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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미국·중남미

안팎으로 골치 아픈 바이든, 취임 9개월 만에 ‘리더십 위기’

등록 :2021-11-05 04:59수정 :2021-11-05 08:57

버지니아 주·부지사 투표 지고
낙승 예상 뉴저지에선 간신히 승리
경재 3중고와 아프간 철군 등으로 흠집

‘더 나은 재건’ 예산 교착 상황 계속되면
국정운영 어젠다 잃고 회복 힘들 듯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3일 워싱턴에서 5~11살 코로나19 백신 접종 시작에 관해 연설을 하던 도중에 머리를 긁적이고 있다. 워싱턴/EPA 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3일 워싱턴에서 5~11살 코로나19 백신 접종 시작에 관해 연설을 하던 도중에 머리를 긁적이고 있다. 워싱턴/EPA 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대선에서 승리한 지 불과 1년 만에 안팎에서 몰아친 ‘리더십 위기’에 직면하게 됐다. 코로나19 대유행이 끝나며 시작된 국내외 ‘대형 이벤트’에서 신통치 않거나, 뼈아픈 성적표를 받아 든 탓이다. 벌써부터 내년 11월 열리는 ‘중간선거’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2일 버지니아 주지사 선거에서 글렌 영킨 공화당 후보가 50.9%를 얻어 48.4%에 그친 현직 주지사인 테리 매콜리프 민주당 후보를 꺾었다. 1년 전 대선에서 10%포인트나 앞섰던 ‘텃밭’을 1년 만에 내준 것이다. 같은 날 치러진 버지니아 부지사와 검찰총장 선거에서도 공화당이 모두 이겼다. 버지니아는 2008년 이후 대선에서 민주당이 거듭 이겨온 ‘파란색 주’였다.

뉴저지 주지사 선거에선 고전 끝에 간신히 이겼다. 현직 지사인 필 머피 민주당 후보는 잭 치아타렐리 공화당 후보를 상대로 밤샘 살얼음판 승부를 벌이다 불과 1.2%포인트 차이로 승리를 거뒀다. 이곳 역시 지난 대선에서 민주당이 15%포인트 이상 차이로 낙승한 곳이었다.바이든 행정부의 국정운영에 대한 중간투표 격으로 치러진 선거에서 민주당 후보들이 약세를 면치 못한 것이다.

손쉽게 이겼어야 했던 버지니아에서 패하고, 뉴저지에서 고전하며 바이든 행정부는 취임 9개월 만에 큰 정치적 위기에 빠지게 됐다. 국내 경제는 △물가상승 △공급망 정체 △노동력 부족 등 ‘삼중고’에 둘러싸여 있고, 8월 단행한 아프가니스탄 철군을 둘러싼 혼란과 이란 핵협정 복귀 협상 난항 등으로 ‘글로벌 리더십’에도 큰 흠집이 남았다. 취임 직후 57%였던 바이든 대통령 지지율은 10월 말 현재 42%로 역대 대통령 중 최저 수준을 기록 중이다. 1950년대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대통령 이후 취임 첫해 10월 지지율로는 전임자인 도널드 트럼프의 37%를 간신히 앞선 것이다. 당장의 국정운영뿐만 아니라 내년 11월 중간선거에서도 민주당에 적색 경보가 켜졌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달 30~31일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와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 등을 통해 실추됐던 지도력 회복을 노렸다. 하지만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등이 불참하며 의미 있는 회담 기회조차 갖지 못했다. 2일 총회 직후 기자회견에서 시 주석을 향해 “큰 실수를 했다”며 목소리를 높였지만, 기후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내놓은 ‘더 나은 재건’ 예산안은 민주당 내 진보-보수 간의 이견으로 결론을 못 내고 있다. 애초 3조5천억달러(약 4116조원) 규모였던 예산안은 조 맨친(웨스트버지니아) 등 보수파 상원 의원들의 반대로 1억8500만달러로 ‘반토막’ 났는데도 여전히 통과를 낙관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 시절 ‘흑인 생명도 소중하다’란 구호를 앞세운 전국적인 반인종주의 민권확대 운동의 산물로 나온 경찰개혁법과 투표권개혁법안은 김이 빠져 있다. 민주당 지지층을 투표소로 이끌어 내야 할 활동가들이 열정을 갖고 민주당을 지원해야 할 이유가 사라진 셈이다.

씁쓸한 선거 결과를 확인한 바이든 대통령은 3일 “내가 아는 것은 사람들은 우리가 일을 해내기를 바란다는 것”이라며 민주당 내 이견에 가로막혀 있는 더 나은 재건 예산안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어 예산안을 “선거일 전에 통과시켰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아쉬움을 감추지 않았다.

하지만 진정한 문제는 당내 온건-보수파 의원들이 선거에서 고전한 원인을 바이든 대통령의 간판 정책인 이 예산안에서 찾고 있다는 점이다. 하원의 진보 의원들은 서민과 중산층의 삶의 질을 바꿀 예산안을 통과시키지 못한 것이 패배의 원인이라고 본다. 보수 의원들은 애초 예산안 추진 자체가 무리였다며 맞서고 있다. 버지니아에 지역구를 둔 애비게일 스팬버거 하원의원은 <뉴욕 타임스>에 “아무도 그(바이든)를 프랭클린 루스벨트가 되라고 뽑지 않았다. 일상을 회복하고 혼란을 종식시키라고 선출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시절의 비정상을 되돌리고, 코로나19 위기에서 벗어나는 것이 급선무인데, 무리한 개혁을 하고 있다는 비판이다. 상원에서 이 법안을 가로막는 맨친 의원 등의 벽을 넘으려고 바이든 대통령이 추가 양보를 하면, 하원 진보 의원들의 ‘비토’가 예상된다.

문제는 시간이다. 10월 초 봉합했던 연방정부 부채 상한선 문제가 12월 초 해결되지 않으면, 정부 폐쇄 위기가 닥친다. 대형 지출 예산을 둘러싼 교착 상황이 정부 폐쇄와 겹치면 바이든 대통령의 국정운영 어젠다가 실종될 수 있다. 바이든 대통령에게는 이번 연말까지 이어지는 시간이 ‘최대 위기’이자 상황을 반전이 가능한 ‘최대 기회’인 셈이다.

바이든 대통령이 현재 위기 대응에 실패해 내년 중간선거에서 지면, 아슬아슬하게 유지되고 있는 민주당의 의회 내 우위가 무너진다. 바이든 대통령은 회복하기 힘든 정치적 내상을 입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민주당 전략가들은 이번 선거에서 교외 중산층이 여전히 우군임이 확인됐고, 예산안 통과 이후 지지층이 재결집할 것이라 진단하고 있다고 <뉴욕 타임스>가 전했다.

정의길 선임기자, 워싱턴/황준범 특파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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