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화 가치가 4개월여 만에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일본은행이 ‘깜짝’ 정책금리 인상을 단행하고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오는 9월 중 금리 인하를 시사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원-엔 재정환율은 1일 오후 3시30분 서울외환시장에서 전날보다 9.83원 오른 100엔당 910.71원을 기록했다. 엔-달러 환율은 이날 오후 5시25분 글로벌 외환시장에서 같은 날 오전 6시(150.03엔)보다 0.38엔 내린 149.65엔이었다. 엔화 가치가 지난 3월18일(149.16엔)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한 것이다.
전날 일본은행(BOJ)은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단기 정책금리를 기존 0~0.1%에서 0.25%로 인상하며 엔화 강세에 힘을 실어줬다. 일본은행의 이번 결정은 지난 3월 17년 만에 마이너스 금리에서 벗어난 데 이어 이뤄진 올해 두 번째 인상이다. ‘10월 인상’을 점치던 시장 기대를 앞지른 결정에 엔화 값은 강세를 이어가는 모습이다. 미국 연준이 오는 9월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을 31일(현지시각) 시사한 것도 달러 약세를 불러오며 엔화 강세를 부채질하고 있다.
엔화 값 상승이 상대적으로 점진적인 데에는 앞선 오름세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외환시장에서 엔화 값은 지난 7월11일을 기점으로 상승세를 이어온 터다. 올해 들어 극심한 엔화 평가 절하가 이어면서 일본은행이 엔화 약세 방어에 나설 조짐을 보이자 시장이 이를 미리 반영한 것이다.
시장에서는 일본은행이 연내 추가 인상에 나설지 주목하고 있다. 박수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일본은행의 4분기 추가 인상 가능성을 열어둘 필요가 있다”며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 회의에서) 연내 3차례 인하 가능성이 부각될 경우 달러 약세와 엔화 추가 절상 가능성에 유의해야 할 것”이라고 짚었다.
남지현 기자 southjh@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