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학철 엘지(LG)화학 부회장이 지난 17일 미국 현지 인재 채용 행사에서 환영 인사를 하고 있다. 엘지화학 제공
신학철 엘지(LG)화학 부회장이 지난 17일 미국 현지 인재 채용 행사에서 환영 인사를 하고 있다. 엘지화학 제공

“전기차 배터리가 신생 성장 사업이다 보니 전 세계적으로 인력이 부족한 상황이에요. 외국에서 공부하는 유학생들까지 미리 찜하고 있습니다.”

국내 배터리 업체 관계자가 23일 전한 배터리 인재 유치 풍경이다. 기업마다 경쟁력 확보를 위해 인재 쟁탈전을 벌이고 있다는 얘기다.

유학생 입도선매 나선 한국 배터리 회사들

전기차 배터리 및 배터리 소재 대기업의 최고경영자(CEO)들이 최근 너나 할 것 없이 미국으로 날아가고 있다. 에스케이(SK)이노베이션은 다음달 2일 실리콘밸리가 있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인재 영입을 위한 포럼을 열 계획이다.

애초 에스케이는 매년 그룹 차원에서 국외 채용 행사를 개최해 분야별 인력을 뽑아왔다. 주요 계열사 CEO가 모인 수펙스추구협의회 내 인재육성위원회가 이를 담당했다. 그러나 이번엔 에스케이이노베이션의 미래 전략 사업인 배터리와 친환경 소재 분야 인재를 포섭하기 위해 최초로 개별 기업이 행사를 주도하는 것이다.

행사엔 김준 총괄사장을 비롯해 지동섭 배터리 사업 대표, 이성준 환경과학기술원장, 이장원 배터리연구원장 등 이노베이션 경영진이 총출동한다. 미국에서 배터리 분야 석·박사 과정을 밟는 한국인 유학생 등 예비 인재를 초청해 김준 총괄사장이 직접 회사의 미래 사업 계획 등을 프레젠테이션하기로 했다. 최경락 에스케이이노베이션 인재개발실장은 “미국을 시작으로 앞으로 유럽, 일본 등으로 행사를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엘지화학도 지난 17일 미국 뉴저지주 메리어트호텔에서 채용 행사를 가졌다. 신학철 부회장, 유지영 최고기술책임자(CTO) 부사장, 김성민 최고인사책임자(CHO) 부사장 등이 미국 현지 매사추세츠 공과대(MIT), 조지아공과대, 코넬대 등 10여 개 대학과 연구소의 한국인 석·박사 및 학부생 등 40여 명을 초대해 회사의 청사진을 소개했다.

세계 2위 전기차 배터리 업체인 엘지에너지솔루션의 모기업인 엘지화학은 배터리 소재, 친환경·바이오 소재, 신약 개발 등을 자체 신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다. 이중 전기차 배터리에 들어가는 양극재, 분리막 등 주요 소재 분야에만 오는 2025년까지 6조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엘지화학 관계자는 “미국에서 유학 중인 인재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졸업 뒤에 우리 회사에 와달라는 취지”라며 “다양한 분야의 인재들이 모이기 편하도록 중간 지점인 뉴저지를 행사 장소로 정했다”고 했다.

김종현 엘지에너지솔루션 사장도 이달 초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현지 인재 구인 활동을 벌였다. 에너지솔루션 쪽은 “배터리 사업부 분사 전에도 모회사인 엘지화학에서 2000년대 중반부터 해외 채용 행사를 해왔지만 요즘 특히 배터리 분야 연구 인력이 크게 부족한 상황”이라며 “관련 산업이 빠르게 성장하는 만큼 인력도 수요도 많아졌지만 (인력) 공급은 비탄력적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엘지에너지솔루션은 국내 직원 8천여명 중 2천명 이상이 연구·개발(R&D) 분야에서 일한다. 국내 기계·전자·재료공학, 화학과 전공자 등을 수시로 채용하지만 여전히 일손이 달린다고 한다.

뺐고 뺏기는 인력 쟁탈전도 치열…“중국 이직 신중해지는 분위기”

경쟁사보다 인재 확보에서 우위에 서려는 업계의 신경전도 치열하다. 올해 초 합의한 엘지와 에스케이 간 배터리 분쟁도 엘지에서 일하던 직원들이 에스케이로 대거 이직하는 과정에서 영업 비밀인 기술이 유출됐다는 게 핵심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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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무 불이행(디폴트) 위기에 놓인 중국 2위 부동산 개발회사인 헝다그룹은 전기차 사업에 진출하며 에스케이이노베이션 배터리연구소장을 지낸 이준수 전 현대모비스 전무와 엘지화학, 삼성에스디아이(SDI) 출신 인력 등을 대거 영입한 바 있다. 독일 자동차 제조사 폴크스바겐그룹에 전기차 배터리를 공급하는 스웨덴 노스볼트도 삼성에스디아이 등 국내 기업 기술진을 데려가는 데 적극적이다.

한 배터리 소재 대기업 관계자는 “중국의 경우 과거 국내 디스플레이 인력을 많이 빼가면서 상당한 대우를 해줄 것처럼 약속해놓고 정작 1년도 안 돼 내치는 등 처우가 좋지 않다는 소문이 나서 업계에서도 중국회사로 이직하는 걸 조심스러워하는 분위기”라고 귀띔했다.

박종오 기자 pjo2@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