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최대 완성차 업체인 폴크스바겐그룹이 산하 브랜드 폴크스바겐의 독일 공장 폐쇄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폴크스바겐그룹이 본사가 위치한 독일 내 공장 폐쇄 검토를 시사한 건 회사 설립 이후 87년 만에 처음이다. 유럽 시장에서의 수요 정체와 값싼 중국차와 경쟁 격화라는 이중고에 시달리다 구조조정에 나선 것이다.
2일(현지시각) 올리버 블루메 폴크스바겐그룹 최고경영자(CEO)는 성명을 통해 “유럽 자동차 업계는 현재 매우 심각한 상황에 처해있다”며 폴크스바겐 브랜드의 독일 내 완성차 공장 한 곳과 부품 공장 한 곳을 폐쇄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1994년부터 노사 합의에 따라 노동 시간을 줄이는 대신 잉여 인력 등의 해고 없이 2029년까지 고용을 보장하기로 한 고용안정협약을 종료할 계획이다. 협약이 사라지면, 대규모 구조조정이 가능해진다. 폴크스바겐 경영진은 4일 노사협의회에서 이런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폴크스바겐의 이번 결정은 지난해 설정한 비용 절감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고육책 성격이 짙다. 지난해 12월 폴크스바겐은 판매관리비 절감과 개발 주기 단축, 연구개발 투자 축소 등을 통해 올해에만 40억유로, 2026년까지는 100억유로의 비용을 줄이겠다고 했다.
그러나 독일 현지 언론은 폴크스바겐이 올해 약 10억유로를 줄이는 데 그쳤다고 전했다. 그동안 고용안정협약으로 인해 희망 퇴직을 통해서만 인건비 절감이 가능했기 때문이라고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는 설명했다. 폴크스바겐은 “인구 변화에 기반한 구조조정은 시급한 체질 개선을 이루는 데 충분한 방편이 되지 못했다”고 했다. 폴크스바겐그룹은 독일에서만 약 29만명을 고용하고 있는 기업이다.
유럽 완성차 업체들은 가격경쟁력을 앞세운 비야디(BYD) 등 중국 업체들의 공세에 주요 시장에서 고전하고 있다. 이 때문에 생산비용이 높은 독일의 공장 경쟁력이 떨어지는 상황이다. 폴크스바겐 그룹은 산하의 또 다른 브랜드인 아우디의 벨기에 공장 역시 폐쇄를 검토하고 있다.
노조는 강경 대응을 예고했다. 다니엘라 카발로 노동자평의회의장은 “내가 있는 한, 공장 폐쇄는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남지현 기자 southjh@hani.co.kr 베를린/장예지 특파원 penj@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