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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산업·재계

삼성·SK 반도체 정보 제출 D-5…“민감한 정보 제출 없을 듯”

등록 :2021-11-03 16:10수정 :2021-11-04 02:39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4월12일 백악관에서 열린 글로벌 반도체 기업 대표들과의 반도체 공급망 관련 화상회의에서 실리콘 웨이퍼(반도체 기판)를 들어 보이며 연설을 하고 있다. 워싱턴/AP 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4월12일 백악관에서 열린 글로벌 반도체 기업 대표들과의 반도체 공급망 관련 화상회의에서 실리콘 웨이퍼(반도체 기판)를 들어 보이며 연설을 하고 있다. 워싱턴/AP 연합뉴스
지난 9월 미국 정부가 글로벌 반도체 기업에 요구한 주요 공급망 정보 제출 시한이 닷새 앞으로 다가왔다. 전례 없는 요구에 난감한 기색을 보였던 국내 기업들은 민감 정보를 최소한으로 노출하는 선에서 자료를 제출할 전망이다.

3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삼성전자와 에스케이(SK)하이닉스 등 국내 기업은 고객사와의 계약서상 기밀유지협약(NDA)을 깨지 않는 선에서 마감시한인 8일까지 미 상무부에 자료를 제출한다. 앞서 미 상무부는 지난 9월23일(현지시각) 백악관의 반도체 공급망 점검회의 뒤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에 제품별 주요 고객 명단과 매출 비중, 재고, 수율 등의 정보를 담은 설문지를 제출하라고 통보했다. 반도체 수급 현황 파악을 넘어 영업 기밀도 내놓으라는 취지로 해석되면서 논란이 일었다.

국내 기업 및 미 상무부와 막바지 이견 조율에 들어간 정부는 국내 반도체 기업의 기밀 유출을 우려할 만한 수준의 정보를 미국에 제공할 가능성은 작다는 입장이다. 최우석 산업통상자원부 소재융합산업정책관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미국의 요구는) 기업이 자율적으로 제출하는 거라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등 국내법에 저촉되지 않는다. 고객사와의 계약상 문제가 될 수 있는 관련 정보도 대부분 제출되지 않을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는 미국이 자료 제출을 요구한 명분인 ‘공급망 안정화’에는 공감하면서도 지금껏 겪어본 적 없는 상황이 고민스럽다는 반응이다. 안기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전무는 “자국(한국) 정부도 그동안 이런 정보를 요구했던 적이 없으니 기업들 입장에선 난감하다. 글로벌 기업들이 공급자로서 반도체 공급 안정화를 도와야 하는 것은 맞지만, 생각지도 못한 절차가 생겼으니까 고민을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김기남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달 26일 ‘2021 한국전자전’(KES)에서 기자들과 만나 “여러 가지 사항을 고려해 (미국의 정보 제출 요구에) 차분히 잘 준비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이 가장 민감하게 생각하는 정보는 주요 고객사 명단 및 생산량 자료다.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삼성전자와 에스케이하이닉스의 다수의 고객사가 회자되지만, 이들 기업이 대형 거래 업체를 빼면 주요 거래선을 공개한 적은 없다. 특히 거래선별 제품 공급 실적은 비밀에 붙여왔다. 또한 덩치가 큰 자동차 부품과 달리 반도체 재고량은 외부에서 정확한 추정이 어려운 터라 개별 기업들은 이런 점을 활용해 고객사와의 가격 협상에 나서기도 한다.

세계 최대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 업체인 티에스엠시(TSMC)를 보유한 대만의 경우 정부가 나서 미국의 요구에 공개적으로 반대 입장을 표명했으나 최근 티에스엠시가 입장을 바꿔 자료 제출에 응할 것이란 외신 보도가 나왔다. 고객사가 주문한 맞춤형 반도체 칩을 위탁 생산하는 티에스엠시는 범용 메모리 제품 비중이 높은 국내 기업들보다 고객사 정보 노출에 더 민감한 터라 이례적인 입장 변화라는 평가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티에스엠시는 정말 다양한 고객사와 계약을 맺고 있어 정보가 공개될 경우 (고객사들끼리) 경쟁업체 수주 문제가 제기될 것이고, 그만큼 대형 고객 몇 곳을 제외하면 정보 공개가 (우리보다) 어려운 상황”이라며 “티에스엠시와 대만도 처음에 미국의 요구를 모두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에서 (정보 제출) 일부는 수용하는 쪽으로 바뀐 정도”라고 평가했다.

국내 기업들이 당초 바이든 행정부의 ‘무리한 요구’로 받아들였던 공급망 설문지를 제출하기로 한 것은 이 조사가 한국 기업을 겨냥한 것이 아니란 판단을 했기 때문이란 풀이도 있다. 한 정부 관계자는 “(미국의 반도체 공급망 점검은) 차량용 반도체 부족 때문에 시작된 것인데, 국내 기업은 메모리 제품을 주로 판다. (미국이 필요한) 시스템 반도체와는 관련이 적기 때문에 미국에선 (메모리 반도체 주력 기업을) 크게 생각 안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 전문연구원도 “미국은 자국의 주요 산업이자 관련 종사자가 가장 많은 자동차 산업의 정상화를 위해 반도체 공급망을 문제 삼는 것인 만큼 이 문제가 해소되면 (정보 제출 요구도) 유야무야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선담은 기자 s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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