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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토 차량 돌진 살상범, 영어권 ‘일베’ 여성 혐오자였다

등록 :2018-04-25 12:10수정 :2018-04-25 15:05

페이스북에 올린 글, 미국판 일베 ‘4채널’ 은어로 도배
“비자발적 순결자” 자칭 “난잡한 남녀들 타도할 것” 주장
알렉 미나시안의 링크드인 페이지에 있는 사진.
알렉 미나시안의 링크드인 페이지에 있는 사진.
캐나다 온타리오주 토론토시 차량돌진 사건의 범인 알렉 미나시안이 한국의 ‘일베’와 같은 커뮤니티에서 쓰는 은어로 극단적인 여성 혐오 표현의 글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게재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미나시안은 지난 23일 1시30분(현지시각)께 토론토 북부 노스요크의 번화가인 핀치 애비뉴 영 스트리트에서 흰색 승합차를 몰고 인도를 향해 돌진한 뒤 행인들을 잇따라 들이받아 여러 명의 사상자를 냈다. 사건 이후 페이스북은 미나시안의 계정을 폐쇄했으나 이를 갈무리해 둔 아카이브(웹페이지를 수집한 것) 사진이 떠돌면서 미나시안이 쓴 글이 유포됐다. 이 글이 유포된 초반에는 일부러 누군가를 모함하기 위해 조작한 사진이라는 얘기가 떠돌았으나, 페이스북은 곧 영국공영방송(BBC) 등의 외신을 통해 이 글이 미나시안이 쓴 것임을 확인했다.

토론토 대량살상범 알렉 미나시안의 글로 확인된 페이스북 포스팅.
토론토 대량살상범 알렉 미나시안의 글로 확인된 페이스북 포스팅.
갈무리한 사진을 보면, 미나시안의 계정이 올린 포스트에는 “보병대의 신병 미나시안이 4채널 병장님들을 찾습니다. ‘인셀들의 반란’(incel rebellion)은 이미 시작됐습니다. 우린 채드와 스테이시(Chads and Stacys)들을 전부 타도할 것입니다. 고결한 신사(supreme gentleman) 엘리엇 로저에게 경배를!”이라고 쓰여 있다. 이 글을 채우고 있는 각종 낯선 단어는 특정 커뮤니티에서 쓰이는 인터넷 은어다.

우선 캐나다의 매체 <글로벌뉴스>는 “앞줄에 등장하는 디테일한 부분들(‘보병 00010’이나 ‘C23249161’)은 진짜 군대용어에서 차용한 것”이라며 “미나시안은 2017년 가을 군대에 잠시 적을 두었으나 16일간 신병 훈련을 받은 뒤 퇴소당했다”고 전했다.

글에 등장하는 또 다른 표현들은 인터넷 커뮤니티 ‘4채널’에서 쓰이는 은어다. 4채널은 미국의 대표적인 남성 중심 커뮤니티로 한국의 ‘일베’에 해당한다. 이 커뮤니티 이용자들은 스스로를 ‘인셀’이라고 칭하는데, BBC 등의 설명을 보면 ‘인셀’이란 4채널, 레딧 등의 남성 중심 커뮤니티에서 ‘비자발적인 순결주의자’들을 뜻하는 속어로 여성 혐오를 포함하고 있는 단어다.

‘채드와 스테이시들’이라는 단어 역시 ‘인셀’들이 모인 이른바 ‘인셀 커뮤니티’에서 ‘난잡한 성생활을 즐기는 남녀들’을 지칭하는 표현으로 널리 쓰인다. 〈뉴욕타임스〉는 ‘채드’는 여성들과 원활한 관계를 맺는 남성을, ‘스테이시’는 인셀들을 거부한 여성을 지칭한다고 전했다. 특히 미나시안이 “고결한 신사”라며 경배를 표한 ‘엘리엇 로저’는 2014년 캘리포니아대학교 인근에서 6명의 대학생을 살해하고 숨진 22살 남성이다. 로저는 죽기 전에 남긴 영상에서 성경험이 없다는 사실에 대해 불평하며 자기 자신을 ‘고결한 신사’(supreme gentleman)라고 표현한 바 있다. 종합하자면, 미나시안의 글은 “보병대의 신병 미나시안이 4채널 병장님들을 찾습니다. 비자발적 순결자들의 반란은 이미 시작됐습니다. 우린 난잡한 남녀들을 전부 타도할 것입니다. 고결한 신사 엘리엇 로저에게 경배를!”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미나시안의 차량 질주 사건으로 모두 10명이 사망하고 14명이 부상했는데, 현지 경찰은 희생자의 대부분이 여성이라고 밝혔다. 부검이 끝나고 인적사항이 모두 확인될 때까지 피해자의 신원은 공개되지 않지만, 한국 국적자 2명이 사망하고 1명이 크게 다쳤으며, 캐나다 시민권자인 한인 동포 1명도 사망한 것으로 파악됐다. (▶관련 기사 : 토론토에서 대낮 차량돌진…한국인 2명 사망·1명 중상)

10여년 전 토론토 영 스트리트 주변에서 자취를 했었다는 이아무개(35) 씨는 “당시에도 주변에 한인 유학생들이 많이 살았다. 신한은행 토론토 지점도 사고 현장 주변에 있다”고 말했다.

캐나다 언론 <글로브 앤드 메일>은 최근 미나시안이 졸업한 토론토의 세네카 대학 동창생들을 인터뷰했는데 몇몇은 미나시안이 ‘사회적 장애를 앓고 있는 것 같았다’고 밝혔지만, 다른 이들은 ‘친절했고 심각한 갈등을 겪는 것처럼 보이진 않았다’며 갈리는 의견을 내놨다.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이 사건이 캐나다의 국가 안보를 위협할만한 상황과 연관된 정황은 없다고 밝혔다.

미나시안은 사건 직후 체포됐고, 다음 날인 24일 10건의 살인 혐의와 13건의 살인미수 혐의로 법정에 섰다. 이 사건은 1989년 12월 캐나다 퀘벡주 몬트리올시에 있는 에콜 폴리테크니크 공과대학에서 반여성주의자인 25살 남성이 쏜 총에 맞아 14명의 여자 대학생이 사망한 사건 이후 최악의 대량 살상 사건으로 기록될 예정이다.

박세회 기자 sehoi.par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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