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 관련 재감리 안건 논의가 열린 지난달 31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금융위원회 대회의실에 관련 자료가 수북이 쌓여 있다. 공동취재사진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 관련 재감리 안건 논의가 열린 지난달 31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금융위원회 대회의실에 관련 자료가 수북이 쌓여 있다. 공동취재사진

금융감독원이 삼성바이오로직스(삼성바이오)의 ‘회계처리 변경’에 깊숙이 개입한 삼정케이피엠지(KPMG) 등 대형 회계법인들에 대한 중징계 의견을 증권선물위원회(증선위)에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금감원은 이들 회계법인이 관련 자료를 날조·조작하지 못하도록 특별 감리에 나선 것으로 파악됐다. 국내 대표적 회계법인들이 주요 고객인 삼성의 ‘고의적 분식회계’를 적극 돕거나 사실상 공모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6일 복수의 정부 고위관계자는 “금감원이 증선위에 삼정 등 대형 회계법인에 대한 중징계 의견을 올렸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대형 회계업체 관계자는 “삼성바이오 회계변경 과정에 개입한 삼정 등 대형 회계법인들이 관련 자료를 날조하거나 조작하는 걸 막기 위해 최근 금감원이 감리에 나섰거나 나설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겨레>가 입수한 삼성바이오 재경팀의 2015년 내부 문건을 보면, 국내 4대 대형 회계법인이 삼성바이오 회계처리 기준 변경에 깊숙이 개입한 사실이 여럿 확인된다. 2015년 11월17일 삼성바이오는 ‘바이오로직스, 바이오젠사 콜옵션 회계처리 관련’ 보고서를 통해 “로직스는 (콜옵션 부채 반영에 따른) 부정적 영향(부채/손실 증가)을 최소화할 수 있는 회계처리 방안을 3개 회계법인(삼일·삼정·안진)과 협의하여 도출”이라고 돼 있다. 일주일 전인 11월10일 작성된 ‘바이오, 바이오젠사의 콜옵션 평가 관련 회계이슈’ 보고서에는 “(삼성바이오)로직스는 회계법인과 협의하여 대응 방안으로 2개 안을 검토”라고 명시돼 있다. 삼성바이오가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종속회사에서 관계회사로 회계처리를 변경하는 과정에서 대형 회계법인들과 긴밀히 협의했다는 얘기다. 감사 기업의 적법한 회계처리를 감사해야 할 회계법인이 해당 기업 주주사인 삼성물산의 부채와 삼성전자의 손실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만드는 데 적극 협조한 셈이다. 삼일과 삼정은 각각 삼성물산과 삼성바이오의 감사인이다. 딜로이트안진은 삼성바이오의 가치를 산정했다.

이와 관련해 이날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삼성바이오가 회계법인과 협의해 회계처리 방안을 바꾸는 게 적법한 절차인가”라는 이학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회계처리를 대신 만들어주는 것은 문제다. 그런 내용까지 감안해 증선위 심의가 진행 중”이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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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4대 회계법인 중 나머지 한곳인 한영도 내부문건에 등장한다. 삼성바이오가 자문사인 한영과 미팅을 진행해 “평가손실액 최소화 및 2014년 말 평가 불가 논리 산출”을 했다는 내용이다. 결과적으로 국내 4대 대형 회계법인 모두 ‘삼성바이오 분식회계 논란’에 직간접적으로 개입한 모양새다. 10년 이상 기업 감사 경험이 있는 한 회계사는 “삼성은 회계업계의 절대적 갑”이라고 설명했다. 회계법인이 삼성에 꼼짝 못하는 이유는 삼성에 일감이 많기 때문이다. 이 회계사는 “삼성이 회사 하나만 팔아도 컨설팅 수수료가 엄청난데 감사 중에 삼성에 밉보인다는 것은 상상하기 힘들다”며 “회계법인이 컨설팅 명목으로 지시를 받아 (회계처리 변경이 적절하다는) 논리를 만드는 작업을 했을 것”이라고 했다.

참여연대는 회계법인이 삼성바이오 관련 기업들의 감사조서를 조작했을 가능성도 제기한다. 홍순탁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실행위원(회계사)은 “삼성 문건을 보면 시시콜콜 회계법인과 협의를 했다. 그러면 자문 내역과 검토 근거, 결론 등이 다 감사조서에 나와야 하는데 하나도 남아 있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감사인이 감사조서를 사후에 조작했다는 의혹이 든다”고 주장했다. 금융당국의 징계에 그칠 게 아니라 분식회계의 사실상 ‘공범’으로 검찰에 고발해 형사처벌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완 기자 wani@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