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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산업·재계

미국 반도체·전기차·바이오 인센티브에…국내 제조업 어쩌나?

등록 :2022-09-16 05:00수정 :2022-09-16 10:14

미 자국 바이오 육성 등에 20억달러 지원
대기업에 중견·협력기업도 대미 투자 검토
전문가 “정부 차원, 큰 그림의 산업정책 필요”
윤석열 대통령(왼쪽 두번째)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맨 왼쪽)이 5월20일 경기도 평택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안내를 받으며 생산시설을 둘러보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왼쪽 두번째)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맨 왼쪽)이 5월20일 경기도 평택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안내를 받으며 생산시설을 둘러보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미국 정부가 자국 내 생산시설 확대를 위해 주요 산업에 인센티브 제공 및 자국산 제품 우대 방침을 내걸고 있는 것에 맞춰 국내 기업들이 대미 투자 계획을 속속 내놓고 있다. 대·중견기업들은 앞다퉈 기존 투자계획을 앞당기거나 추가 투자를 약속하고, 협력업체 쪽에선 대기업들의 미국 내 생산시설 구축 행보에 합류하려는 움직임이 가시화하고 있다. 이에 국내총생산(GDP)의 27.0%(2021년 기준)를 차지하는 제조업 기반이 허물어지고, 신산업의 성장동력이 약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5일 미국 백악관 누리집을 보면, 미국은 앞으로 5년 동안 바이오 생산시설 구축에 10억달러(약 1조4천억원) 규모의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등 총 20억달러(2조8천억원)를 투자해 생명공학·바이오 제조업을 육성하기로 했다. 지난 12일 바이든 대통령이 서명한 ‘국가 생명공학 및 바이오 제조 이니셔티브’다. ‘반도체법’, ‘인플레이션 감축법’ 등을 통해 반도체·전기차·배터리 제조 기반을 강화하는 계획을 내놓은데 이어, 이번에는 제약·바이오 제조 기반 구축에 나선 것이다. 김양희 대구대 교수(경제학)는 “지난해 미국이 10대 품목을 찍어 국내 생산 역량을 강화하겠다고 밝힌 데 이은 후속 조처가 줄줄이 나오고 있는 것”이라며 “미국도 중국처럼 자국 내에 산업 생태계를 갖추겠다는 의도”라고 짚었다.

이에 국내 기업들의 대미 투자 행보도 빨라지고 있다. 한 바이오업체 관계자는 “미국 고객들로부터 자국 내에 생산시설을 두라는 요청이 있어 검토를 해왔는데, 미국 정부가 인센티브까지 내거니 검토를 더 적극적으로 할 수밖에 없게 됐다”고 말했다. 배터리 업종에선 수년간 고민하던 대미 투자를 시행하려다 정부 불허로 제동이 걸린 사례도 나왔다. 엘앤에프가 미국에 이차전지용 양극재 생산시설을 마련하려는 계획에 대해, 산업통상자원부가 핵심기술 보호조처 미비를 이유로 막았다. 엘엔에프는 보호 조처를 강화해 재심의를 요청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엘지(LG)에너지솔루션은 1조7천억원을 들여 미국에 공장을 신설하는 계획을 경기 침체를 이유로 미루기로 했다가 다시 예정대로 진행하기로 방침을 바꿨다. 조만간 투자 일정을 밝힐 예정이다. 현대차는 2025년 상반기로 잡았던 미국 내 전기차 전용공장 완공 시점을 2024년 하반기로 앞당겼다. 자동차 부품업체 관계자는 “현대차가 기존 협력업체를 지목해 함께 현지 진출에 동반시킬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삼성전자와 에스케이(SK)하이닉스도 미국 내 반도체 공장 신설·확대 계획을 밝혔다.

이같은 움직임은 최근 반등세를 보이고 있는 국내 제조업 투자 흐름에 찬물을 끼얹을 가능성이 높다. 반도체·디스플레이·자동차·의약 등 제조업 고기술사업군 설비투자는 2017년 64조8천억원에서 2019년 54조4천억원으로 감소했다가 지난해에는 다시 69조5천억원으로 늘었다. 2010∼21년 기준 반도체 설비투자가 353조원으로 가장 많았고, 디스플레이(105조원), 자동차(95조원) 등이 뒤를 이었다. 국내 총생산 대비 유망 신기술 연구개발(R&D) 투자 비중도 2008년 1.94%에서 2020년에는 3.34%로 늘었다.

재계 관계자는 “투자 재원이 한정돼 있다. 대미 투자 확대는 곧 국내 투자 감소를 의미한다”고 말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의 한 연구위원은 “국내 대기업이 미국 투자를 늘리면, 협력업체들이 동반 진출할 수밖에 없고, 이는 국내 제조업의 공동화 현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매우 우려스러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정부 대책은 제각각이다. 반도체 육성 방안으로는 인력 양성 방안을 내놨고, 현대차가 인플레이션 감축법에 따른 인센티브를 못받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자 정부 관계자들이 대거 미국 방문에 나섰다. 미국의 바이오 제조 이니셔티브에 대해서는 “한-미 간 협의 채널을 통해 논의한다”는 계획이다. “미국이 안보, 탄소중립, 에너지전환 등을 명분으로 ‘작전’을 하듯 각종 제도을 개선하고 있는 것과 대비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양희 교수는 “미국의 행보는 우리에게 중국을 견제할 수 있다는 긍정적 의미와 함께 국내 제조업 기반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도 갖게 한다”며 “정부가 큰 그림을 갖고 기술경쟁력을 유지·강화해, 제조업 기반이 훼손되지 않에 할 필요가 있다. 전 세계가 기후변화와 에너지 전환을 해가는 상황에서 국내 전체 산업이 제대로 변화하고 있는지 점검해 경쟁력을 강화하는 동시에 대미 투자 확대에 따른 제조업 공동화 우려에 대해서도 전 업종을 아우르는 산업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정훈 기자 ljh9242@hani.co.kr, 안태호 기자 ec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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