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지지자들이 23일 그가 사는 플로리다주 팜비치의 마러라고 리조트 주변에서 오토바이와 차에 성조기를 달고 달리고 있다. 팜비치/AF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지지자들이 23일 그가 사는 플로리다주 팜비치의 마러라고 리조트 주변에서 오토바이와 차에 성조기를 달고 달리고 있다. 팜비치/AF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을 수사하는 뉴욕 맨해튼 검찰이 공화당 쪽의 수사 자료 제출과 출석 요구에 “불법적”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앨빈 브래그 맨해튼지검 검사장의 법률고문인 레슬리 듀벡은 23일 짐 조던 법사위원장 등 브래그 검사장의 의회 출석을 요구한 공화당 하원 지도부 3명에게 보낸 공개서한에서 “그런 요구는 뉴욕의 자치권에 대한 불법적 침해”라고 밝혔다. 앞서 조던 위원장 등은 검찰이 2016년 대선 직전 포르노 배우와의 성관계에 대해 입막음용 돈을 건넨 트럼프 전 대통령의 기소를 추진하자 수사 자료 제출과 브래그 지검장의 증언을 요구했다.

브래그 지검장 쪽은 “진행 중인 형사사건 수사는 주 법률에 따라 기밀을 유지해야 한다”며, 공화당 쪽 요구는 “지방 검찰의 기소에 대한 전례 없는 조사”를 하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의회는 진행 중인 수사를 검토하는 데 적절한 기구가 아니다”라며, 수사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는 기능은 법원에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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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래그 지검장 쪽은 공화당 쪽 요구가 트럼프 전 대통령이 검찰이 자신을 체포할 것이라는 “거짓 예상”을 퍼뜨린 뒤에 나왔다는 점도 지적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18일 소셜미디어에 “공화당 (대선 후보) 선두 주자이자 전직 미국 대통령이 다음주 화요일(21일)에 체포당할 것이다. 항의하라. 우리 나라를 되찾자”라는 글을 띄웠다. 이는 기소를 피할 수 없다고 보고 지지자들에게 항의 행동을 촉구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졌고, 그의 측근 의원들은 검찰에 대한 공격에 나섰다.

맨해튼 검찰의 정면 반박에 대해 하원 공화당 법사위원들은 트위터에 “앨빈 브래그는 다른 주에 사는 정치적 반대자를 괴롭히지 말고 뉴욕시의 실제 범죄자들을 기소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는 글을 올렸다. 줄곧 뉴욕을 주소지로 삼았던 트럼프 전 대통령은 2019년 그가 소유한 마러라고 리조트가 있는 플로리다주 팜비치로 주소지를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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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해튼 검찰과 공화당이 신경전을 벌이는 가운데 트럼프 전 대통령이 기소 가능성을 둘러싼 긴장도 이어지고 있다. 그가 기소되면 출석해야 하는 맨해튼 형사법원 주변에는 지지자들의 난동에 대비해 20일에 바리케이드가 설치됐다.

<뉴욕 타임스>는 이르면 다음주에 트럼프 전 대통령이 기소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검찰이 기소 여부를 결정하려고 소집한 대배심에서 시민들로 이뤄진 23명의 배심원들 중 과반이 찬성하면 그는 법정에 서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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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포르노 배우 스토미 대니얼스에게 13만달러(약 1억6800만원)를 건네는 과정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역할을 했는지 조사해왔다. 대니얼스에게 먼저 돈을 주고 나중에 트럼프 전 대통령의 회사에서 변제를 받은 그의 ‘집사 변호사’ 출신인 마이클 코언은 수사에 협조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워싱턴/이본영 특파원

ebo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