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서트장에서 다치면 어떡하지?’ ‘응원하는 마음으로 돈을 모아볼까?’ 최근 금융회사들이 팬들의 마음과 고민을 담은 금융상품을 내놓고 있어 눈길을 끈다. 충성도가 높은 팬덤을 활용해 고객을 확보하기 위한 차원이다.
롯데손해보험은 대중음악 공연장에서 다치거나 직거래 사기를 당했을 때 피해를 보상하는 ‘덕밍아웃상해보험’을 지난달 출시했다. ‘덕밍아웃’이란 누군가의 열렬한 팬을 의미하는 ‘덕후’임을 드러낸다는 뜻의 단어다. 이 상품은 사람이 많이 몰리는 콘서트장에서 다치는 경우에 골절 수술비나 깁스 치료비 등을 보장한다. 콘서트 티켓이나 포토카드 같은 ‘굿즈’(관련 상품)를 직거래하다 사기를 당했다면 최대 50만원 내에서 피해 금액의 90%를 보상받을 수 있다. 보험 가입 기간을 하루로 정할 수 있어 콘서트나 팬미팅 같은 행사가 있을 때만 이용하는 것도 가능하다. 성인인 부모가 미성년 자녀를 대신해서 가입하거나, 팬들(성인)끼리도 선물할 수도 있다. 롯데손보 쪽은 “출시 초창기라 가입이 아주 많지는 않지만, 입소문을 타면서 계약 수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카카오뱅크는 지난해 출시한 기록통장(수시입출식 통장)을 최근 아이돌 그룹 엔시티(NCT) 위시와 제휴해 흥행에 성공했다. 엔시티 위시의 팬덤인 ‘엔시티즌’이 응원을 담아 저축하는 상품이다. 그룹 멤버들이 ‘노래가 듣고 싶을 때’ ‘보고 싶을 때’ 등 일종의 저축 규칙을 정했고, 이에 맞춰 저축할 때마다 멤버들의 음성 메시지 등이 나타나게 했다. 5월22일 출시된 이 상품은 한 달간 가입할 수 있는데 하루 만에 1억원이 넘는 저축액이 모였다. 이에 맞춰 카카오뱅크는 엔시티 위시와 엔시티즌 이름으로 초록우산어린이재단에 1억원을 기부할 계획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팬덤 관련 상품은 아티스트를 통해 젊은 고객을 확보하고 신규 고객에게 금융회사에 대한 긍정적인 이미지도 줄 수 있다”며 “상품마다 다르겠지만 애플리케이션(앱) 등을 자주 이용하도록 유도해서 회사 내 다른 상품으로의 확장성도 가져갈 수 있는 만큼 일종의 ‘록인(lock-in) 효과’를 추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조해영 기자 hycho@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