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9·11 테러 영상을 짜깁기한 소셜미디어 게시물로 민주당 소속의 무슬림 여성 하원의원을 공개 저격한 일을 두고 14일(현지시간) 여진이 계속됐다. 백악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해당 하원의원에 대해 '악감정'이 있었던 건 아니라고 진화에 나섰지만, 민주당 소속 낸시 펠로시(캘리포니아) 하원의장은 게시물을 당장 내리라며 트럼프 대통령을 맹공했다.
논란의 발단은 지난 12일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트위터에 올린 43초짜리 편집 동영상이다. 이 동영상은 민주당 초선인 일한 오마르(37·미네소타) 하원의원이 한 행사장에서 9·11 테러와 관련해 "일부 사람들이 뭔가를 저질렀다"고 언급하는 장면을 여러 차례 반복해서 보여주면서 그 사이사이에 테러 당시 항공기가 뉴욕 세계무역센터 쌍둥이 빌딩과 충돌해 폭발하고 사람들이 대피하는 광경을 삽입했다.
공화당과 보수 진영은 이 게시물을 두고 오마르 의원이 여전히 미국인들에게 큰상처로 남아있는 9·11 테러 공격을 대단치 않게 여긴 것이라며 정치 쟁점화를 시도했고, 민주당은 '트럼프 대통령이 인종주의와 분열을 부추기며 여성 의원을 상대로 폭력을 선동하고 있다'며 반격에 나섰다. 지난해 11월 중간선거에서 사상 최초로 미 연방의원에 당선된 2명의 무슬림 여성 중 한 명인 오마르 하원의원은 지난 2월 유대인 로비 단체를 비난했다가 '반유대주의' 역풍을 맞고 사과한 전력이 있다.
런던에 머무는 펠로시 하원의장은 이날 성명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의 동영상이 게재된 이후 의회 관계자들과 논의해 의회 경찰이 오마르 의원과 가족, 참모에 대한신변 보호를 하도록 조처했다고 밝혔다.
그는 의회 경찰이 오마르 의원이 직면한 위협에 대해 대처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펠로시 하원의장은 "대통령의 말은 엄청난 무게를 지닌다. 혐오적이고 선동적인레토릭(수사)은 심각한 위험을 낳을 뿐"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은 무례하고 위험한 비디오(동영상)를 즉각 내려라"고 촉구했다.
백악관은 펠로시 하원의장의 이러한 요청에 대해 즉각적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고 의회 전문매체 더 힐이 보도했다.
펠로시 하원의장의 이러한 성명이 나오기 전 세라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폭스뉴스 및 ABC 방송에 출연, "틀림없이 대통령은 악의가 있었던 게 아니며 누구에게도폭력이 가해지길 바랐던 게 아니다"라고 수습을 시도했다.
샌더스 대변인은 그러나 "대통령은 (오마르 하원의원이) 반유대주의적 발언을 계속해온 전례들이 있다는 점에서 명백히 그 여성 하원의원 문제를 짚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하원 법사위원장이기도 한 제럴드 내들러(뉴욕) 하원의원은 CNN방송 '스테이트 오브 더 유니언'에 출연, 오마르 하원의원이 그동안 했던 다른 일부 발언에 대해선 문제의식을 갖고 있지만 이번에 9·11 테러를 규정지은 부분에 대해서는 문제를 못 느꼈다"고 말했다. 내들러 하원의원은 9·11 테러의 타깃이었던 맨해튼 금융가를 지역구로 하고 있다.
앞서 오마르 하원의원은 이달 초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하는 50대 남성인 패트릭칼리네오 주니어로부터 "머리에 총을 쏘겠다"는 협박 전화를 받고 경찰에 신고한 바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