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야권 지도자 알렉세이 나발니의 죽음의 불똥이 ‘친푸틴’ 인사로 지목돼온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에게도 튀고 있다.
공화당 대선 경선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과 경쟁하는 니키 헤일리 전 유엔대사는 18일 에이비시(ABC) 방송 인터뷰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나발니의 죽음에 침묵하는 것은 “푸틴이 정적 하나를 살해한 게 멋지다고 생각하거나 별일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이 아니겠냐”고 말했다. 또 “트럼프는 자신의 정적을 살해한 사람을 편들었다”며 “그는 미국 언론인들을 붙잡아 인질로 삼는 악당을 편들었다”고 했다. 러시아 당국이 지난해 3월 모스크바 주재 월스트리트저널 기자를 체포해 억류하고 있는 상황을 말한 것이다.
헤일리 전 대사는 나발니의 사망 소식이 전해진 직후인 지난 16일에는 소셜미디어에 “푸틴이 한 짓이다. 도널드 트럼프가 칭송하고 옹호해온 그 푸틴이 한 짓이다”라는 글을 올렸다. 이어 “트럼프는 ‘공평하게 말하자면, 당신들은 그(푸틴)가 사람들을 죽였다고 말하지만 난 그런 것을 보지 못했다’고 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을 강하게 비판해온 리즈 체니 전 공화당 하원의원은 시엔엔(CNN) 인터뷰에서 “우리는 이제 공화당에 푸틴파가 얼마나 있는지 진지하게 살펴야 한다”며 “이번 선거에서 공화당의 푸틴파가 백악관 웨스트윙(대통령 집무실이 있는 공간)을 장악하게 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을 ‘푸틴파’로 지목한 것이다.
입을 다물고 있는 트럼프 전 대통령과 달리, 조 바이든 대통령은 나발니의 사망 소식을 들은 직후 “푸틴과 그의 악당들”을 죽음의 배후로 지목하면서 “푸틴의 잔혹함의 또 다른 증거가 생긴 것”이라고 했다.
이런 가운데 바이든 대통령 선거캠프는 “돈을 내지 않는”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회원국들은 미국이 보호해주지 않을 뿐 아니라 러시아에 마음대로 하라고 독려하겠다고 말한 트럼프 전 대통령을 비판하는 텔레비전 광고를 내보내고 있다. 이 광고는 역대 미국 대통령들은 나토 동맹을 중시했다면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부끄럽다”, “반미국적이다”라고 비판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18일 오후가 되자 소셜미디어에 “바이든:트럼프::푸틴:나발니”라는 표현을 올리면서 같은 제목의 보수 매체 사설을 첨부했다. 이 사설은 트럼프 전 대통령도 나발니처럼 조작된 범죄 혐의로 탄압을 받고 있다는 주장을 담고 있다.
워싱턴/이본영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