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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경제일반

코로나가 키운 ‘언택트’ 소비 편리함, ‘콘택트’까지 바꾼다

등록 :2021-01-14 04:59수정 :2021-01-14 16:06

[2021, 11개의 질문] ⑧ 소비의 미래
황지영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대학교(UNCG) 마케팅 전공 교수
권범철 kartoon@hani.co.kr
권범철 kartoon@hani.co.kr

코로나19는 우리 삶과 가장 밀접한 영역인 소비에 커다란 변화를 몰고 왔다. 오프라인 공간에서 직접 쇼핑을 하기보다는 좀 더 안전한 온라인 쇼핑이 선호되고, 록다운과 재택근무 등의 일상화로 모든 것이 비대면으로 옮겨가고 있다. 이른바 언택트 라이프스타일이 우리의 새로운 일상, 즉 뉴노멀로 자리잡았다.

리테일은 우리가 먹고, 마시고, 여가 시간을 보내는 일상의 소비와 가장 밀접한 산업이다. 언택트 소비가 일상화되면서 코로나19의 수혜 영역과 피해 영역은 확연히 구분된다. 대표적인 수혜 영역은 아마존을 포함한 온라인 리테일, 온라인 화상 서비스 업체인 줌, 텔라닥 같은 원격 의료 진료 서비스, 도어대시와 배달의민족(배민) 같은 배달 서비스, 펠로톤과 미러를 포함한 홈트레이닝 서비스, 넷플릭스와 왓챠 등 스트리밍 콘텐츠 서비스, 그리고 이와 관련된 데이터 서버와 클라우드 서비스 업체 등이다. 이에 반해 오프라인 기반의 외식업계, 제이크루와 포에버21을 포함한 패션 브랜드와 미국의 명품 백화점인 니먼 마커스와 중저가 백화점 제이시(JC)페니, 쇼핑몰, 그리고 디즈니와 극장 등 오프라인 기반 엔터테인먼트의 매출은 급감했다. 2020년 한 해에만 미국에서 매장 문을 닫은 곳은 2만6천여개에 이른다. 우리나라에서도 쿠팡과 마켓컬리 같은 온라인 리테일러들의 매출은 급증한 반면, 롯데·신세계 등 전통적인 오프라인 기반 업체와 외식업 중심의 자영업자들의 매출은 급격히 줄어들었다.

사실 이런 변화가 새로운 건 아니다. 이미 쇼핑 채널의 무게중심은 온라인과 모바일, 그리고 소셜미디어로 빠르게 이동해왔다. 모바일 시대는 곧 모든 것이 배달되는 시대나 마찬가지다. 미국에서 이런 변화를 주도하는 업체가 아마존인데, 1년에 119달러를 내고 프라임 멤버가 되면 2일 무료 배송과 무료 반품, 이북(eBook), 웹툰, 영화와 음악의 디지털 콘텐츠 무료 감상 등의 수많은 혜택을 누릴 수 있다. 2019년 1억1200만명이던 가입자 수는 코로나 사태를 겪으면서 단숨에 1억4200만명으로 불어났다. ‘구글이 아니라 아마존에서 검색한다’라는 표현이 나올 정도로 아마존의 영향력은 커졌다. ‘한국의 아마존’을 꿈꾸는 쿠팡 같은 업체에 의해 아마존 모델은 한국 시장에서도 뿌리내리는 중이다.

정작 중요한 건 변화 그 자체가 아니라, 최첨단 기술이 소비와 라이프스타일을 변화시키면서 ‘시간’에 대한 관점을 바꾼 점이다. 사람들은 이제 굳이 운전하고 주차하느라 고생해야 하는 오프라인 쇼핑이나 극장 방문, 혹은 외식 시간을 아깝게 여기기 시작했다. 대신 집에서 편안하게 넷플릭스를 보면서 치맥을 하고, 마켓컬리와 쿠팡에서 상품을 받아보는 삶, 즉 ‘편의성’에 대한 선호가 증가했다. 우리는 더 빨리, 더 많이, 그리고 더 편리함을 요구하는 소비자가 된 것이다. 이처럼 여러 면에서 변화하고 있던 차에 코로나19가 기폭제가 되어 언택트와 편의성으로 집약되는 소비 트렌드로의 이동이 급격히 빨라진 셈이다.

코로나19를 계기로 가속화되는 소비 트렌드의 구체적 변화 속에서 눈여겨볼 대목이 적지 않다. 특히 인상적인 건 ‘5060엄지족’으로 대변되는 베이비붐 세대 등의 온라인 유입이 확대되고 온라인상에서 신선식품과 럭셔리 브랜드 구입이 늘어난 점이다. 통상 신선식품과 럭셔리 브랜드는 실제로 보고 만져보고, 무엇보다 정품인지 등을 확인해야 하므로 오프라인 쇼핑을 선호하는 카테고리였다. 코로나 사태를 겪으면서 소비자들의 온라인 심리 장벽이 낮아졌음을 알 수 있다.

브랜드와 소비자를 이어주는 라이브커머스가 활발해진 것도 특징이다. 라이브커머스는 모바일을 통해 개개인이 상품 판매자와 실시간으로 직접 소통하면서 구매할 수 있고, 실시간으로 다른 소비자들과도 소통하는 길이 열려 있다는 점에서 일반 홈쇼핑과는 다르다. 온라인에서 부족한 실재감 있는 실시간 소통을 제공할 수 있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라이브커머스는 중국에서 이미 대세가 되었다. 한 예로 ‘립스틱 오빠’라고 불리는 리자치라는 왕훙(인터넷 스타)은 무려 팔로어 8천만명을 거느린 인플루언서로, 화장품 리뷰로만 연수입 274억원(2019년 기준)을 올렸다.

홈코노미의 부상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 집에서 시간을 보내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가정간편식(HMR)과 유명 레스토랑의 간편식에 대한 선호가 높아졌다. 집에서 운동하는 홈트레이닝도 더욱 늘어나는 추세다. 미국에서 2012년 창업한 펠로톤은 스크린이 달린 트레드밀과 자전거를 판매하고, 그 스크린을 통해 강사와 함께 실시간 트레이닝을 하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지난해 매출은 2천억달러(약 220조원)를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쇼핑과 위생에서 안전에 더 많은 관심이 쏠리는 것도 빼놓을 수 없다. 미국의 경우, 오프라인 쇼핑에서 비대면 결제 방식인 셀프 체크아웃을 선호하는 비율이 크게 늘었다. 또한 온라인에서 주문하고 물건을 찾는 방식(BOPIS: Buy Online, Pickup In-Store)이나 주문한 상품을 차에 앉아서 픽업할 수 있는 커브사이드 픽업(curbside pickup) 등의 ‘편의성+안전’의 측면은 앞으로도 계속 부각될 게 틀림없다.

더욱 장기적인 관점에서 전통적인 리테일러와 타 산업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추세도 중요하다. 소셜미디어를 이용하다가 쇼핑을 하고 상거래 플랫폼이 아닌 곳에서도 구매를 하는 복합적 현상은 갈수록 늘어날 전망이다. 우리나라 ‘국민 메신저’라 불리는 카카오톡만 놓고 봐도 알 수 있다. 2010년 카카오톡이 선보이기 전 사람들은 한 건당 20~30원을 내야 하는 유료 문자 서비스를 이용했다. 카카오톡을 이용해 공짜 문자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되자 폭발적으로 사용자가 늘어났다. 하지만 시작에 불과했다. 이후 사진과 파일을 주고받을 수 있는 기능, 축의금 ‘송금’ 기능, 채팅창에서 해시태그 검색 기능에다, 커피나 케이크 선물, 심지어 명품까지 선물로 주고받을 수 있게 되는 등 끝없는 변신이 이어지고 있다. 일상생활에 필수적인 플랫폼으로 자리잡은 비결이다.

코로나19가 종식되더라도 리테일 비즈니스와 소비 트렌드가 과거의 모습으로 돌아가지는 않을 가능성이 높다. 왜냐하면 소비자들은 한번 새로운 편의성과 가치를 경험하면 이전으로 돌아가지 않는 습성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리테일러의 자체 브랜드(PB) 매출이 급증한 것도 2008년 무렵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가 계기였다. 이전까지만 해도 자체 브랜드 상품은 가격은 저렴하지만 품질이 떨어진다는 부정적인 시각이 많았는데, 소비자들의 경제적 여유가 줄어들자 이런 편견이 사라졌고, 결국 경제가 회복된 뒤에도 소비 습관을 계속 유지한 것이다. 중국의 아마존 격인 알리바바가 중국 시장에서 한 단계 도약한 계기도 2003년 사스로 인해 사람들이 밖에 나오지 못할 때였다.

이처럼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도 편의성이 핵심인 언택트 소비는 지속될 터이나, 일정한 변화 역시 예상된다. 언택트 소비 양상이 더욱 다양화되고 세분화될 뿐 아니라 플랫폼끼리의 인수합병도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면 식품·쇼핑 배달 서비스 중심에서 약국과 편의점 등 다양한 근린지역 상품 배송으로 다양화될 것이고, 30분 안에 개별 상품을 배달해주는 배달의민족의 비(B)마트, 편의점, 베이커리 등의 배송은 물론, 일반 레스토랑뿐 아니라 프렌치 레스토랑 등 고급 레스토랑의 배달 서비스도 가능하다. 미국에서는 이미 드론 배송마저 등장했다.

언택트의 부상은 오프라인 중심의 리테일러들에게 더 많은 어려움으로 다가서겠지만, 위기를 돌파하려는 다양한 시도를 낳는 자극도 될 수 있다. 감정적인 보상을 해주는 리테일 테라피나, 매장을 실험적인 콘셉트로 운영하는 리테일 랩, 또한 재미와 영감을 주는 리테일테인먼트(retailtainment), 아날로그 감성을 부각시킨 경험, 온라인의 편의성을 오프라인 공간에 융합한 더욱 편리한 쇼핑 환경을 제공하는 피지털(Physital: Physical + Digital) 경험 등은 곧 포스트 코로나 시대 소비의 미래를 가늠해볼 단초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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