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전 정치학계 노벨상이라 불리는 요한 쉬테상을 받은 제인 맨스브리지 하버드 케네디스쿨 명예교수는 미국정치학회 회장까지 지낸 탁월한 민주주의 이론가다. 오는 11일 한겨레가 주최하는 아시아미래포럼에서 ‘민주주의 위기의 근원’을 주제로 강연하는 그를 지난달 7일 인터뷰했다. 그는 시장을 길들이고 불평등을 줄이는 것이 정치 양극화를 해소하는 길이라고 봤다. 다음은 일문일답.
―최근 민주주의 위기가 과거와 다른가?
“지금 실수한다면 과거보다 더 큰 대가를 치르게 된다. 과거에는 전쟁이 일어났지만 지금은 핵전쟁이 일어날 수 있다. 위험이 더 커졌다.”
―많은 나라에서 나타나는 정치적 양극화에 공통 원인이 있나?
“양극화는 시장의 확장이 가져온 불평등과 자본주의 길들이기 목표의 후퇴로 발생한다. 불평등이 커지면 ‘우리’(We-feeling)라는 공동체 의식이 무너진다. 서로 더 멀어지고 소통하지 않게 된다. 사람들을 서로 다른 세상에서 살게 한다. 더 많은 정치적 권력을 가진 부유층은 노동계급이나 빈곤층의 삶이 어떤지 모르거나 자신의 지위를 스스로 얻은 것으로 여기게 된다. 그러면 동질감을 느끼는 유일한 방법은 외부 적을 찾아 악마화하거나 전쟁하는 것이다.
―자본주의를 길들일 수 있나?
“자본주의를 방치하면 더 많은 경제, 사회적 불평등을 낳는다. 자유 시장을 없애자는 얘기가 아니다. 스칸디나비아(북유럽)에서 해왔던 것처럼 자본주의를 길들여야 한다. 늑대를 데려와 오래 키우면 친구가 된다. 강력한 복지국가를 통해 국민이 안전하다고 느끼면 자신이 국가의 일원이라고 여기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진다. 북유럽의 정치적 양극화 해소와 강력한 복지국가는 상호 연관돼 있다. 양극화가 없어야 복지국가를 지지하는 ‘우리란 느낌’도 강해진다.”
―적대적 민주주의 대안은?
“무작위로 선정된 100명 또는 그 이상의 시민이 모여 정책을 심의하고 입법부나 행정부에 조언하는 ‘시민의회’ 등을 실험해보면 좋겠다. 또 이른바 ‘의회 연결’로 무작위로 선정된 시민들이 선출된 대표자와 문제를 논의해 풀어갈 수 있다. 시간과 충분한 사실적 근거가 제공되고 계급과 정치적 노선을 넘어 대화할 수 있는 기회가 있으면 시민들도 정책을 심의하고 합리적인 결론을 내릴 수 있다. 공동의 이익과 관심사를 찾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
끝으로 그는 내년 미국 대선에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출마해 당선된다면 민주주의 위기가 훨씬 더 커질 것으로 예상했다.보스턴/류이근 선임기자, 노영준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보조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