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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경제일반

지역소멸 막기 위해서도 사회적경제기본법이 필요하다

등록 :2020-12-23 11:35

[사회적경제기본법 제정 촉구 릴레이 기고]
정원각 경남사회적경제통합지원센터장

사회적 경제 기본법은 말 그대로 사회적 경제 활성화에 가장 기본이 되는 법률이다. 사회적 경제 단체들이 줄기차게 입법을 요구해온 사회적 경제 3법(사회적 경제 기본법, 공공기관의 사회적 가치 실현에 관한 기본법, 사회적 경제 기업 제품 구매촉진 및 판로지원에 관한 특별법) 중에서도 ‘모법’이자 ‘근거법’ 역할을 하는 핵심 법률이다. 19대와 20대 국회 때 각각 세 건이 발의됐으나 국회의 벽을 넘지 못하고 모두 임기 만료로 폐기됐다. 이번 21대 국회에서도 더불어민주당 윤호중, 강병원, 김영배 양경숙 의원, 정의당 장혜영 의원이 각각 법안을 대표발의했다. 사회적 경제 기본법 제정은 문재인 정부의 100대 국정과제 중 하나이기도 하다. 사회적 경제 단체들은 여당이 책임을 지고 이번에는 꼭 사회적 경제 기본법을 통과시켜야 한다고 한목소리로 요구하고 있다.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은 한국사회적경제연대회의와 공동으로 사회적 경제 기본법 제정을 요구하는 각계의 주장을 담은 기고를 6차례에 걸쳐 연재한다.

과밀한 서울 도심 일대 모습.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과밀한 서울 도심 일대 모습.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1961년 박정희 군부 쿠데타로 중단된 지방자치가 1991년 지방의회의원 선거를 통해 30년 만에 부활했다. 4년 후인 1995년에는 지방자치단체장 선거가 치러지면서 본격적인 지방자치 시대가 막을 올렸다. 지방자치는 1987년 민주화 운동의 핵심 요구 사안 중 하나였다. 그런데 25년이 지난 지금, ‘87년 희망’은 좌절과 허망으로 바뀌어 있다. 지방자치제가 실시되면 국토 균형 발전이 이뤄질 거라 생각했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1995년 세계무역기구(WTO) 출범과 함께 시작된 자유무역과 신자유주의의 바람은 한국에도 영향을 미쳤다. 신자유주의라는 태풍은 특히 비수도권에 거주하는 사람들의 삶을 더욱 고단하게 만들었다.

국토 면적 88.2%에 인구의 약 50%인 2천5백만명이 사는 곳. 신용카드 사용 금액의 19%만이 소비되고, 1천개의 대기업 중 26%만이 있는 곳. 비수도권은 지금 인구 소멸, 지역 소멸의 위기에 처했다. 한국고용정보원이 2018년 6월 조사한 자료를 보면, 전국 228개 기초 시군구 중 11곳이 지방소멸 고위험 지역인데, 모두 경상북도, 경상남도, 전라남도에 분포하고 있다. 소멸 위험 지역에 진입한 곳은 78곳인데 이 역시 대부분 비수도권 지역이다. 또한 수도권은 전체 읍면동 1112개 중 143개(12.9%)만이 소멸위험 지역인 데 비해 비수도권은 절반이 넘는 1360개 지역(57.8%)이 소멸위험 지역이다.

자료: 한국고용정보원 고용동향브리프
자료: 한국고용정보원 고용동향브리프

비수도권 인구 유출의 원인은 무엇일까? 가장 큰 문제는 지역 경제 활동을 통해 생산된 모든 것들이 점점 외부로 유출되고 있어서다. 문화, 의료, 교육 등의 인프라도 점점 빠져나가게 됐다. 정부 통계에 따르면 2017년 비수도권 지역 소득 75.9조가 유출됐고, 반대로 수도권은 83.4조의 소득이 유입됐다. 경상남도만 하더라도 2000년부터 2018년까지 지역 소득 167조 1359억 9500만원이 유출됐다. 2018년 경남 연간예산이 약 8조원이었으므로 같은 기간 경남 전체 예산보다 더 많은 금액이 유출된 것으로 추정된다.

왜 비수도권에서 생산한 소득이 지역에 머물지 못하고 수도권으로 유출될까? 세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 생산수단을 소유하는 사람들이 주로 수도권에 살고 있다. 둘째, 우리나라 대부분의 기업이 수도권에 위치한다. 셋째, 본사와 하청 그리고 재하청 등 생산 구조의 문제다. 우리나라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관계가 인건비를 줄이고 착취하기 위한 하청 구조로 설정돼 있다. 비수도권, 지방 중소도시로 갈수록 하청업체가 많고, 이들의 인건비는 상대적으로 적다.

이런 문제점들은 사회적 경제를 통해 극복할 수 있다. 주식회사 법인으로 운영되는 일부 사회적 기업의 출자자들이 사업 지역을 벗어난 지역에 거주하기도 하지만, 협동조합, 마을기업, 자활기업 대부분은 해당 지역에 거주하는 주민들이 출자하여 만든 사업체이므로 법인이 해당 지역에 있다. 대규모 자본이 투입된 대기업처럼 본사는 수도권에, 사업장은 비수도권에 있는 경우는 거의 없다. 사회적 경제 기업들은 대부분 본사, 지사의 개념이 아니라 각 사업 지역에 법인을 만들고 필요에 따라 개별 법인 연합회와 같은 2차 조직을 만드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이는 각 지역 법인의 독립과 자치를 보장하는 것이므로 인수합병을 통해 단일 법인을 만드는 방식과는 큰 차이가 있다.

사회적 경제 기업이 늘어나고 사업이 잘 운영되면, 해당 지역의 경제가 활성화된다. 지금처럼 지역 소비자가 지출한 돈이 수도권으로 빠져나가고, 지역에는 껍데기만 남는 방식과는 전혀 다르다. 인구 소멸, 지역 소멸로 향해 가는 비수도권에서 사회적 경제가 커지기 위해선 사회적 경제 활성화를 위한 기본인 사회적경제기본법 통과가 절실하다.

정원각 경남사회적경제통합지원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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