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엔비디아의 차세대 인공지능(AI) 칩 생산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는 관측이 재차 제기됐다. 엔비디아 생산 차질설은 최근 전세계 주가 폭락에 영향을 미친 요인 중 하나로 지목돼온 만큼, 시장에서도 긴장감이 가시지 않는 분위기다. 생산 차질이 현실화해 엔비디아의 하반기 실적에 영향을 줄지 주목된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엔비디아의 차세대 인공지능 칩 출시가 연기될 가능성이 있다고 5일(현지시각) 보도했다. 해당 칩에 적용되는 ‘블랙웰’ 설계가 대만 티에스엠시(TSMC) 생산 라인에서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는 설명이다. 한 관계자는 파이낸셜타임스에 “인터포저와 관련한 문제”라고 말했다. 인터포저는 인공지능 칩 안에 들어가는 여러 다이(die)를 연결하는 역할을 하는 기판이다.
엔비디아의 ‘블랙웰 생산 차질설’이 재차 확산되는 모습이다. 앞서 미국 테크 전문 매체 디인포메이션은 블랙웰 설계가 적용된 엔비디아의 차세대 인공지능 칩 출시가 3개월 이상 지연될 전망이라고 보도했다. 엔비디아의 설계 결함으로 문제가 발생했고, 최근 마이크로소프트 등 엔비디아의 주요 고객도 해당 사실을 통보받았다는 내용이다. 이후 파이낸셜타임스와 블룸버그 등 주요 매체도 같은 소식을 보도하며 차질설에 힘을 싣고 있는 것이다.
엔비디아 생산 차질설은 최근 미국발 주가 폭락에 영향을 준 요인 중 하나로도 지목되고 있다. 올해 미국 증시 호황을 상당 부분 이끌어온 인공지능과 밀접하게 연관된 소식인 탓이다. 이번 생산 차질로 엔비디아를 필두로 한 인공지능 산업의 성장세가 주춤할 것이라는 우려가 퍼지고 있는 것이다. 엔비디아는 인공지능 칩 시장을 사실상 독점하고 있으며, 인공지능 기술 개발에 한창인 빅테크 기업 대부분이 엔비디아에서 칩을 공급받아왔다.
생산 차질이 엔비디아의 하반기 실적에 영향을 줄지도 관건이다. 지난 5월 엔비디아의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는 “올해 상당한 수준의 블랙웰 매출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했으나, 디인포메이션은 내년 1분기 전까지는 대량 출하가 어려울 전망이라고 보도했다. 신제품 출시가 연기되며 매출 성장세가 둔화할 경우 이는 추가적인 주가 하락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엔비디아에 고대역폭메모리(HBM)을 납품하는 에스케이(SK)하이닉스를 비롯한 반도체 업계에 연쇄적인 파급효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
이재연 기자 jay@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