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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미국·중남미

‘카라반’이 뭐길래…트럼프, 멕시코 국경에 주방위군 투입 방침

등록 :2018-04-06 15:11수정 :2018-04-06 18:32

2010년부터 본격화된 중남미 이주자 행렬 카라반
멕시코 국경장벽 예산 통과 압력용으로 카라반 공포 자극
미국 입국 목적하는 불법 폭력배 집단으로 매도
온두라스 등지의 폭력사태에서 피신하려는 중남미 이주자들의 행렬인 ‘카라반’ 참여자들이 지난 4일 멕시코 남부 마티아스 로메로 시의 국립이주연구소의 임시센터 앞에서 줄을 서서 비자 등 입국 등록을 기다리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온두라스 등지의 폭력사태에서 피신하려는 중남미 이주자들의 행렬인 ‘카라반’ 참여자들이 지난 4일 멕시코 남부 마티아스 로메로 시의 국립이주연구소의 임시센터 앞에서 줄을 서서 비자 등 입국 등록을 기다리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5일 멕시코와의 국경 지대에 배치될 주방위군 규모를 구체화함으로써, 이를 둘러싼 국내외 논란이 커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5일 멕시코 국경에 주방위군 2천~4천명을 투입하기를 원한다고 밝혔다. 그는 대통령 전용기에서 기자들에게 세관국경보호국(CBP)를 지원하기 위해 이런 규모의 방위군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전날인 4일 주방위군 투입을 명령하는 대통령 포고령에 서명했다. 그는 “국경 상황은 지금 위기에 도달했다”며 “우리의 남쪽 국경에서 계속되는 무법은 미국인들의 안전, 안보, 주권과 절대로 공존할 수 없다”고 말했다.

멕시코 국경에 주방위군 배치는 조지 부시,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때도 마약단속 등 치안 지원을 위해 실시됐으나, 트럼프의 이번 조처는 이민 단속을 겨냥한 것이라 논란이 커지고 있다. 트럼프의 주방위군 투입 조처는 멕시코의 남쪽 국경에서부터 북상하는 온두라스 등 중남미 국가 출신 이주자 행렬인 ‘캐러밴’ 사태로 촉발됐다.

트럼프는 지난 3일 트위터에서 “지금 멕시코를 거쳐 우리의 ‘취약한 법’의 국경으로 향하는 온두라스 출신 국민들의 대규모 카라반은 국경에 오기 전에 중단돼야 한다. 고수익 사업인 나프타(북미자유무역협정)가 작동하면서, 이런 사태를 발생케 한 온두라스 등 나라들에게는 해외 원조처럼 되고 있다. 의회는 지금 행동해야 한다”고 말했다. 트럼프의 이 트위트는 의회에서 자신의 멕시코 국경지대 장벽 프로그램에 대한 예산 배정이 진전되지 않자, ‘카라반 사태’ 등을 들면서 나프타 폐기 및 군대 파견을 위협한 것이다.

카라반은 온두라스 등의 중남미 국가에서의 마약과 폭력 사태를 피해 멕시코로 입경해 북상하는 이주자 행렬로 2000년대 중반부터 시작됐다. 온두라스 등의 나라들을 떠난 이주자들은 개별적으로 이동하기 보다는 집단을 형성하는 것이 안전을 확보하고, 사회적 관심을 끌 수 있어 이런 ‘카라반’이 형성됐다.

2010년부터 매년 되풀이 되는 카라반의 목적은 자국 탈출이나 멕시코에서 난민 지위 확보가 우선 목적이어서, 대부분 멕시코를 종단하는 도중에 해산한다. 카라반 차원으로 미국 국경으로까지 북상하는 경우는 없고, 개별적 차원에서 미국 입국을 시도하긴 한다.

<폭스뉴스>는 지난 1일 카라반이 미국 국경으로 북상하고 있다고 보도하고, 이를 놓고 트럼프가 “카라반이 오면서 미국 국경 지대가 더욱 위험해지고 있다”고 말하면서 카라반 사태의 논란이 시작됐다. 특히 <폭스뉴스>는 대부분이 온두라스 출신인 약 1200명의 이주자들을 폭력배 집단처럼 묘사하기도 했다.

트럼프는 카라반을 미국으로 향하는 불법 이민집단으로 낙인찍고는, 자신이 추진하던 멕시코 국경장벽 예산의 의회 통과를 압박하고 나선 것이다. 트럼프는 더나아가 멕시코와의 국경 안보를 확보하기 위해 “우리는 군사적으로 일들을 처리할 것이다”고 천명했다. 그는 온두라스에 대한 원조 중단도 협박했다.

트럼프의 주방위군 동원 의사는 미 국내뿐만 아니라 멕시코 쪽의 격렬한 반대를 낳고 있다. 엔리케 페냐 니에토 멕시코 대통령은 지난 5일 방송된 대국민 연설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방위군 배치 선언이 국내 정책과 법, 의회와 관련된 좌절에서 기인했다면 트럼프 대통령은 멕시코가 아닌 해당 원인으로 눈길을 돌려야 한다”고 말했다. 트럼프가 국내 정치 사안에 대한 관심을 돌리려고 이같은 조처를 취했다는 비판이다. 멕시코 상원도 트럼프의 조처에 대한 보복으로 미국과 마약 밀매, 불법 이민 문제에 관한 협력을 중단하도록 정부에 촉구하는 결의안을 가결했다.

케이트 브라운 오리건 주지사는 5일 “트럼프 대통령이 내게 오리건주 방위군을 멕시코 국경에 배치해달라고 요청한다면 난 ‘노’라고 답할 것”이라고 말했다. 멕시코와 국경을 맞댄 미국 최대주인 캘리포니아의 제리 브라운 주지사도 주방위군 투입에 찬성한다는 말을 내놓지 않고 있다.

정작, 이번 사태의 촉발이 된 캐러밴은 5일부터 예년처럼 해산하기 시작했다. 지난달 31일부터 멕시코 남부 오악사카주 마티아스 로메로시에 머물던 카라반 참여 이민자들은 이날 새벽부터 멕시코시티 등에서 개최되는 집회에 참석하려고 버스를 타고 떠났다.

멕시코 당국은 트럼프의 압력에 카라반 해산을 시도하면서 참여자들에게 합법적 지위를 주는 절차를 밟아왔다. 난민 지위 신청을 위해 필요한 30일짜리 임시 비자와 다른 나라로 갈 수 있도록 20일짜리 통과 사증을 발급했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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