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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금융·증권

잘나가는 ‘SK배터리’ 분할은…“대주주 위한 사랑의 배터리”

등록 :2021-09-16 17:09수정 :2021-09-17 02:35

“‘쪼개기 상장’ 세계적으로 드문 사례
소액주주권 침해 막을 대책 필요”
16일 오전 서울 종로구 SK서린빌딩에서 열린 SK이노베이션 임시 주주총회에 앞서 단상에 의사봉이 놓여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이날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배터리와 석유개발(E&P) 사업의 물적분할안을 의결했다. 연합뉴스.
16일 오전 서울 종로구 SK서린빌딩에서 열린 SK이노베이션 임시 주주총회에 앞서 단상에 의사봉이 놓여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이날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배터리와 석유개발(E&P) 사업의 물적분할안을 의결했다. 연합뉴스.
상장사들이 알짜 사업부를 떼내 자회사로 만든 뒤 증시에 재상장시키려는 회사 분할이 잇따르고 있다. 대주주에 유리한 ‘쪼개기 상장’은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기 어려운 방식으로, ‘코리아 디스카운트’ 요인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16일 에스케이(SK)이노베이션은 임시 주주총회를 열어 배터리 사업과 석유개발 사업의 분할안을 의결했다. 신설되는 가칭 에스케이배터리와 에스케이이앤피(E&P) 발행주식의 100%를 존속회사인 이노베이션이 취득하는 물적분할 방식이다. 이노베이션은 상장사로 남지만 배터리 등은 비상장 법인이 된다. 이러한 물적분할은 급증하는 추세다. <한겨레>가 한국거래소의 기업분할 공시를 집계해보니, 물적분할은 2019년 39건에서 2020년 57건으로 46% 늘었다. 올해는 기업분할 39건 가운데 90%인 35건이 물적분할이다. 물적분할안 승인이 부결된 사례는 1건에 불과하다.

■ 왜 핵심 배터리 사업을 떼냈을까 에스케이이노베이션은 분할 목적의 하나로 배터리 사업에 5년간 17조원 규모의 투자를 위해 자금 마련이 필요하다는 점을 들었다.

물적분할로 에스케이이노베이션에서 떨어져 나온 에스케이배터리가 상장을 통해 신주 발행으로 투자자금을 조달하면 최태원 에스케이 회장 일가는 자금 부담은 물론 지배권 방어에서도 자유로워진다. 최태원 및 특수관계인→에스케이→에스케이이노베이션→에스케이배터리로 이어지는 지배구조를 통해 배터리 회사를 간접 지배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반면 일반주주의 경우 공모 신주는 주주배정이 이뤄지지 않기 때문에 배터리 회사 지분율이 낮아져 주주가치가 훼손될 수밖에 없다.

의결권 자문기관 서스틴베스트의 이현오 책임투자전략팀장은 “빠른 자금조달을 위해 분할이 불가피하다면, 인적분할을 하거나 배터리 사업을 존속회사로 하는 물적분할도 가능했을 것”이라고 지적한다. 인적분할은 사업부문을 쪼개 회사를 신설하는 것까지는 물적분할과 같지만, 기존 주식을 분할비율만큼 신규회사 주식으로 교환받을 수 있다는 점이 다르다. 단순화하면 에스케이이노베이션 10주를 보유한 주주는 분할(4대6 가정) 뒤 이노베이션 4주와 배터리 6주를 갖게 된다. 만약 성장성이 높은 배터리 부문을 존속회사로 해 물적분할한다면 상장이 유지돼 기업공개에 따른 주식가치 희석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

반면 이 두가지 방식은 총수 일가에게 거액의 자금 부담을 지울 수 있다. 회사가 밝힌 투자 계획대로면 에스케이배터리는 해마다 평균 3조4천억원의 유상증자로 재원을 마련해야 한다. 그러면 현재 이노베이션 지분 33.4%를 들고 있는 에스케이는 매년 1조원이 넘는 자금을 넣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오는데, 최근 현금 가용액에 비춰 버겁다. 따라서 에스케이도 자체 유상증자에 나서야 할 가능성이 크다. 이렇게 되면 에스케이 지분 28.5%를 보유한 총수 일가는 그룹 지배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매년 3236억원(3조4천억원x33.4%x28.5%)을 증자 대금으로 납입해야 할 것으로 추산된다. 류영재 서스틴베스트 대표는 “그룹 오너의 리스크를 최소화하면서 손쉽게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방식으로 ‘배터리 물적분할 후 상장’을 선택한 것”이라고 짚었다.

■ 세계적으로 드문 ‘코리아 디스카운트’ 사례 물적분할 뒤 자회사가 상장하면 지주회사의 주가가 약세를 보이는 현상이 자주 일어난다. 유안타증권에 따르면 핵심 자회사가 재상장한 경우, 모회사가 보유한 지분 평가액은 65% 정도 할인 거래된다. 성장회사에서 지주사로 지위가 격하된데다 사업가치의 중복계산이라는 문제가 제기되는 탓이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자회사의 분할과 재상장 방식은 해외에서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다고 입을 모은다. 최남곤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분사 뒤 상장해 자금을 조달하는 곳은 한국이 거의 유일하다”며 “경영진은 일방적으로 밀어붙이고 이사회는 전혀 견제하지 못하는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단적인 사례”라고 비판했다. 김규식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이사는 기고에서 “미국 증권거래위원회는 자회사 이사회의 독립성이 입증되지 않으면 모자회사 동시상장을 허용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모회사 주주에 대한 보상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경제개혁연대는 “기존 소수주주들의 권익 침해를 바로잡기 위해 100% 자회사가 상장하는 경우 모회사 주주에게 우선적으로 신주인수권을 부여한 뒤 일반공모를 실시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안상희 한국이에스지(ESG)연구소 책임투자센터장은 “에스케이배터리 신설법인의 기업공개 전까지 명확한 주주환원 계획이 공개되지 않으면, 주주권익 보호 측면에서 이번 분할을 의결한 해당 이사의 재선임 안건과 연계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한광덕 선임기자 kd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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