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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현 금융위원장이 기업 밸류업 세미나에서 발언하고 있다. 금융위 제공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기업 밸류업 세미나에서 발언하고 있다. 금융위 제공

자기자본이익률(ROE)보다 높은 자본비용(COE·미래 현금흐름 위험을 고려한 투자자의 ‘요구’ 수익률)이 국내 증시의 디스카운트를 불러오는 핵심 요인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기업 밸류업(주주가치 제고 계획) 프로그램에서 한국도 일본처럼 주주자본비용 지표 산정·공표를 강조해야하며, 이를 위해선 이사의 충실의무에 일반주주 이익을 포함하는 상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나온다.

김우진 서울대 교수(경영학)는 10일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34차 세미나에서 “유가증권시장 상장사(현재 총 811개)의 69%는 자기자본이익률이 자본비용보다 낮다. 자본비용 대비 기업수익성이 심각하게 취약하다”며 “그 원인은 순이익이 증가하지 않는 것도 이유일 수도 있으나, 기업들이 자기자본을 쌓아두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자본비용은 투자자들이 기업의 자본조달 비용 및 사업의 불확실성 위험에 상응하여 기대하는 수익률이다. 자본수익성(자기자본이익률)이 자본비용을 밑도는 기업은 자본이 효율적으로 활용되지 않아 주주가치 및 기업가치 창출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는 걸 뜻한다.

김 교수는 “기업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이 1 미만인 원인은 자본비용이 자기자본이익률보다 높기 때문일 가능성이 크며, 도쿄증권거래소는 이런 점을 명시하면서 ‘주가와 자본비용 의식한 경영’을 촉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업들이 자기자본이익률과 자본비용을 비교해 자기자본이익률이 자본비용보다 높을 때는 투자를 확대하고 반대로 자본비용보다 낮을 때는 주주환원 확대가 바람직한데, 이를 유도하기 위한 밸류업 공시는 한국이 일본에 견줘 자본비용 강조가 부족하다는 게 김 교수의 진단이다. 성장기업은 대체로 기대성장률이 높지만 사업의 불확실성이나 투자자 이해 부족에 따른 위험프리미엄으로 인해 주주자본비용도 높을 수 있는 터라, 주가수익비율(PER)이 낮다 하더라도 성장성뿐 아니라 주주자본비용도 분석할 필요가 있다고도 김 교수는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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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교수에 따르면 1990년대 미국 상장 제조업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자율공시 횟수가 많은 기업일수록 기업의 자본비용이 낮았으며 오스트레일리아 상장기업 분석에선 정보비대칭(애널리스트 주가 예측치 분포도로 추산)이 클수록 자본비용이 컸다. 이는 밸류업 자율공시가 활성화되면 기업 자본비용은 낮아져 기업가치 제고로 연결될 수 있으며, 애널리스트들과의 소통 강화도 기업 자본비용을 끌어올릴 수 있다는 의미다.

특히 김 교수는 이날 발표에서 “기업이 자기자본이익률과 자본비용을 비교해 적절한 주주환원 정책이 필요한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며 “그 해결책으로 정부가 상법의 ‘이사의 충실의무’ 조항(제382조의3)에 회사뿐 아니라 일반주주 보호 정책을 포함시킬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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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우리 금융당국이 제시한 기업 밸류업 가이드라인을 보면, 기업이 밸류업 공시에 담을 ‘재무지표 기재’ 권고 사항으로 자본효율성 분야에서 자본비용과 자본수익성 관련 자기자본이익률 지표 등을 예시하고 있다. 각 기업이 기업가치 제고 목적에 적합한 지표를 자체적으로 선정·산출해 투자자에게 효율성 관련 판단을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서 자본비용은 무위험수익률(국채 5년물 금리 활용)과 시장위험프리미엄, 중장기 주가수익률 지표(개별기업 또는 업종 및 유사기업)를 함께 고려하는 방식으로 추정하는데, 기업마다 자체적으로 방식을 선택·산출할 수 있다.

조계완 선임기자 kyewa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