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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독점 납품해야 판매장려금 면제”…마켓컬리의 판로 통제

등록 :2021-12-21 19:23수정 :2021-12-22 02:33

이커머스 플랫폼 ‘납품업체 판로 통제’ 백태
쿠팡 등은 ‘최저가 매칭 가격 정책’으로 옥죄
컬리 “장려금과 독점납품은 강제사항 아냐”
마켓컬리 물품 배송 상자. 마켓컬리 제공
마켓컬리 물품 배송 상자. 마켓컬리 제공

이커머스 플랫폼들의 과도한 ‘독점 입점’ 유도 상술에 입점사들의 원성이 커지고 있다. 독점 계약을 맺은 납품업체에만 판매 장려금을 면제해주거나, 다른 플랫폼에서 더 낮은 가격으로 판 업체에 불이익을 주는 등 전에 없던 ‘채찍’들이 등장하면서다. 구속조건부거래 등 불법 소지가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달 초 컬리가 모든 마켓컬리 입점사들에 보낸 ‘2022년도 장려금 안내’ 문서 갈무리. 마켓컬리 단독 입점 상품인 ‘컬리 온리’ 상품에 대해서는 판매 장려금을 공제한다고 설명한다.
이달 초 컬리가 모든 마켓컬리 입점사들에 보낸 ‘2022년도 장려금 안내’ 문서 갈무리. 마켓컬리 단독 입점 상품인 ‘컬리 온리’ 상품에 대해서는 판매 장려금을 공제한다고 설명한다.

21일 <한겨레> 취재 내용을 종합하면, 마켓컬리 운영사인 컬리는 최근 납품업체 쪽에 내년도 판매 장려금 공제 조건으로 ‘독점 납품’을 내걸었다. 마켓컬리에서만 판매되는 ‘컬리 온리’(Kurly Only) 상품을 도입할 경우, 이 상품 매출에 대해서는 판매 장려금을 면제해주겠다는 것이다.

앞서 이 달 초 컬리는 내년 매출이 일정 비율 이상 늘어나면 ‘판매 장려금’을 내라고 모든 납품업체에 요구한 바 있다. 특정 분기 납품액이 전년 동기보다 20∼30% 늘면 이 기간 납품 총액의 1%를, 30∼50% 늘면 2%, 50% 이상 늘면 3%를 다음 분기 초에 컬리에 줘야 한다. 이 중 컬리 온리 매출은 장려금 산정 기준에서 제외된다. 예를 들어, 총 납품액 1억원 중 2천만원이 컬리 온리 상품 납품액이면 나머지 8천만원에 대해서만 1∼3%의 장려금으로 부과하는 식이다.

납품업체 쪽에선 ‘장려금을 내든가, 자기하고만 장사하라는 것’이란 반발이 나온다. 공산품에 비해 유통기한이 짧아 마진률이 낮은 식품 납품업체들은 1∼3%의 판매 장려금이 부담스럽다. 하지만 이를 피하기 위해 매출원을 일원화 하는 데에도 위험이 따른다. 한 식품회사 관계자는 <한겨레>와 통화에서 “주력 상품을 컬리 온리로 내놨다가 발주 담당자의 변심 등으로 ‘발주 후려치기’를 당하면 회사가 존폐를 걱정해야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쿠팡 등에서는 ‘최저가 매칭 가격 정책’이 납품업체들의 판로를 죈다. 최저가 매칭이란 상품의 쿠팡 내 판매가를 다른 쇼핑몰에서보다 저렴하게 책정해 쿠팡에서 ‘최저가’가 나오도록 유지하는 시스템이다. 납품업체가 다른 쇼핑몰에서 ‘기획전’ 등을 열어 일시적으로 가격을 낮추면, 쿠팡 알고리즘이 이를 감지해 해당 상품 판매가를 인하하는 식이다.

문제는 쿠팡이 낮아진 판매가만큼 납품가를 낮추라고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이 경우 가격할인에 따른 수익 감소를 납품업체가 떠안게 된다. 특히 물건을 직매입하는 쿠팡의 판매 수수료율이 다른 플랫폼보다 최대 2배 이상 높은 상황에서 납품가까지 낮춰가며 할인을 단행하면 ‘남는 게 없다’고 납품사들은 하소연한다.

전문가들은 “납품업체들의 이커머스 의존이 심해질수록 이들에 대한 판매·가격정책 통제가 심해지는 모습”이라고 지적한다. 직매입 쇼핑몰 활성화 초기에는 플랫폼이 입점업체에 당근책을 제시하며 ‘모시기’에 나서는 경우가 많았다. 반면 몇몇 대형 쇼핑몰을 중심으로 시장이 재편된 최근에는 이들이 독점 납품 등을 유도하며 점유율 경쟁을 벌이고 있다. 서용구 숙명여대 교수(경영학과)는 “컬리의 경우, 프리미엄 식품 시장에서 어느 정도 입지를 다졌다고 판단하고 새로운 장려금 제도를 도입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유통 경로를 장악한 대형 유통사가 이런 정책을 내걸면 입점사나 제조업체 입장에서는 준조세처럼 느껴질 것”이라고 말했다.

불법 소지가 크다는 지적도 나온다. 유통사가 시장에서의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납품사의 판매 방식을 통제하는 행위에 해당할 수 있다는 것이다. 양창영 변호사(법무법인 정도)는 “불이익을 우려한 납품사는 플랫폼의 요구를 따를 수밖에 없다. 거래 상대방에게 ‘나와만 거래하라’고 하는 것은 경쟁법상 대표적인 불공정 거래행위인 ‘구속조건부거래’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일부 유통회사는 컬리와 비슷한 판매 장려금 공제 조건을 검토했다가 불법 소지가 크다고 판단해 도입하지 않기로 했다. 한 유통회사 관계자는 <한겨레>에 “컬리처럼 (중소업체를 포함해) 모든 납품회사에 판매 장려금을 요구하는 것은 상품기획자(MD)들 사이에서도 ‘도를 벗어난 일’로 통한다. 특히 단독 납품에 따른 판매 장려금 면제는 불공정 거래에 해당할 소지가 많아 대다수 업체가 시행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컬리는 “판매 장려금 관련 공지는 법률 검토 뒤 진행했다. 대규모유통업법·공정거래법 등 관련 법령상 납품업체에 인센티브를 제공해 자발적 협력을 이끌어내는 것은 법 위한 사항이 아닌 것으로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판매 장려금 약정 체결 여부는 협력사들의 자유 의사이며, 컬리 온리를 (운영)할지 여부도 (협력사들이) 자발적으로 선택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천호성 기자 rieux@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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