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미국 엔비디아에 5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3E)를 공급하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3일 대만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 자료를 보면, 삼성전자는 최근 엔비디아의 H200에 탑재되는 5세대 고대역폭메모리의 품질 검증 절차를 마치고 납품하기 시작했다. 발열 문제로 검증을 통과하지 못하고 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온 지 석달여 만이다. H200은 엔비디아가 올해 판매하기 시작한 인공지능(AI) 칩 신제품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고객사와 관련된 건 확인해줄 수 없다”고 말했다.
삼성전자의 고대역폭메모리(HBM) 경쟁력을 둘러싼 논란이 일차적으로 수그러드는 모습이다. 앞서 삼성전자는 인공지능 열풍 속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주목받은 고대역폭메모리 경쟁에서 뒤처졌다는 비판에 직면한 바 있다. 특히 에스케이(SK)하이닉스가 지난 3월 5세대 제품을 엔비디아에 공급하기 시작한 뒤로도 삼성전자 쪽에선 소식을 전하지 않자 회사 주가도 지지부진한 추이를 보여왔다. 이번에 수개월 늦게나마 대열에 합류하게 된 셈이다.
다만 삼성전자의 공급 물량은 미지수로 남아 있다. 앞서 엔비디아는 하이닉스와 미국 마이크론 테크놀로지에서 5세대 제품을 공급받아왔는데, 이제까지는 하이닉스 물량이 절대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엔비디아가 올해 말께 공급하기 시작할 차기작 ‘블랙웰’ 시리즈에 삼성전자 제품이 탑재되는 시점도 아직 확정되지 않은 상황이다. 트렌드포스는 “하이닉스 제품은 H200과 B100(블랙웰)에 전부 들어가고 있다”며 “(삼성전자의) 블랙웰 시리즈 검증은 진행 중”이라고 했다.
이재연 기자 jay@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