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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경제일반

광주 광산구 의료혁신의 교훈…‘1차 의료’ 개혁이 커뮤니티케어 핵심

등록 :2020-01-13 13:24수정 :2020-01-13 14:03

영구임대주민 생활 실태 전수조사 토대로
‘광산형 의료혁신 모형’ 제시돼 눈길 끌어
의료·돌봄·주거·일자리 문제 통합 해법

정부, 커뮤니티케어 시범사업 16곳 시행 중
지자체 의지 높고 지역 자원 풍부한 곳 한정
보편적 서비스 시행 위해 법·제도 개편 시급
지난해 12월 23일 광주광역시 광산구청 대회의실에서 ‘광산형 복지혁신 포럼’이 열려 참석자들이 영구임대주택 아파트 실태조사를 바탕으로 한 의료혁신 모형에 대해 토론하고 있다. 광산구청 제공
지난해 12월 23일 광주광역시 광산구청 대회의실에서 ‘광산형 복지혁신 포럼’이 열려 참석자들이 영구임대주택 아파트 실태조사를 바탕으로 한 의료혁신 모형에 대해 토론하고 있다. 광산구청 제공

지난해 12월 23일 광주광역시 광산구에서 ‘광산형 의료혁신 모형’을 담은 영구임대주택 아파트 실태조사 보고대회가 열렸다. 광산형 의료혁신 모형이란 지난해 6월부터 8월까지 광산구 공무원 146명이 우산동의 2개 영구임대아파트 2263가구를 대상으로 실시한 생활 실태 전수조사 결과를 토대로 전문가와 함께 마련한 통합돌봄 모형이다. 이날 보고대회에선 지역공동체를 기반으로 지역주민들이 참여해 아파트 의료·돌봄·주거·일자리 문제를 함께 푸는 해법을 제시했다. 광산형 의료혁신 모형은 파편화되고 분절화된 체계를 연계 통합체계로 전환한다는 ‘커뮤니티케어’(지역통합돌봄)의 취지를 살린 의료혁신을 잘 담고 있다.

우리 사회는 세계에서 유례가 없는 고령화 추세 속에 빈곤한 노인가구가 양산되고 있으며, 안타깝게도 고독사와 노인자살이 일상화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65세 이상 노인 자살률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1위다. 노인가구 중 빈곤율 역시 40%를 넘어 부동의 1위를 차지하고 있다. 또한 세 가지 이상의 질병을 앓고 있는 노인 비율이 44%에 이르고, 장애를 가지고 허약체질(노쇠)인 노인 비율도 17~18% 정도다. 건강 불평등도 악화하고 있다. 질병 없이 살아갈 수 있는 건강 나이의 경우 소득 하위 20%와 상위 20%의 격차가 11.3년에 이른다. 빈곤과 노인자살은 이주 밀접한 연관성을 지니므로, 소득이 낮은 노인가구일수록 생애 마지막을 자살로 마무리할 가능성이 크다.

노인들은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의료, 돌봄, 주거, 복지 등 더욱 다양한 도움이 필요하다. 하지만 정작 자기가 살아온 지역에서 의료와 각종 사회서비스를 받기는 어렵다. 기존의 사회서비스가 대개 분절돼 있고 연계 혹은 통합돼 있지 않은 탓에, 각종 사회서비스를 받아보려 해도 전체 서비스에 관한 정보를 체계적으로 제공해주는 곳이 없다. 결국 가족들이 이리저리 뛰어다니면서 필요한 서비스를 일일이 찾아야 하는 형편이다 보니 어려움이 말이 아니다. 대부분 맞벌이 부부인 까닭에 부모가 아프더라도 집에서 병시중을 들기도 쉽지 않다. 특히 빈곤 노인가구일수록 의료 정보 접근성이 더 떨어지는 데다, 평소에 건강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천식이나 당뇨 등 예방 가능한 질병으로 인해 사망하는 경우도 많다. 급속한 고령화와 빈곤이 가져오는 이러한 끔찍한 현실 앞에서 존엄한 삶에 대한 절실한 요구에 답하려는 것이 바로 커뮤니티케어다.

절약된 의료비는 지역화폐 재원으로

고령화가 심화하고 빈곤 노인가구가 늘어가는 상황에서 과연 우리 사회는 어떻게 대비해야 할까? 커뮤니티케어는 ‘돌봄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자택이나 그룹홈 등 지역사회에 거주하면서 개개인의 욕구에 맞는 복지급여와 서비스를 누리고, 지역사회와 함께 어울려 살아가면서 자아실현과 일상 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하는 혁신적인 사회서비스 체계’라고 정의된다. 커뮤니티케어는 고령화의 사회적 부담을 줄여주고 건강 불평등을 완화해주는 대안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실제 실행 중인 커뮤니티케어 시범사업은 노인, 장애인, 정신장애인 등을 주요 대상으로 삼고 있다. 이들은 대부분 열악한 여건에 놓인 저소득 지역에 속해 있으며, 상당수가 의료급여 대상자이다. 커뮤니티케어는 본질에서 노인, 장애인, 정신장애인뿐만 아니라 그 어떠한 대상자에게도 적용될 수 있는 보편적인 돌봄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그래야만 건강 취약계층 누구나 이를 활용할 수 있다. 대상자는 노인, 장애인, 정신장애인으로 나누어질 수 있지만, 중요한 건 주거, 의료, 복지, 돌봄의 파편화되고 분절화된 체계를 연계 및 통합체계로 전환한다는 점에 방점이 찍혀야 한다.

현재 정부는 커뮤니티케어 선도모델 8곳과 예비형 8곳을 포함해 모두 16곳에서 시범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들 16곳의 지방자치단체는 그나마 단체장이 의지를 보이고, 상대적으로 지역 자원이 풍부한 곳이다. 하지만 그 밖의 지역 가운데는 지자체의 의지도 약하고 지역 자원도 매우 빈약해 커뮤니티케어를 실행하기조차 어려운 지역이 많다. 여건이 좋지 않은 지자체에서도 보편적으로 커뮤니티케어를 시행할 수 있는 인프라를 구축하기 위한 법·제도 개편이 시급히 필요한 이유다.

2018년 기준으로 전국의 의료급여 대상자는 약 148만 명. 의료급여 환자에 지출된 비용은 7조 8000억 원에 이른다. 의료급여 환자 1인당 525만 원꼴로, 건강보험환자 1인당 지출액 137만 원과 비교하면 무려 3.8배다. 그런데도 의료급여 환자는 건강보험 환자보다 사망률이 높을뿐더러 여러 만성 질환이 동반될 확률은 약 2배나 높다.

광주광역시 광산구에서도 의료급여에 들어가는 비용이 연간 800억 원이라고 한다. 사정이 이런데도 임대주택 지역주민들은 생활상의 가장 큰 어려움으로 건강문제를 꼽는다. 주치의로부터 지속적이고 포괄적인 의료서비스를 받지 못한 채, 여러 병·의원을 전전하면서 오히려 중복된 약 처방과 동시에 먹어서는 안 될 약을 함께 먹는 오남용 사례도 많다. 만일 한 명의 의사가 전담했다면 충분히 예방 가능한 문제다. 이번에 공개된 광산구 영구임대주택 아파트 실태조사 결과는 파편화되고 분절화된 의료서비스 체계 속에 지역주민들이 그동안 얼마나 질 낮은 1차 의료서비스와 고비용 저효율 구조에 노출돼 있었는지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광산구 사례처럼 우선 건강 취약계층이 밀집해 거주하는 주택단지에 지역주민들이 참여하는 마을 주치의센터를 두고 지역주민들의 건강을 효율적으로 관리한다면, 1차 의료서비스 질은 높아지고 의료급여, 입원 및 응급실 내원으로 인한 의료비는 많이 절약할 수 있다. 의료비를 절약해 1차 의료서비스의 질을 높일 뿐 아니라, 절약된 비용은 건강 증진 활동에 참여하는 지역주민들에게 지역화폐로 돌려준다니 놀랍지 않은가? 파편화되고 분절화된 의료서비스를 주거, 의료, 복지, 돌봄 서비스가 연계 통합된 맞춤형 서비스체계로 전환하는 것이다. 이러한 시스템 혁신이 커뮤니티케어의 핵심이다. 광산구의 혁신이 전국으로 퍼지길 기대한다.

임종한 인하대 의대교수·한국커뮤티케어 보건의료협의회 상임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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