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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산업·재계

현대차 ‘6년·12만km 알짜 중고차’ 찜…중고차 업계 부글부글

등록 :2021-05-27 04:59수정 :2021-05-27 18:05

현대차, 중고차시장 진출 여부 협의 착수
광주광역시 풍암동 자동차 매매단지. 광주시 제공
광주광역시 풍암동 자동차 매매단지. 광주시 제공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현대차그룹의 중고차 시장 진출이 본격 논의될 예정인 가운데, 현대차가 ‘등록 6년, 주행거리 12만km 이내’ 중고차만 취급한다는 방안을 중고차 업계에 제시한 것으로 확인됐다. 현대차는 상생안으로 내세우나 중고차 업계는 알짜 매물을 다 빼앗긴다며 부글부글 끓고 있다.

현대차가 던진 상생안

26일 <한겨레> 취재 결과, 현대자동차 등 완성차 업계 이해를 대변하는 한국자동차산업협회는 최근 중고차 업계에 이 같은 방안을 전달했다. 신차 등록 6년 및 주행거리 12만km 이내인 쏘나타를 타는 소비자가 그랜저 신차를 구매할 때 현대차가 직접 중고 쏘나타를 사주고 시장에서 되팔겠다는 것으로 취급할 중고차에 제한을 둔다는 취지다.

김주홍 자동차산업협회 전무는 “현재 수입차 업체들도 특정 조건에 맞는 인증 중고차 매물을 직접 취급한다”며 “완성차 업체가 한정된 물량만 가져가고 나머지는 중고차 업체에 넘기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형식은 자동차산업협회가 제시하는 모양새를 취했으나 실제로는 현대차가 마련한 방안이다. 완성차 업체 중 중고차 시장 진출을 준비하는 곳은 현대차가 유일하다. 앞서 지난해 10월 국회 국정감사에 출석한 현대차 고위 임원이 중고차 시장 진출을 언급하면서 이 회사의 중고차 시장 진출 문제가 수면 위로 급부상했다.

중고차 업계는 현대차의 제시안에 펄쩍 뛴다. 기업형 중고차 업체의 한 관계자는 “국내 중고차 시장 매물 중 현대차와 기아차 비중이 80%가 넘는다”며 “등록 6년, 주행거리 12만km 이내 차량만 취급하겠다는 건 상생안이 아니라 현대차가 알짜 매물을 독차지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 수입차를 제외한 노후 중고차만 거래해선 업계가 고사 상태에 놓일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여당이 해법 마련 할까?

완성차와 중고차 업계의 대립으로 정치권이 뒤늦게 마련한 논의의 장도 공회전할 가능성이 작지 않다.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는 다음달 초 현대차의 중고차 시장 진출 문제를 논의하는 협의기구를 본격 가동할 예정이다. 이 기구엔 현대차와 자동차산업협회 등 완성차 업계, 전국·한국자동차매매사업조합연합회 등 중고차 업계, 국토교통부, 중소벤처기업부 등이 참여한다. 애초 올해 2월 출범 예정이었으나 일정이 넉 달이나 늦어졌다.

현대차의 중고차 시장 진출은 지난 2년간 진척이 없었던 난제다. 현대차와 중고차, 양쪽 업계의 주장이 평행선을 달린 까닭이다. 중고차 매매업은 지난 2013년 대기업이 진출할 수 없는 ‘중소기업 적합 업종’으로 지정됐다가 2019년 초 지정 기한이 끝났다.

이후 중고차 업계는 2018년 시행한 법(소상공인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정부에 중고차 매매업을 ‘소상공인 생계형 적합 업종’으로 지정해 달라고 2019년에 신청했다. 생계형 업종은 영세 상인 보호라는 법 취지에 따라 지정 후 5년간 대기업과 중견기업의 시장 진출을 금지한다. 신규 사업을 위해 회사를 차리거나 기존 중소 사업자를 인수할 수도 없다.

하지만 생계형 업종 지정이 필요한지 심의하는 동반성장위원회는 2019년 11월 정부에 지정 ‘비추천’ 의견을 냈다. 최종 결정권을 가진 중소벤처기업부도 지난해 5월 심의 기한이 만료됐으나 아직 결론을 내리지 못한 상태다. 중고차 업계의 반대를 고려해서다.

현대차는 논의에 시간을 끌수록 소비자 피해가 커진다고 주장한다. 최근 중고차 거래 시장의 사건·사고가 잇따르며 중고차 업계에 썩 우호적이지 않은 여론을 등에 업으려는 전략이다. 이번 협의기구에 참가하는 중고차연합회 쪽 관계자는 “일부 범죄자를 이유로 중고차 업계 전체를 비판하는 것은 경찰을 사칭한 보이스피싱 사기 사건을 놓고 경찰을 욕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협의기구에서 중고차 허위·미끼 매물 상시 모니터링 및 처벌 등 소비자 보호 강화 방안을 적극적으로 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여당은 이번 을지로위원회의 논의에 시한을 정해놓고 결론이 나지 않을 경우 중기부에 안건을 넘길 계획이다. 더는 시간을 끌지 않겠다는 것이다. 이항구 한국자동차연구원 연구위원은 “해외 사례나 자동차 기술 고도화로 인한 정비 어려움 등을 고려하면 완성차 업체의 중고차 시장 진출을 계속 막긴 어려워 보인다”며 “다만 현대차가 중고차 거래 시장에 뛰어들면 차량 가격 인상 등 독점으로 인한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박종오 기자 pjo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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