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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산업·재계

항공업계, 다음 ‘넘버 투’는 어디?

등록 :2021-11-07 11:07수정 :2021-11-08 02:39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 합병하면
‘2위’ 자리 공석…3위 항공사들 ‘눈독’
공정위 인가조건 ‘공들여’ 작업 중
“항공업계 재편·항공산업 발전” 명분
속내는 “품 안들이고 진입 기회 잡자”
다음 ‘넘버 투(2)’는 어디?

항공업계 얘기다. 현재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 심사 단계를 밟고 있는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합병 절차가 끝나면, 2위 항공사 아시아나항공은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항공업계 쪽에서 보면 2위(넘버 투) 자리가 비는 꼴이다. 이에 벌써부터 어느 항공사가 그 자리를 승계할 지가 뜨거운 관심사가 되고 있다. 그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포석 놓기와 물밑 신경전도 치열하다.

■ 공정위에 “인가조건 꼼꼼히” 작업 중 한 항공사 대외협력팀장은 최근 <한겨레>와 만나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합병 인가 여부를 심사 중인 공정위 쪽에 인가 조건 관련 아이디어와 근거 자료를 제공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고 말했다.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합병이 항공업계를 재편해 항공산업이 발전하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는 점을 명분으로 삼는다. 그러기 위해서는 공정위와 국토교통부 모두 항공업계의 바람직한 재편과 항공산업 육성 관점에서 기업결합 심사를 진행하고, 인가 조건을 달아야 한다는 것이다. 다른 항공사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각 노선별 독과점 심화 여부와 경쟁제한성 발생 가능성은 물론 저비용항공사(LCC)들과 항공정비(MRO) 등 연관 산업에 미치는 영향도 꼼꼼히 살펴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국적 항공업계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각각 ‘넘버 원’(1위)과 ‘넘버 투’ 자리를 차지하고, 저비용항공사들이 ‘넘버 쓰리’(3위)군을 형성하는 구도가 오랜 기간 유지돼왔다. 외형에서 넘버 투는 넘버 원을, 넘버 쓰리들은 넘버 원은 물론 넘버 투 자리도 넘볼 수 없었다. 한국공항공사와 업계 자료를 보면, 지난 8월 기준 항공기 보유 대수가 대한항공 151대, 아시아나항공 81대, 제주항공 44대, 티웨이항공 27대 등으로 1위와 2위, 2위와 3위군 간 격차가 크다. 하지만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 인수·합병하면 이 구도가 깨지게 된다. 아시아나항공이 사라지면서 공석이 되는 넘버 투 자리를 놓고, 넘버 쓰리들이 쟁탈전을 벌일 여지가 생기는 셈이다. 넘버 쓰리들이 “항공업계 바람직한 재편”과 “항공산업 발전”을 강조하는 ‘속내’다.

■ 티웨이항공·제주항공·에어프레미아… 업계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티웨이항공과 제주항공은 물론 신생 에어프레미아까지 넘버 투 경쟁에 뛰어들었다. 티웨이항공은 큰 비행기를 도입해 중거리 국외노선 운항을 꾀하고 있다. 이 업체는 지난 4월 “내년 2월부터 에어버스의 중대형 기종(A330-300) 3대를 순차적으로 도입하는 내용의 항공기 임대차 계약을 체결했다. 현재 운항 중인 보잉-737 기종 항공기로는 승객을 최대 189명까지 태워 타이 푸켓 정도 거리만 갈 수 있으나 새로 도입하는 큰 항공기는 승객 300명 이상을 태우고 최대 1만1750㎞까지 비행할 수 있어 싱가포르·하와이·크로아티나·시드니까지도 갈 수 있다. 대상 국가들의 코로나19 방역 상황을 보며 중장거리 쪽으로 노선을 확대해나갈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당시 경쟁 저비용항공사들은 티웨이항공의 발표에 “항공기 기종을 다양화하면 조종사 훈련비와 항공기 정비비 등 모든 비용이 상승해 사실상 저비용항공사 전략을 포기하는 것과 다름없다”며 고개를 갸우뚱했는데, 뒤늦게 넘버 2 자리를 향한 포석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업계에선 티웨이항공의 최대주주인 예림당 창업자가 직접 나서고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하이브리드항공사’를 표방하는 에어프레미아도 중거리 노선에서 기회를 보고 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장악해온 알짜 노선 진입 기회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반면 제주항공은 단거리 노선·운항 점유율을 높일 기회를 엿보고 있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단거리 노선에 관심을 갖고 있다. 항공기 기종을 다양화에 따른 비용 증가 부담 없이 단거리 노선 운항 편수를 늘리는 방식으로 점유율을 높일 기회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한결같이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합병이 불러올 항공업계 재편 과정에서 도약의 기회를 찾는 모습이다. 2위 자리를 넘보지 못할 항공사들도 나름대로의 욕심과 기대를 갖고 신경전에 나선다. 공정위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기업결합 심사를 하면서 독과점 심화로 경쟁이 제한될 수 있다고 판단해 특정 노선의 운항 편수를 줄이라거나 철수하라는 인가조건을 다는 경우, 그 노선을 노려왔거나 운항 편수 확대를 꿈꿔온 경쟁 항공사 쪽에서는 시간과 품을 덜들이고 원하던 바를 이루는 기회를 얻을 수 있어서다.

■ 한국이통-신세기통신 합병 사례 소환도 이미 공정위는 일부 노선에서 경쟁 제한성이 발생한다고 보고, 노선·운항 허가권을 가진 국토교통부와 이를 해소하기 위한 업무협약까지 맺었다. 한 항공사 관계자는 <한겨레>와 통화에서 “아시아나항공이 오랜 기간 대한항공 ‘따라하기’를 해왔고, 두 항공사 계열 저비용항공사(진에어·에어서울·에어부산)들의 노선도 상당 부분 겹친다. 노선과 운항 편수 등에서 꽤 많은 부분을 내놔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넘버 투 자리를 노리는 항공사들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합병 인가조건과 별개로 대한항공 계열 저비용항공사 진에어의 아시아나항공 계열 저비용항공사 에어서울·에어부산 합병에 대해서도 별도의 인가조건을 부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셋이 합쳐진 항공사가 저비용항공 시장에서 월등한 지배력을 갖게 된다는 이유에서다. 대한항공은 이와 관련해 “계열 저비용항공사 3곳을 따로 합친다는 것만 정해졌을 뿐, 지배구조를 한진칼 밑에 둘지, 대한항공 밑에 둘지 등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3위군 항공사들은 1990년대 말 한국이동통신의 신세기통신 인수·합병 사례를 소환한다. 당시 두 통신사의 합병 뒤 가입자점유율이 55%(매출액점유율은 63%)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자, 공정위는 ‘가입자점유율을 50% 밑으로 낮추라’는 조건을 달아 기업결합을 인가했다. 이후 한국이동통신이 가입자점유율을 낮춰 인가조건을 충족시키기 위해 유통점으로 하여금 경쟁업체 영업에 나서게 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한편,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합병이 이뤄지기 위해서는 우리나라와 유럽연합·미국·중국·일본·베트남·터키·타이·대만 등 9개 나라에서 기업결합 승인을 받아야 한다. 7일 현재 터키·타이·대만 등 3개국에서만 승인이 난 상태이다. 공정위는 10월27일 출입기자단 대상 정책 소통 간담회에서 “연내에 심사보고서가 전원회의에 상정될 수 있게 하겠다”고 밝혔다. 공정위는 이어 “최종 결정까지는 변수가 많다”고 덧붙였다.

김재섭 선임기자 jskim@hani.co.kr, 사진 각 항공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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