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가 장중 한때 3000선을 돌파했다. 6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22.36(0.75%) 내린 2968.21에 마감됐다. 코스피 지수는 장 개장 직후 3000선을 넘어섰고 장중 한때 3027까지 오르기도 했다. 사진은 6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연합뉴스
코스피가 장중 한때 3000선을 돌파했다. 6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22.36(0.75%) 내린 2968.21에 마감됐다. 코스피 지수는 장 개장 직후 3000선을 넘어섰고 장중 한때 3027까지 오르기도 했다. 사진은 6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연합뉴스

코스피지수가 6일 장중 사상 처음으로 3000선을 넘었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22.36(0.75%) 내린 2968.21로 마감됐지만 장중에 3000선을 훌쩍 넘는 역사적인 기록을 세웠다. 지수는 2.77(0.09%) 오른 2993.34에 개장해 1분도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3000선을 넘어선 뒤 상승 폭을 확대해 장중 한때 3027.16까지 치솟기도 했다.

코스피가 장중에나마 3000선을 넘어선 것은 사상 처음이며, 2007년 7월 2000선을 처음 넘어선 지 13년5개월 남짓 만에 세워진 기록이다. 코스피는 2007년 7월24일 장중 2005.02로 올라 처음 2000선을 넘었다가 종가로는 2000선 아래로 떨어졌고, 이튿날인 25일 종가(2004.22) 기준 2000선을 처음 돌파한 바 있다. 코스피가 1989년 3월31일(1003.31) 1000선을 처음 넘어선 뒤 2000선을 처음 돌파하는 데 걸린 시간은 약 18년4개월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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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선 돌파 뒤의 코스피지수는 지루한 게걸음이었다. 1년 남짓 만인 2008년 10월엔 세계 금융위기 사태에 휘말려 938.75(2008년 10월24일)까지 추락하기도 했다. 2010년 12월 2000선으로 올라선 뒤에도 5년 이상 1800~2020대에 머물러 ‘박스피’, ‘가두리 양식장’이라는 조롱을 받을 정도였다.

2017년 들어 세계 반도체 경기 호황에 힘입어 10월30일(2501.93) 2500선을 넘었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주도의 보호무역주의와 미-중 무역전쟁 여파로 다시 침체 국면에 빠졌다. 2010년부터 2020년까지 한해도 거르지 않고 2000 아래로 떨어졌다가 재돌파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지난해만 해도 코로나19 사태에 직격탄을 맞아 1457.64(3월19일)까지 주저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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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지수 역대 주요 신고점 등 기록 추이
코스피지수 역대 주요 신고점 등 기록 추이

침체 분위기를 반전시킨 주역은 ‘동학개미’ 열풍을 일으킨 개인 투자자들이었다. 외환위기나 금융위기 뒤 주가가 반등했던 상황에 대한 학습효과로 코로나 위기를 기회로 여긴 개인들이 대거 증시에 뛰어들어 급락장을 일으켜 세웠다. 지난해 코스피시장에서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24조5천억원, 25조5천억원어치를 팔아치울 때 개인들은 47조4천억원을 사들여 증시를 떠받쳤다. 개인들은 새해 들어서도 6일까지 4조원 가까운 순매수를 기록해 지수 3000 시대를 주도적으로 열었다. 첫 거래일인 4일 1조원, 5일 7천억원 순매수에 이어 6일에는 2조원 넘게 순매수를 했다.

금융시장에선 주가의 대세 상승을 점치는 분위기가 강하다. 주요 증권사들은 올해 코스피 전망치를 대개 3000 이상으로 높여 제시하고 있다. 삼성증권은 지난 4일 올해 코스피 전망치를 2700~3300으로 제시했다. 두달 전에 냈던 예상치 2100~2850보다 훨씬 높다. 한국투자증권(2620~3100), 신한금융투자(2500~3300)도 애초 전망보다 높여 추가 상승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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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가 상승에 대한 낙관적인 전망은 시중 유동성이 풍부한데다 올해 국내외 경기가 코로나19로 타격을 입었던 작년에 견줘 훨씬 나아질 것이란 데 바탕을 두고 있다. 세계 제조업 경기의 회복이 국내 수출 호조로 연결될 것이란 기대감도 높게 형성돼 있다.

여기에 국내 산업의 양대 축인 반도체와 자동차는 물론 새로운 성장산업의 실적 호조로 주가 상승의 동력이 다양해졌다는 분석이 덧붙는다. 이경민 대신증권 투자전략팀장은 “과거엔 은행·철강 업종이 시가총액 상위에 포진해 있었는데, 최근엔 2차전지·인터넷·제약·자동차 업종이 상위에 포진해 있어 글로벌 트렌드에 발맞춰갈 수 있는 긍정적인 여건”이라고 풀이했다. 경기 흐름이나 산업구조 이상의 주요인은 유동성이라 할 수 있다. 코로나 극복을 위한 정책을 펴는 과정에서 시중 유동성이 크게 불어나 있고 초저금리 상황에서 마땅한 자금운용처가 없다는 점이 증시 활황의 근본적인 밑바탕으로 꼽힌다. 하지만 재정통화정책의 방향이 유동성을 축소하는 쪽으로 바뀔 경우에는 증시 흐름에 부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작년 말 기준 코스피 상장사 시가총액은 1980조5430억원으로 추정 국내총생산(GDP)의 104%에 이르러 사상 처음 100%를 넘어선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과도한 상승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근거다. 코스피의 이익 대비 주가 비율(12개월 선행 PER)이 사상 최고 수준인 13배 수준으로 올라와 있는 것도 최근 증시가 과열이라는 분석을 뒷받침한다. 애널리스트 출신인 김영익 서강대 교수는 “일평균 수출 같은 실물지표에 비해 주가 상승이 과하다”며 “개(증시)가 주인(실물경제)을 너무 많이 앞서간 격이고 거품 영역에 들어섰다고 본다”고 했다.

기업과 가계의 부채비율이 높은 점도 개인 주도 증시의 상승세를 일정하게 제약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주식투자를 위해 증권사에서 빌린 자금인 신용융자 잔고가 5일 현재 19조6천억원으로, 주가가 강한 상승 흐름을 타기 직전인 지난해 10월 말 18조6천억원에 견줘 1조원 이상 불어나 있다. 시장 금리가 오름세를 탈 경우 증시에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 여기에 실물경기가 코로나19의 진전 여부에 따라 기대에 못 미칠 수 있고, 정치적 불확실성 같은 악재가 불거질 수도 있다. 증시가 대세 상승을 타고 있다 하더라도 ‘울퉁불퉁한 길’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김영배 기자 kimyb@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