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이 크게 오른 27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14.4원 오른 1265.2원에 마감했다. 종가 기준으로 달러당 1260원선을 넘어선 것은 코로나19 확산 직후인 2020년 3월 23일 이후 2년 1개월 만이다. 연합뉴스.
원-달러 환율이 크게 오른 27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14.4원 오른 1265.2원에 마감했다. 종가 기준으로 달러당 1260원선을 넘어선 것은 코로나19 확산 직후인 2020년 3월 23일 이후 2년 1개월 만이다. 연합뉴스.

경기 둔화 우려가 다시 불거지며 금융시장이 크게 흔들렸다. 미국의 고강도 긴축이 임박하고 우크라이나 전쟁의 악영향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중국의 코로나 봉쇄 확대라는 악재까지 겹친 탓이다.

27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14.4원 급등(원화가치 급락)한 1265.2원으로 마감했다. 코로나 팬데믹(대유행) 충격이 한창이던 2020년 3월23일(1266.5원) 이후 최고치다. 안전자산 선호 심리 강화로 달러화 가치가 초강세를 보인 영향이다. 주요 6개 통화와 견준 달러화지수는 이날 아시아 시장에서 2년 만에 최고치인 102를 뛰어넘었다.

러시아가 폴란드와 불가리아에 루블화로 결제하지 않으면 가스 공급을 끊겠다고 위협한 것도 외환시장을 흔든 요인이다. 사실상 유럽과의 에너지 전쟁을 선포한 것으로 받아들여지면서 유로화 가치는 2017년 4월 이후 최저치로 추락 중이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원화 절하 폭이 상대적으로 크지 않다는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의 발언이 지금의 환율 수준을 용인하는 것으로 해석되면서 원화 약세가 가팔라진 면도 있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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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연방준비제도(연준)가 5월(3~4일) 통화정책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올릴 것이라는 전망은 기정사실로 굳어졌다. 연준이 물가를 잡기 위해 6월과 7월을 포함해 수차례 0.5%포인트씩 올릴 것이라는 예상이 확산되며 경기가 침체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도 되살아났다. 독일 도이치은행은 “연준이 1980년대 이후 가장 공격적인 긴축을 할 수도 있다”며 “미국 경제가 내년 말이면 ‘완만한 침체’가 아닌 ‘상당한 침체’에 직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동안 가파르게 올랐던 미 국채금리도 경기 위축 우려에 급락(국채가격 급등)했다. 중국의 코로나 봉쇄가 수도 베이징 일부 지역까지 확대된 것도 세계 경기 둔화 우려를 키웠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가뜩이나 꼬인 세계 공급망에 연쇄적인 충격을 줄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한국 경제도 둔화가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국제금융센터가 취합한 국외 기관 7곳의 보고서를 보면, 민간소비는 거리두기 해제로 반등이 예상되지만 1분기 성장을 이끌었던 수출은 대외 불확실성으로 하방 위험이 커질 것이라고 이들 기관은 내다봤다. 경기 우려는 기업 실적에 대한 경계로 이어졌다. 이날 코스피는 1.1%(29.25) 떨어진 2639.06으로 마감했다. 장 초반에는 2615까지 밀렸지만 중국 증시가 반등하면서 낙폭을 줄였다. 외국인이 3350억원을 팔아치운 삼성전자의 주가는 1.1% 하락하며 6만5000원으로 주저앉았다. 앞서 뉴욕 증시도 기업실적 낙관론이 흔들리며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가 3.95% 폭락했다. 특히 테슬라는 12.2% 추락했고 기대에 못 미치는 1분기 실적을 발표한 구글 모회사 알파벳도 시간외 거래에서 6.1% 급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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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원화 약세가 좀더 이어질 것으로 예상한다. 무역수지가 두달 연속 적자를 낼 가능성이 큰데다 미국과 우리나라의 금리 격차가 좁혀질 수밖에 없어서다. ‘뜨거운 물가→강력한 긴축→경기 둔화’는 증시를 짓누를 수밖에 없는 흐름이다. 변준호 아이비케이(IBK)투자증권 연구원은 “고물가와 금리 급등에 따른 소비심리 위축이 가시화해 세계 경기 불확실성이 더욱 높아질 것”이라며 “코스피는 2400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봤다. 정명지 삼성증권 투자정보팀장은 “긴축과 전쟁 발작이 동시에 나왔을 때 유지된 (지난 2월) 2600을 코스피 지지선으로 본다”고 했다.

한광덕 선임기자 kdha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