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코로나19 감염 사태로 닥친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경기보강 대책 및 한국형 뉴딜 사업을 담은 35조3천억원 규모의 3차 추가경정예산(추경)안을 편성했다. 역대 최대 규모이고, 1972년 이후 48년 만에 한 해 세 번째 추경을 편성하는 기록을 남기게 됐다.

정부는 3일 국무회의를 열어 경제위기 조기극복과 포스트 코로나 시대 대비를 위한 제3차 추가경정예산안을 심의·의결했다. 총 35조3천억원인 3차 추경안은 지금까지 가장 컸던 2009년 세계 금융위기 극복을 위한 추경 28조4천억원을 훌쩍 뛰어넘는다.

이번 추경안에는 지난 4월 발표한 고용안정 특별대책 및 기업 금융지원과 지난 1일 발표한 하반기 경제정책방향 추진 과제 등을 집행하기 위한 예산이 담겼다. 분야별로 보면, 55만개 단기일자리 창출 및 실업급여 확대 등 고용·사회안전망 강화에 9조4천억원, 소비쿠폰 지급 등 내수·수출 활성화에 3조7천억원, 한국형 뉴딜 사업에 5조1천억원, 기업 유동성 지원을 위한 금융대책에 5조원, 경기 부진으로 줄어든 세수를 채워 넣는 데 11조4천억원을 쓴다.

광고

재원은 지출 항목 조정과 국채 발행으로 조달한다. 기존에 편성된 예산 가운데 당장 시급하지 않은 사업 예산을 줄이거나 여유기금 재원을 끌어와 12조5천억원을 확보했다. 나머지 23조8천억원은 국채를 발행해 충당한다.

한 해 세 차례 추경은 1972년 이후 약 반세기 만에 있는 일이다. 앞서 정부는 코로나19가 국내에서 확산하던 3월 자영업자·저소득층 지원 및 방역 강화를 위해 11조7천억원 규모의 1차 추경을 편성했다. 극심한 소비 위축을 겪던 4월에는 소비 진작 차원에서 전체 가구를 대상으로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하기 위한 12조2천억원 규모의 2차 추경안을 마련했다.

광고
광고

1~3차 추경 금액을 합하면 총 59조2천억원이다. 하지만 이만큼 정부 지출이 늘어나는 것은 아니다. 이 가운데 세수 부족분을 메우는 예산과 기존 사업 삭감 등 지출을 조정한 부분도 포함돼 있다. 이를 제외하면, 올해 본예산(512조3천억원) 대비 총지출 증가 규모는 34조8천억원이다.

3차 추경 기준으로 올해 정부 총수입(470조7천억원)에서 총지출(547조1천억원)을 뺀 통합재정수지는 76조4천억원 적자가 날 것으로 전망된다. 통합재정수지에서 사회보장성기금수지를 제외한 순수 정부 살림 지표인 관리재정수지는 112조2천억원 적자에 이르게 된다. 이는 올해 예상 명목 국내총생산(GDP)의 5.8% 수준이다. 국가채무는 840조2천억원으로 늘어나며 국내총생산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43.5%로, 기존 2차 추경 기준(41.4%)보다 2.2%포인트 오르게 된다.

광고

40%대 중반에 못 미치는 한국의 국가채무비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의 평균인 109%에 비해 상당히 낮은 편이다. 또 주요국들이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정부 지출을 적극적으로 늘리는 상황이어서 3차 추경에 따른 국가채무비율 상승이 큰 부담으로 작용하지 않을 것으로 평가된다. 경제위기가 예상보다 더 오래 가더라도 정부 재정으로 방어할 여력이 남아있다는 뜻이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주요국보다 재정 여력이 있는 만큼 경제위기 상황에서 국가 재정이 최후의 보루로서 역할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며 “재정이 적극적인 역할을 해 단기간 성장을 견인하고 재정이 다시 건전해질 수 있다면 충분히 감내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경미 기자 kmle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