동은 레바논에서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이슬람 시아파 무장단체 ‘헤즈볼라’와 동맹관계에 있다.

사우디가 이번 사태를 계기로 중동 지역 경쟁자인 이란의 지원을 받는 헤즈볼라를 견제하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지역 전문가 카림 비타는 “코르다히 장관의 발언은 오랫동안 무르익어온 어떤 것을 하기 위한 빌미”라며 “사우디는 단호한 태도로 레바논이 헤즈볼라에 더욱 강한 입장을 취하도록 압력을 넣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코르다히 장관은 발언과 관련해 사과를 거부했고, 헤즈볼라와 마라다 운동도 코르다히 장관의 사임 요구에 대해 “말도 안된다”며 거부했다. 레바논 총리 나지브 미카티는 사우디의 대사 추방 등과 관련해 “유감”을 표하고 사우디에 재고를 요청했다. 마카티 총리는 명시적으로 코르다히 장관의 사퇴를 요구하지 않았다. 다만 코르다히 장관의 발언이 정부의 입장을 대변하지 않는다는 점은 분명히 했다.

박병수 선임기자 su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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