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메리카 갈라파고스 군도가 ‘위험에 처한 세계유산’ 목록에서 제외되자 환경단체 등이 반발하고 있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는 28일 브라질 수도 브라질리아에서 회의를 열고, 갈라파고스 군도가 에콰도르 정부의 환경보호 활동의 성과로 위험에서 벗어났다며, 찬성 14표-반대 5표, 기권 1표로 ‘위험에 처한 세계유산’ 목록에서 제외시켰다.

국제자연보호연맹(IUCN) 등은 이번 결정이 성급하다고 29일 비판했다. 이 연맹은 갈라파고스 생태계가 “위험에서 벗어난 게 아니라 여전히 위험하다”며, 위험목록에서 제외하면 안된다는 환경단체의 의견을 무시했다고 지적했다. 불법 정착자와 관광객이 늘면서 외래 동식물이 유입돼 이곳의 생태계를 파괴하고, 약 40종의 동식물이 심각한 멸종위기에 처해 있다고 연맹은 주장했다. 약 100여개의 섬으로 이뤄진 갈라파고스 군도는 현재 5개의 섬에 어민 등 2만여명이 살고 있으며, 한해 10만명이 방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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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콰도르 서쪽 해안에서 약 1000㎞ 떨어진 태평양의 갈라파고스 군도는 살아있는 자연사 박물관으로 불리는 생태계 보고다. 특히 바다 이구아나, 날지 못하는 가마우지는 이곳에서만 살고 있으며, 체중이 약 300kg에 달하는 코끼리거북은 세계 최대의 거북이다. 1978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된 뒤 관광객 및 정착자가 증가하면서 2007년 위험유산 목록에 올랐다. 생물학자 찰스 다윈이 1835년 이곳에서 부리가 짧은 새 핀치 13종을 발견한 뒤 이들이 수천년 전 남미대륙에서 건너온 한 종에서 진화한 것으로 추정하고, 이후 자연선택설과 진화론의 근거로 내세워 유명해졌다.

김순배 기자 marcos@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