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유세에 운집한 대규모 군중 사진을 ‘인공지능(AI) 조작 사진’이라고 주장했다. 이 주장은 공화당 쪽 일부 논평가들이 온라인에서 퍼트리고 있는 주장 중 하나다. 미국 복수의 언론사들은 현장에서 직접 대규모 군중을 확인했다며 이 주장을 ‘음모론’으로 규정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11일(현지시각) 자신의 트루스소셜 계정에 사진과 함께 글을 올려 “지난주 해리스 부통령의 미시간 집회에 아무도 참석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재차 글을 올려 “카멀라가 공항에서 부정행위를 했다는 것을 알아챘느냐? 비행기(에 반사된 모습)에는 아무도 없었고, 그는 인공지능으로 조작해 거대한 군중을 만들었다”며 “공항 정비공이 가짜 군중 사진을 발견해 그를 신고했다. 해리스는 사기꾼이다. 가짜 이미지를 만드는 것은 선거 방해이므로 후보 자격이 박탈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것이 민주당이 선거에서 이기는 방식이다. 그들은 심지어 투표함에 관해선 더 나쁘다”며 ‘2020년 대선 조작설’을 재차 제기했다.
복수의 미국 언론사들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주장을 일축했다. 시엔비시(CNBC)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발언은 공화당 쪽 논평가들이 온라인에서 펼치고 있는 주장이다. 이들 중 일부는 이전에 허위 정보를 퍼뜨리다가 발각된 적이 있다”고 말했다. 시엔비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제시한 사진과 유사한 사진을 게티 이미지에서 찾았다. 라이선스를 취득해 공개한다”며 첨부했다.
시엔엔(CNN)도 “우리 카메라로 촬영한 비디오와 행사 사진을 보면 당일 상당한 규모의 관객이 있었다는 것이 드러난다. 군중은 큰 격납고를 가득 채웠고, 공군 2호기가 멈춰선 넓은 활주로까지 이어졌다”고 보도했다. 뉴욕타임스도 “디트로이트의 비행기 격납고 밖에서 열린 집회 등은 해리스의 행사에 모인 수천명의 사람들 및 뉴욕타임스를 포함한 여러 뉴스 매체에 의해 목격됐다”며 “해리스 쪽이 주장하는 캠페인 참석자 수는 현장에서 본 것과 일치했다”고 보도했다.
캘리포니아대학교 버클리 캠퍼스의 디지털 포렌식 전문가이자 교수인 하니 파리드는 링크드인 글에서 “조작의 증거가 없다는 것이 ‘이미지가 진짜’라는 증거는 아니다”라고 전제하면서도 “두 가지 모델로 사진을 분석했지만 인공지능으로 생성된 이미지라는 증거를 찾지 못했다”고 밝혔다.
김원철 기자 wonchu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