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경기침체 우려로 9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0.50%포인트 금리 인하를 단행할 수 있다는 이른바 ‘빅 컷’ 가능성까지 흘러나오고 있지만, 가계부채와 환율이라는 우려 요소가 그대로인 상황에서 한국은행의 인하 고민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한은은 앞서 지난달 11일 열린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 의결문에서 ‘기준금리 인하 시기 등을 검토해 나갈 것’이라고 못 박았다. 기준금리를 내려야 한다는 인하 소수의견은 나오지 않았지만, 길었던 기준금리 동결 기조에 변화를 시사한 것이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당시 기자간담회에서 “물가 안정만을 갖고 본다면 이제는 금리 인하를 논의할 분위기가 조성됐다”고 말했다.
다만 물가뿐 아니라 금융시장 안정도 고려해야 하는 한은 입장에서는 부동산과 환율이 불안요소다. 지난달 가계부채는 주요 5대 은행(케이비국민·신한·하나·우리·엔에이치농협)을 기준으로 3년3개월 만에 최대 폭 증가했고, 특히 이 가운데 주택담보대출이 역대 최대 수준인 7조6천억원 증가했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부동산 시장 들썩임이 계속되는 상황이어서 스트레스디에스알(DSR) 2단계 시행 전인 이달까지는 뚜렷한 기조 변화를 기대하기 어렵다. 원-달러 환율 역시 1400원을 넘보던 연고점(1394.5원·4월16일)보다는 하락했지만 1360원선을 오르내리고 있다.
여기에 이미 시장금리는 기준금리를 최소 2번 이상 인하하는 상황을 선반영한 상태다. 국고채 3년물 금리는 5일 오전 최종호가수익률 기준으로 전날보다 8.8bp(1bp=0.01%포인트)내린 연 2.851%를 기록했다. 2일 국고채 3년물 금리(2.939%)가 이미 연중 최저치를 찍은 데 이어 이날 오전에 추가로 하락한 것이다. 회사채(무보증·AA-) 3년물 금리도 2일 3.394%로 기준금리를 밑돌고 있다.
이에 설령 연준이 큰 폭의 금리인하에 나서더라도 한은이 이를 계기로 금리인하 부담을 덜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김성수 한화투자증권 채권전략 애널리스트는 5일 보고서에서 “한은의 예상과 반대로 흘러가는 채권, 부동산, 외환시장에 대한 언급이 어떤 형태로든 나와야 하겠지만, 신중한 소통을 선호하는 한은으로서는 특별한 이벤트가 없을 때의 언급에 대한 파급 영향을 고민하게 될 것”이라며 “일각에선 한은이 대응에 나서도 효과가 크지 않을 것으로 본다. 이 경우 최악의 시나리오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해영 기자 hycho@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