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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 기기를 통해 대화를 엿듣고, 이를 근거로 맞춤형 광고가 실행되고 있다는 세간의 의심이 사실일 가능성이 커졌다.
기술 및 사이버 보안 관련 심층 취재를 전문으로 하는 독립매체 404는 지난달 26일 미국에 본사를 둔 대형 미디어그룹 ‘콕스 미디어 그룹(CMG)’의 디지털 광고 부서가 광고주들에게 보낸 프레젠테이션 자료 전문을 공개했다. ‘고객 대화를 분석해 정확한 잠재고객을 파악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해당 매체는 지난해 12월 이 내용을 보도했는데, 당시엔 자료 전문을 공개하지 않았다.
‘음성과 기기에 달린 마이크의 힘’이라는 제목의 자료에서 콕스 미디어 그룹은 “스마트 기기는 대화를 들음으로써 실시간으로 고객 의도 데이터를 포착한다”며 “광고주는 이 음성 데이터를 행동 데이터와 결합해 구매 의사가 있는 소비자를 타게팅할 수 있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인공지능(AI)을 사용해 470개 이상의 출처로부터 이 데이터(대화)를 수집하여 광고 성과를 개선한다”고 밝혔다. 콕스 미디어 그룹은 이 기능을 ‘액티브 리스닝(Active-Listening)’이라고 불렀다.
자료에는 구글·아마존·페이스북이 이 기능을 오랫동안 사용해왔다는 취지도 담겨있다. 콕스 미디어 그룹은 “우리는 이 프로그램을 처음 시작했던 11년 전부터 구글의 프리미엄 파트너였다”며 “아마존의 최초 미디어 파트너였고, 전 세계에서 처음으로 페이스북 마케팅 파트너가 된 4개 회사 중 하나”라고 자사를 소개했다. 이들 회사들이 콕스 미디어 그룹의 기술을 활용해 광고 성과를 개선해왔다는 뜻으로 보인다.
이 프로그램은 광고주가 지역을 선정하면서부터 시작된다. 콕스 미디어 그룹은 “(광고주가 지역을 선정하면) 타겟 지역에서 액티브 리스닝이 시작되며, 470개 이상의 데이터 출처에서 구매자 행동이 감지된다. 기준에 맞는 소비자가 감지되면 각 잠재 고객의 과거 행동을 전반적으로 분석해 광고를 언제, 어디에 표시하면 가장 효과적일지 예측한다. 이렇게 확보된 고객 목록은 암호화되어 언제든 사용할 수 있게 보관된다”고 설명했다. 타겟 지역 반경 10마일 내에서 잠재고객 명단을 매주 추출할 경우 하루 100달러, 20마일 내로 범위를 넓히면 하루 200달러를 지불해야 한다. 404는 “이 자료가 공개되자 구글은 콕스 미디어 그룹을 자사 ‘파트너 프로그램’에서 삭제했다”고 밝혔다.
김원철 기자 wonchu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