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티나 경찰이 지난 2일 의회에서 이른바 ‘옴니버스 법안’의 심의가 진행되는 동안 주변을 둘러싸고 시위대의 접근을 막고 있다. 부에노스아이레스/AFP 연합뉴스
아르헨티나 경찰이 지난 2일 의회에서 이른바 ‘옴니버스 법안’의 심의가 진행되는 동안 주변을 둘러싸고 시위대의 접근을 막고 있다. 부에노스아이레스/AFP 연합뉴스

경제 위기에 빠진 아르헨티나를 구해내겠다며 하비에르 밀레이 대통령이 제출한 이른바 ‘옴니버스 법안’이 하원을 통과했다. 의회 심의 과정에서 애초 담긴 자유지상주의적 처방 내용이 크게 줄어들어 ‘절반의 성공’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아르헨티나 하원은 지난 2일 밀레이 대통령이 제출한 이른바 ‘옴니버스 법안’을 찬성 144표, 반대 109표로 의결했다. 밀레이 대통령은 “의회가 굶주림과 빈곤에 시달리는 국민을 위해 (이번 표결의) 역사적 맥락을 이해하고 기득권층의 특권을 없애는 선택을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번에 하원의 문턱을 넘은 것은 밀레이 대통령이 초인플레이션을 극복하기 위해 필요하다며 국회 의결을 요청한 전체 664건의 법안 가운데 절반에 불과하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전했다.

이 결과는 여소야대인 하원 심의 과정에서 야당의 반발이 거세지자 절충이 이뤄진 결과이다. 밀레이 대통령을 지지하는 여당은 하원 의석의 15%밖에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로이터 통신은 몇몇 법안은 6일부터 다시 표결에 부쳐질 것이라고 짚었다.

광고

여야 타협이 이뤄지면서 민영화가 이뤄지는 대상 공기업 가운데 국영석유회사(YPF)와 국영 조폐국 등이 빠지는 등 애초 41곳에서 27곳으로 줄었다. 또 밀레이 대통령이 요구했던 비상 경제 입법권의 적용 기간도 애초 요구인 2년의 절반인 1년으로 단축됐다.

아르헨티나는 지난해 성장률이 -2.7%를 기록하고 물가는 211%나 치솟는 등 심각한 경제난에 허덕이고 있다. 밀레이 대통령은 초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한 처방으로 이른바 자유지상주의 원리에 따른 대규모 규제 철폐와 정부 지출 감축 등의 공약을 내놓아 당선됐다. 당선 이후 달러에 대한 공식 환율을 50% 넘게 절하한 데 이어, 정부 부처를 18개에서 9개로 절반으로 줄이며, 366개 조항의 긴급 행정명령을 발동하고 664개에 이르는 법안을 바꾸는 이른바 ‘옴니버스’ 법안을 의회에 제출했다.

광고
광고

하지만 이 법안이 의회 심의 과정에서 절반만 살아나면서 정치력에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다. 옴니버스 법안들은 상원에서 다시 심의가 이뤄지는 과정에서 더 약화할 수 있다. 상원 내 여당 의석은 10%에 불과하다.

이런 움직임에 대해 페론주의 정당 등 야당과 노조는 “경제난의 고통을 노동자와 중산층에 떠넘기는 정책”이라며 강력 반발하는 중이다. 지난달 24일 한시적 총파업으로 힘을 과시한 노조는 옴니버스 법안이 심의되는 의회 앞에서 연일 시위에 나서고 있다. 이 과정에서 경찰과 물리적 충돌이 벌어지기도 했다.

박병수 선임기자 suh@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