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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경제일반

‘미스터 반도체’ 진대제 “삼성전자와 라이벌 TSMC, 전략 달라”

등록 :2021-06-06 15:12수정 :2021-06-07 02:19

[인터뷰] 진대제 전 정보통신부 장관
“한국 반도체, 위기 아니라 기회…K-반도체 전략, 잘 그려진 그림”
“삼성은 메모리반도체, TSMC는 파운드리…현 구도 나쁘지 않아”
진대제 스카이레이크인베스트먼트 회장이 지난 4일 오후 서울 서초구 사무실에서 &lt;한겨레&gt;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br>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진대제 스카이레이크인베스트먼트 회장이 지난 4일 오후 서울 서초구 사무실에서 <한겨레>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반도체를 둘러싼 국제적 긴장감이 여전히 높다. 차량용 반도체 공급난이 이어지고 반도체 공급망을 자국에 유리하게 바꾸기 위한 국가 간 경쟁이 심화하고 있다. 미국과 중국 간 경쟁은 패권 다툼이며, 한국은 양쪽에 끼어 곤혹스러운 처지라는 분석이 많이 나와 있는 터다.

‘미스터 반도체’의 눈에는 이런 상황 전개가 어떻게 비치고 있을까? 메모리 반도체 16메가 디(D)램 세계 첫 개발을 비롯해 삼성전자의 ‘반도체 신화’를 이끈 주역으로 꼽히는 진대제(69) 스카이레이크인베스트먼트 회장은 지난 4일 <한겨레>와 한 인터뷰에서 “한국이 위험 요소를 안고 있는 건 사실이나 위기라기보다는 오히려 기회라 본다”고 말했다.

“기업에 위기라는 건 성장이 멈추거나, 갑자기 적자가 났다거나, 투자할 돈이 없다거나 한 상황을 말하는 것 아닌가. 반도체 분야에서 그런 일이 있는가? 공급 과잉이라 값이 떨어진 상황인가? 대체로 공급 부족 상태다. 차량용 반도체는 모자란다고 난리 아닌가. 중국이 5~6년 전(2015년) ‘반도체 굴기’라며 (한화로) 300조원가량을 집어넣어 삼성을 단숨에 따라잡겠다고 했는데, 지금 어떤가. 목표에 전혀 도달하지 못했다.”

진 회장은 “다만, 위기에 빠질 수 있고 위험 요소를 안고는 있다”고 말했다. “한국은 반도체 산업에서 세계적으로 중요한 국가에 속한다. 미-중 패권 경쟁 속에서 반도체가 전략 산업이라고 생각해 줄다리기를 시작하고 어느 한쪽으로 끌려가는 데 따른 약간의 리스크, 위험의 소지는 있다. 그러나 그걸 갖고 위기다? 오히려 ‘귀하신 몸’ 아닌가. 미국이 나서 투자해달라고 하고 있는데.”

진 회장은 “중국이 ‘2025년까지 제조업 대국이 되겠다’고 선언하고 그중 하나로 반도체 70%가량을 중국 내재화한다고 한 게 미국의 본격 견제를 불러왔다”며 “돌이켜보면 좀 성급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그럴 경우 다른 나라 제조업은 다 멈추라는 것이며, 미국을 제치고 1등 되겠다는 얘기다. ‘일대일로’도 마찬가지 개념이다. (중국이) 그렇게 하면 될 줄 알았겠지만 반도체만은 쉽지 않다. 한국에서 메모리 반도체 기술자들을 상당히 많이 데려갔는데, 잘 안됐다. 삼성의 독과점적 기술이 세고, 기술 유출을 단속하니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여기에 바이든 행정부 들어 미국의 견제는 더 심해졌다. 트럼프 대통령 때는 관세를 매기는 단순 전략이었다. 바이든은 반도체 공급을 조이고, 인권 문제로도 압박하는 식이다. 요란하지 않으면서 훨씬 무섭다.”

― 중국이 비중 큰 수요자로서 갖는 힘이란 게 있어 미국과 가까워지는 데 대한 반발, 견제 같은 게 있지 않을까?

“여러 가지로 나타날 수 있다. 반도체를 사긴 사야 하는데, 메모리 반도체는 한국서 주로 하니 (공급이 원활치 않을 때) 다른 걸 지렛대로 내세울 수 있다고 본다. 삼성에 메모리반도체 공장이나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공장을 세워달라 할 수도 있다. 당장은 아니어도 미국 투자 절반만큼이라도 (중국에) 해달라고 몇 년 내에 요청할 때 한국 입장에서 안 해주기 쉽지 않을 거다. 위기라면 그런 데서 찾을 수 있겠지. 기업보다는 국가의 위치상 고민거리이며, 중요한 의사결정 사안이다.”

진대제 스카이레이크인베스트먼트 회장이 지난 4일 오후 서울 서초구 사무실에서 &lt;한겨레&gt;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br>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진대제 스카이레이크인베스트먼트 회장이 지난 4일 오후 서울 서초구 사무실에서 <한겨레>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 삼성전자가 파운드리 분야에서 대만의 티에스엠시(TSMC)에 크게 뒤지고 격차가 더 벌어지고 있다는 식의 위기론에 대한 견해는?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 삼성전자, 에스케이(SK)하이닉스 합쳐 70%(세계 시장점유율)를 넘는다. 메모리 분야가 반도체 전체에서 3분의 1이다. 반도체 시장에서 우리가 그 정도 먹고 있는 거다.

티에스엠시는 위탁생산만 하고 자기 브랜드가 없다. 파운드리 시장에서 60%가량 차지한다. 그걸 우리가 뺏어온다? 만일 파운드리 시장에서 반 정도를 뺏어온다고 해보자. 그거 괜찮을까? 미국이나 중국이 가만둘까? 현재 구도, 나쁘지 않다고 본다. 파운드리 분야에서도 삼성전자 혼자서 10~20% 차지한다. 메모리 분야에선 딴 데서 흉내도 못 낼 정도다.

티에스엠시는 애플이나 엔비디아 등에서 필요로 하는 걸 주문받아 만들어주는 식이다. 이게 흔들리면 미국 입장에선 큰일이다. 대만 공장이 미사일 한 방 먹거나 해서 공장 멈추면 어떻게 되겠나. 미국에 파운드리 공장을 세우도록 할 수밖에 없다.”

― 삼성이 2030년까지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 171조원을 투자해 세계 1위를 하겠다고 밝혔는데.

“메모리, 시스템(비메모리) 다 합쳐 1등(매출)을 할 소지는 충분하다. 시스템 분야에서도 1위를 한다는 건 무리수다. 삼성은 (시스템 분야에서) 자기가 쓸 것도 자기가 만든다.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를 삼성이 만들고 있다. 이 점에선 퀄컴, 엔비디아와 경쟁 관계다. 자기 것, 남의 것 다 생산하는 방식이라 시스템 분야에선 이행충돌이 벌어질 수 있다. 엔비디아 같은 데서 삼성에 생산을 해달라고 의뢰할 때 신경 쓰이지 않을까? (설계의) 속을 들여다볼 수도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

삼성이 부문별로 완전히 분리된 회사가 되지 않고는 파운드리 분야를 너무 키우긴 한계가 있다. 티에스엠시의 절반 정도까지 갈 순 있지만 그걸 누르고 간다? 내 보기엔 그건 무리다. 그렇게 하는 건 바람직하지도 않은 일이다.”

진 회장은 “메모리 반도체 때문에 삼성이 전체 반도체 시장에서 1등은 몇 년 내로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지금 통틀어 1등은 인텔이다. 삼성보다 10%가량 크다. 삼성이 2016년인가, 17년에 순간적으로 1등 한 적은 있다. 메모리 시장 1000억달러 중 우리나라가 700억달러를 차지하고, 그중 70%가량이 삼성전자 몫이다.”

― 정부가 지난 5월 발표한 ‘K-반도체 전략’에 대한 평가를 한다면?

“지금까지 20~30년 동안 반도체 정책, 전략 온갖 종류 있었는데 이번에 제일 잘 만들었다고 본다. 소재·부품, 패키징(제조된 반도체의 훼손을 막게 포장하고, 반도체 회로의 전기선을 외부로 연결하는 후공정)까지 폭넓게 커버하고(다루고) 있으며, 잘 이해하고 만든 방안이라 본다. 팹리스(설계전문), 파운드리 고루 발전시키는 포괄적인 정책이다. 그림 상으로는 잘 만들어졌다. 다음 정부에서 잘 이어가야 하겠지.”

―2년 전 일본 정부 수출규제 조처도 반도체와 직결된 사안이었는데.

“3종 세트 수출 중지라며, 그때 호들갑 떨고 난리였지만, 일본이 괜히 (한국을) 건드려 머쓱해진 거지. 일본이 파워게임 해본 건데, 거기까지 안 갔어야 한다. (지금까지 큰 문제 없이 넘어왔지만) 요소요소에 (위험성) 숨겨져 있다. 3종 세트만 있는 게 아니니까. 일본에 100% 의존하는 소재·부품 더 있을 거다. 외교 마찰로 국제 분업, 협력 관계 깨지는 일은 안 일어나는 게 좋다.”

진 회장은 서울대를 졸업하고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전자공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미국 아이비엠(IBM) 연구소에서 일하던 중 1985년 삼성전자에 영입돼 세계 첫 16메가 디(D)램 개발의 주역으로 활약했다. 메모리사업부장(전무), 정보가전총괄(사장)·디지털미디어총괄(사장)을 지내며 ‘미스터 반도체’라는 별명을 얻었다. 노무현 정부에서 정보통신부 장관을 지냈다. 2006년 투자전문 기업 스카이레이크인베스트먼트를 설립해 대표이사 회장을 맡고 있다. ‘스카이레이크’는 백두산 ‘천지’에서 따온 이름이다.

김영배 선임기자 kimyb@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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