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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직장·취업

‘문화 바람’ 난 기업, 직원을 춤추게 하다

등록 :2008-01-20 21:18수정 :2008-01-21 09:58

문화·예술 관람을 하거나 동호회 활동에 참여하는 회사들이 늘고 있다. 사진은 공연을 준비 중인 울산남성합창단의 모습. 현대중공업 제공.
문화·예술 관람을 하거나 동호회 활동에 참여하는 회사들이 늘고 있다. 사진은 공연을 준비 중인 울산남성합창단의 모습. 현대중공업 제공.
신바람 일터 만들기 1부 ④ 문화경영
현대중공업 조선외주제작지원부에서 일하는 윤병현(46)씨는 사내 합창단 모임이 있는 날이면 작업 중에도 혼자서 흥얼거리기 일쑤다. 그는 5년째 바리톤 파트를 맡고 있다. 매주 화요일 저녁, 집에서 회사 앞 현대예술관으로 발걸음을 옮길 때는 저절로 콧노래가 흘러나올 정도다. 한번쯤 연습을 빼먹을라치면 아내와 아이들이 먼저 성화를 부린다. 윤씨는 “선체의 블록을 만드는 협력사에 철판을 내보내는 업무를 맡는데, 트레일러 기사들과 언쟁을 벌일 때도 적지 않았다”면서 “합창 덕분에 마음의 여유도 커졌고, 큰 소리 치는 일도 사라졌다”고 귀띔했다.

공연 관람하고 취미·교양 강좌 ‘경영’에 도입
직원 스트레스·이직률 줄고 생산성은 늘어나고

‘문화경영’ 바람이 불면서 문학과 예술이 직장 안으로 파고들고 있다. 문화경영을 도입한 기업들은 공연·예술을 함께 관람하고 취미와 교양을 나누면서 임직원들의 스트레스도 줄고 조직문화가 여유로워지는 효과를 봤다고 입을 모은다. 최근 활발해지는 기업들의 ‘메세나’(문화·예술 후원) 활동도 단순 기부나 브랜드 홍보 차원을 넘어 기업문화까지 바꾸는 결과를 낳고 있다.

울산지역 아마추어 예술단체의 하나인 울산남성합창단에는 현대중공업 임직원과 교사, 피아노 조율사, 입시학원장 등 다양한 직업과 이력의 시민 40명이 활동하고 있다. 지난 2002년 창단해 지금껏 4차례 정기연주회를 열었고, 1년 전에는 태국 톤부리공과대학의 초청으로 국외연주회까지 다녀왔다. 합창단에서 테너를 맡고 있는 경영지원본부의 박중순(56) 전무는 “과거 울산하면 퇴근 뒤에 소주한잔 마시는 낙밖에 없는 문화소외 지역이었다”면서 “현대예술관을 거점으로 다양한 문화·예술 관람 및 취미생활이 꽃피면서 노사문화도 안정돼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대중공업은 현대예술관과 문화센터 등에 연간 150억원을 투입해 기획공연, 전시회, 산업현장 콘서트, 환경문화영화제를 마련하고 있으며, 지난해부터는 1000원으로 고급공연을 감상할 수 있는 ‘행복한 음악회’ 프로그램도 도입했다.

문화경영은 대기업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지난해 인쇄관련 업체 성도지엘로 이직한 김광윤 차장은 직원들 앞에서 ‘마리아 칼라스’에 대한 강연을 준비하라는 지시를 받고 크게 당황했다. 김 차장은 “클래식에 문외한인 처지라 강연을 앞둔 일주일 내내 전전긍긍했다”면서 “뮤지컬을 단체로 관람하고 송년 모임을 아예 ‘클래식과 함께하는 가족의 밤’으로 대체할 만큼 성도지엘의 문화사랑이 남다르다는 걸 실감했다”고 말했다.

성도지엘의 이도상 부사장은 “업종이라는 특성 탓에 문화생활과 가까울 듯하지만, 실제 인쇄 관련업체들은 문화와 담을 쌓고 지낸다”고 말했다. 그만큼 성도지엘의 문화경영 전환이 쉽지는 않았다는 말이다. 7~8년 전 술집 접대를 없애고 직원들에게 독서 및 문화활동 참여를 독려하자 몇몇 직원들이 직장을 그만두는 일도 벌어졌다. 그러나 한달에 한편 독후감 쓰기, 고객사 초청 콘서트 관람, 파주 헤이리에 있는 씽크씽크 아트 뮤지엄 운영 등을 지속하면서 임직원은 물론 고객사까지 문화경영에 대한 신뢰가 쌓이기 시작했다. 이 부사장은 “매출이 매년 두 배씩 늘어나고 이직률은 한자릿수로 뚝 떨어졌다”면서 “이만하면 문화가 기업을 춤추게 하는 것 아니냐”고 자랑했다.


다음커뮤니케이션, 씨제이, 웅진코웨이, 휴맥스 등도 문화경영으로 유명세를 탄 기업들이다. 다음커뮤니케이션은 120평 규모의 오프라인 카페 ‘다방’을 회사안에 만들어 비정기 영화상영회, 각종 보드게임 등을 즐길 수 있게 꾸몄으며, 피아노·드럼 등 각종 악기까지 비치해뒀다. 웅진코웨이는 2003년부터 사내문화강좌 프로그램인 ‘하자’를 개설해 종이공예, 경락마사지 등을 직원들이 배울 수 있도록 하고, 씨제이는 2006년부터 서울발레시어터를 통해 임직원과 일반인들이 참가하는 발레교실을 정기적으로 연다. 휴맥스는 분당 수내동에 위치한 사옥 지하 1층 ‘휴맥스아트홀’에서 ‘휴맥스와 함께하는 예술여행’이라는 주제로 지난해 4월부터 매달 직원과 주민을 위한 무료 문화예술 공연을 열고 있다.

임주환 기자 eyeli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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