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를 읽어드립니다
0
지난 25일(현지시각) 틱톡 계정을 처음 만든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 5일 기준 해리스 부통령 틱톡 계정 팔로워는 407만명이 넘는다.
지난 25일(현지시각) 틱톡 계정을 처음 만든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 5일 기준 해리스 부통령 틱톡 계정 팔로워는 407만명이 넘는다.

“가입할 때가 됐다고 생각했다!”(Thought it was about time to join!)

지난달 25일(현지시각)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이 틱톡 계정을 처음으로 만들었다. 지난 6월 틱톡에 가입한 공화당 대선주자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 이어 틱톡 선거 활동에 가세한 것이다. 숏폼 형태의 밈(Meme·온라인 유행 콘텐츠) 열풍에 올라탄 해리스 부통령은 현재 미국 젠지 세대(Gen Z·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 출생한 젊은 층)들의 열광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

미국 대선판을 달구는 핵심 전장이 된 틱톡. 하지만 모기업이 중국 정보기술(IT) 업체 바이트댄스이다보니 틱톡은 ‘안보를 위협한다’는 이유로 미국에서 퇴출 위기에 직면해 있는 상황이다. 미 대선과 미중 갈등 한가운데서 ‘뜨거운 감자’로 부상한 틱톡의 ‘투명성·신뢰도’ 정책에 이목이 쏠리는 배경이다.

광고
지난 1일(현지시각) 찾은 싱가포르 틱톡 ‘투명성 및 책임 센터(TAC)’. 박지영 기자
지난 1일(현지시각) 찾은 싱가포르 틱톡 ‘투명성 및 책임 센터(TAC)’. 박지영 기자

지난 1일(현지시각) 찾은 싱가포르 틱톡 ‘투명성 및 책임 센터(TAC·이하 센터)’는 틱톡 콘텐츠의 투명성과 신뢰도를 상징하는 곳이다. 싱가포르 바이트댄스 본사 건물에 자리 잡은 센터는 지난해 10월 문을 열었다. 틱톡은 이 공간을 통해 각국 정부 관계자, 언론인 등을 대상으로 자사의 유해 콘텐츠 심사 과정, 추천 알고리즘 작동 원리 등을 설명한다. 센터는 싱가포르뿐만 아니라 미국 로스앤젤레스(LA)와 워싱턴 디시(DC), 아일랜드 더블린에도 있다.

틱톡이 유해 콘텐츠를 차단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우선 성적·무기·음주·약물 등 유해한 영상을 탐지할 수 있는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전체 유해 콘텐츠 중 약 72%를 거른다. 예컨대 영상 속 인물이 칼을 들고 위, 아래로 휘두를 경우 위험도 지수가 높아지며 유해 콘텐츠로 자동 분류되는 식이다. 센터 관계자는 “인공지능 기술로 틱톡은 올해 1분기에만 약 1억8천만개의 동영상을 삭제했다”고 설명했다. 하루로 치면 약 200만개의 동영상이 자동으로 유해 콘텐츠로 분류돼 삭제되는 것이다.

광고
광고

인공지능 기술로 미처 걸러지지 못한 유해 콘텐츠는 4만여명의 센터 직원들 손에 맡겨진다. 이들은 틱톡 내 ‘신뢰안전팀’이라 불리는데, 24시간 연중무휴로 운영된다고 한다. 한 예로 오토바이를 탄 남성이 가게 앞을 지나가다 멈춰 물건을 훔치는 영상의 경우 콘텐츠 심사 직원은 해당 영상을 올린 이용자 계정과 틱톡 가이드라인 위반 여부(범죄 행위) 등을 확인해 삭제 조처한다. 만약 이용자가 이의제기하면, 다른 직원이 다시 한번 심사 과정을 진행한다.

지난 1일(현지시각) 싱가포르 틱톡 ‘투명성 및 책임 센터(TAC)’ 소속 직원이 틱톡의 콘텐츠 추천 알고리즘을 설명하고 있다. 박지영 기자
지난 1일(현지시각) 싱가포르 틱톡 ‘투명성 및 책임 센터(TAC)’ 소속 직원이 틱톡의 콘텐츠 추천 알고리즘을 설명하고 있다. 박지영 기자

틱톡이 이날 설명한 콘텐츠 추천 알고리즘은 ‘0과 1’, ‘6대 4 비율’로 요약할 수 있다. 틱톡은 8개의 영상 게시물 묶음을 이용자 피드에 순차적으로 노출한다. 좋아요, 댓글, 공유 등 이용자가 게시물에 반응하면 해당 영상에 각각 숫자 1을 기록한다. 만약 이용자가 보지 않고, 피드에서 그냥 지나쳐버리는 영상의 경우 0이 기록된다. 이렇게 축적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이용자가 좋아할 만한 8개 영상(1이 기록된 영상과 비슷한 주제의 영상) 게시물 묶음을 계속 추천한다. 비슷한 영상만 추천하는 ‘필터버블’ 현상을 깨기 위해 틱톡은 이용자 취향에 맞는 영상과 아예 새로운 분야의 영상 비율을 6대4 비율로 맞춘다고 한다.

광고
동영상 플랫폼 틱톡 애호가들이 지난 3월13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국회의사당 앞에 모여 하원에서 진행된 투표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이날 미 하원은 자국 내에서 틱톡 사용을 금지할 수 있도록 하는 이른바 ‘틱톡 금지법’을 통과시켰다. AP 연합뉴스
동영상 플랫폼 틱톡 애호가들이 지난 3월13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국회의사당 앞에 모여 하원에서 진행된 투표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이날 미 하원은 자국 내에서 틱톡 사용을 금지할 수 있도록 하는 이른바 ‘틱톡 금지법’을 통과시켰다. AP 연합뉴스

틱톡이 이처럼 콘텐츠 투명성·신뢰 정책을 적극적으로 강조하는 데에는 그동안 틱톡 플랫폼에서 불법 유해 콘텐츠들이 꾸준히 유통돼 비난을 받아온 탓이 크다. 지난달 31일 미 상원은 틱톡과 유튜브 등 소셜미디어 업체가 아동과 청소년을 유해 콘텐츠로부터 보호하도록 의무화하는 법안을 처리하기도 했다.

또한 ‘안전하고, 신뢰할 만한 플랫폼’이라는 이미지를 통해 틱톡 주력 사업인 광고·이커머스 사업을 확장하려는 의도도 깔려있다. 안전하고, 신뢰할 만한 플랫폼으로 이용자를 확보해야 매출을 끌어올릴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2021년 인도네시아에서 처음 시작한 ‘틱톡샵’의 총 거래액(GMV)은 2021년 10억 달러에서 2022년 44억 달러, 지난해에는 200억 달러까지 늘어났다. 틱톡샵은 틱톡앱 안에 있는 상점으로 영상 콘텐츠와 쇼핑을 결합한 일종의 미디어커머스다.

프란시스 스톤스(Francis Stones) 틱톡 글로벌 브랜드 안전·산업 관계 책임자는 “10년 전만 해도 ‘브랜드 세이프티(Brand Safety)’라는 용어가 없었지만, 지금은 업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이슈”라며 “더 많은 브랜드가 틱톡에 미디어 지출을 늘리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틱톡을 안전하고 신뢰할 수 있는 플랫폼으로 만들어야 할 책임이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싱가포르/글·사진 박지영 기자 jyp@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