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3대 가전·정보기술(IT) 박람회 가운데 하나인 독일 국제가전박람회(IFA)가 오는 9월3일부터 시작된다. 하지만 올해 행사는 ‘반쪽’ 박람회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매년 최대 규모로 전시장을 꾸려온 삼성전자 등 굵직한 기업들이 코로나19 사태로 불참하기 때문이다. 이들이 빠진 빈자리엔 중국 기업들이 대거 참여해 기술력을 선보일 예정이다.
독일 국제가전박람회 주최 쪽은 코로나19 팬데믹이 세계를 휩쓴 지난 4월 새로운 콘셉트의 박람회를 개최한다고 밝힌 바 있다. 지난해엔 9월6일부터 11일까지 6일간 가전·정보기술 업체 1900곳이 참가해 25만명의 방문객을 모았지만, 올해는 행사 기간을 3일로 줄이고 하루 관람객도 업체 관계자와 언론인 등 1천명으로 제한했다. 오프라인 전시회 규모도 대폭 축소하고 대부분 행사는 온라인으로 진행된다.
지난 8월6월 일찌감치 불참을 선언한 삼성전자는 자체 브랜드 파워를 통해 독자 마케팅에 주력하고 있다. 우선 박람회 이틀 전인 9월1일 갤럭시폴드 다음 제품인 ‘갤럭시지(Z)폴드2’ 홍보를 위한 온라인 언팩(Unpack)을 진행한다. 다음날인 2일에도 ‘멈추지 않는 일상’이라는 주제로 유럽 시장을 겨냥한 자체 온라인 행사를 연다. 이 행사에서는 모바일 제품이나 티브이(TV) 등을 포함해 세탁기·건조기 등 다양한 가전제품을 소개한다.
이와는 달리 중국 기업들은 대거 참여한다. 8월31일 현재 독일 국제가전박람회 누리집에 게시된 참가업체는 모두 942개. 이 중 84.5%(796개)가 중국 기업이다. 중국은 매년 참가업체 수를 꾸준히 늘려왔다. 2018년 665개(37%), 2019년 786개(41%) 업체가 참가했다. 올해 전 세계 기업들의 박람회 참가가 절반으로 줄면서 중국 기업의 참가 비율도 자연스레 치솟았다. 언론 간담회에 참가하는 중국 기업도 화웨이, 티시엘(TCL), 하이얼, 리얼미, 아너, 투야 등 6곳으로 주최국인 독일 다음으로 많다. 특히 지난해 박람회에서 처음으로 5세대(5G) 통합칩(SoC) ‘기린 990’을 선보인 화웨이가 이번 박람회에서 다음 버전 ‘기린 1000’을 공개할지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이번 박람회에 참가하는 한국 주요 기업은 엘지(LG)전자와 현대자동차이다. 엘지전자는 박일평 사장(CTO·최고기술책임자)이 언론 간담회 연사로 나서 뉴노멀 시대에 고객들이 집을 중심으로 더욱 안전하고 편리한 삶을 누리는 미래 비전을 선보인다. 다만 엘지전자는 ‘온택트’(Ontact) 콘셉트에 맞춰 오프라인 전시장 없이 국내에서 주택을 마련해 이를 배경으로 최신 가전제품과 정보기술을 온라인으로 선보일 예정이다.
올해 처음 독일 국제가전박람회에 참가하는 현대자동차도 오프라인 전시장은 운영하지 않는다. 현대차는 알버트 비어만 연구개발(R&D)본부장과 김세훈 연료전지사업부장이 온라인으로 전동화, 자율주행, 수소차 등에 대한 미래 비전을 소개할 예정이다.
송채경화 기자 khsong@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