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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경제일반

“포용국가 이루려면 사회복지서비스 전달체계부터 개혁해야”

등록 :2019-03-07 11:40수정 :2019-03-08 14:47

(재) 동천 주최 ‘사회복지법연구 세미나’
사회복지계 숙원인 전달체계 개편 본격 제기
민간에 맡기고 정부는 관리·감독에 머물러
지원은 충분치 않고 민간의 자율과 활력 제한
복지는 국가가 책임지는 국민의 권리로 봐야

지난달 22일 서울시 강남구 역삼동 대한변호사협회 회관에서 열린 ‘사회복지법인·시설·전달체계 발전 방향’ 세미나 열렸다. 이날 세미나는 오는 6월로 예정된 공익법 연구서 출간을 앞두고 그간의 연구 결과를 관계자들과 공유하기 위해 마련됐다.
지난달 22일 서울시 강남구 역삼동 대한변호사협회 회관에서 열린 ‘사회복지법인·시설·전달체계 발전 방향’ 세미나 열렸다. 이날 세미나는 오는 6월로 예정된 공익법 연구서 출간을 앞두고 그간의 연구 결과를 관계자들과 공유하기 위해 마련됐다.
문재인 정부의 사회정책 비전인 ‘포용국가’가 실현되려면 사회복지서비스 전달체계(이하 전달체계)의 개편이 시급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커뮤니티 케어, 사회서비스원 설립 등 현 정부가 추진하는 새로운 복지시책들이 국민에게 체감되기 위해서도 사회복지계의 숙원인 전달체계 개혁은 더 미룰 수 없는 과제라는 것이다.

지난달 22일 재단법인 동천 주최로 열린 ‘사회복지법연구세미나: 사회복지법인·시설·전달체계 발전 방향’에 참여한 사회복지 법제 전문가들은 지금까지 한국의 복지서비스 전달이 사회복지법인 등 민간이 주도하는 방식으로 이뤄졌고, 국가의 공적 책임이 현장의 공공성으로 이어지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남찬섭 동아대 교수(사회복지학)는 발제에서 “수요자 중심 복지서비스를 강조하는 방향으로 진화해 왔고, 양적으로도 2003년에서 2014년까지 연평균 16.8%의 증가세를 보이는 등 정부도 노력해 왔지만, 국민이 체감하는 복지서비스의 수준은 그리 높지 않은 것이 현실”이라며 이 원인을 미흡한 전달체계에서 찾았다. 이날 토론회에서 제기된 전달체제의 문제점과 개선방안을 정리해 본다.

보조금 전달자로 역할을 한정한 정부

남 교수는 지금까지 정부가 단순히 보조금을 전달하는 역할을 넘어서는 공적 책임을 소홀히 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민간 사회복지법인에) 백 원 줄 테니 너희들이 장애인, 아동 다 돌보고 남길 수 있으면 돈을 좀 남겨라. 무엇보다 구청에 전화 안 오게 하라”는 태도였다고 비유했다. 사회복지법인은 국가나 지방자치단체로부터 인건비·시설비 등을 보조받으며 공공의 감시 체계에 포함되었지만, “(정부나 지자체가) 지도감독 나오면 사업의 질이나 현장의 수요에 대해서 듣기보다는 회계 장부만 들춰보고 간다”고 비판했다.

복지 전달체계의 전면적 개편이 필요하다는 주장은 사회복지계에서는 해묵은 이야기다. 전문가들은 국내 복지서비스 자체가 1960년대 해외 원조 기관이나 종교단체 등 민간 시설에 의존하며 시작됐는데, 이후 법체계를 고쳐가면서도 복지를 민간에 위탁·대행해 온 시스템을 바꿔보려는 정부의 노력은 부족했다고 입을 모은다. 1970년 사회복지사업법이 제정되며 사회복지법인 및 비영리법인이 시 ·도지사나 보건사회부(당시) 장관의 허가를 받고 시설을 설치하며 보조금을 지원받도록 바뀌었는데, 이 역시 민간 의존도를 낮추려는 것이 아니라 지속하려는 의도였다는 것이다.

충분치 않은 보조금 주며 민간의 활력과 전문성은 제약

정부에게서 보조금을 받는 사회복지법인은 정부의 관리·감독을 받는다. 또, 사업비의 20% 이상은 법인의 기본 재산과 수익으로 충당하게 되어 있다. 민간 사회복지법인의 고충은 충분치 않은 보조금을 받으며 국가의 관리 체계 안에 편입되다 보니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한 유연하고 전문성 있는 활동도 못 하고, 재정적으로 안정적이지도 못한 어정쩡한 상황이 되었다는 것이다. 이상훈 서울사회복지 공익법센터 센터장은 발제를 통해 “복지전달체계는 국가의 공적 책임을 공공성을 확보하면서 시민에게 전달하는 과정”이라며 “그동안 복지 전달을 실질적으로 담당해 온 민간과 정부가 만나는 복지 전달체계가 천편일률적이어서 민간의 전문성과 활력이 정책에 반영되지 못한다”고 말했다.

지난달 22일 서울시 강남구 역삼동 대한변호사협회 회관 14층 대강당에서 열린 ‘사회복지법연구세미나’에서 남찬섭 동아대학교(사회복지학) 교수가 발제하고 있다.
지난달 22일 서울시 강남구 역삼동 대한변호사협회 회관 14층 대강당에서 열린 ‘사회복지법연구세미나’에서 남찬섭 동아대학교(사회복지학) 교수가 발제하고 있다.
남 교수는 “1990년대 민간기관에 의한 사례관리 도입이나 사회서비스 신청·조사·지원 제도 도입을 발표한 2003년 사회복지법 개정, 2005년 사회서비스 지방 이양 등으로 이를 개선하려는 노력이 있었지만 제대로 실현되지 않았고 오히려 부처 간 분절화만 심해졌다”고 평가했다. 국민이 체감하는 복지 수준이 낮다는 문제 제기가 있을 때마다 새 제도만 구상할 것이 아니라, 국가의 책임을 민간에 위탁해오면서도 민간이 전문성을 발휘하지 못하게 했던 전달체계 자체를 손봐야 한다는 것이다. 정신장애인을 지원하는 사회복지법인 태화샘솟는집의 문용훈 과장은 “커뮤니티 케어 등 정부가 추진하는 새로운 정책들도 중앙 정부가 정책 만들면 지자체는 집행과 감독만 하고 현장에서는 필요한 복지서비스를 위해 다른 재원을 찾아야 하는 상황이 반복될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지방정부에 권한과 예산 줘야

전문가들은 해법으로 △ 지방정부의 권한 및 지방 복지 재원 강화 △ 민간 사회복지법인의 역량 강화 및 처우 개선 △ 민간 사회복지 법인의 책무성 강화 △지도,감독관청의 전문성 강화 △지방정부의 재량권과 책무 강화 등을 제시했다. 남찬섭 교수는 “사회복지 재정 중 바우처, 사회보험 등 다양한 유형의 용처를 중앙이 아닌 지자체에서 정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예를 들어 1조원의 예산을 주면 해당 지자체에서 상황에 맞게 집행한 후, 남으면 인센티브를 주고 모자란 것은 지자체에서 자체 충당하는 방식 등으로 융통성이 주어져야 한다”고 제안했다. 문용훈 과장은 “지방정부의 복지 예산이 취약한 데다, 현재 법 제도가 부정수급자를 찾아내는 것에만 집중돼 제대로 된 복지서비스 전달이 어렵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복지를 시혜가 아닌 누구나 누릴 권리로 봐야

복지서비스에 대한 전면적 인식 개혁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법무법인 도담의 김정환 변호사는 “사회복지서비스 전달체계의 문제는 우리 사회가 복지를 어떻게 바라보는가를 보여준다”며 “복지를 국가가 어려운 사람에게 주는 ‘도움’이 아니라 누구나 누려야 할 ‘권리의 보장’으로 생각해야” 국가의 책무성과 공공성을 높여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최호용 보건복지부 사회서비스자원과 서기관은 “사회복지사업에 대한 법률적 논의가 시작되었다는 것 자체가 고무적”이라며 “커뮤니티 케어 등 탈시설화, 지역사회 중심의 새로운 복지 제도가 고민되는 만큼 현장의 목소리와 해외 사례 등을 면밀히 살펴 개선 방법을 고민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세미나는 재단법인 동천이 추최하고 서울시사회복지협의회, 법무법 태평양,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이 후원해 대한변호사협회 회관에서 열렸다. 오는 6월 예정된 <공익법총서 5권 사회복지법인 시설 전달체계 발전방향> 출판을 앞두고, 연구진이 관계자들에게 지금까지 진행된 연구 내용을 발표하는 자리다. 재단법인 동천은 2015년부터 사회적경제법 등 공익 관련 법의 쟁점과 개선방안 등을 연구해 공익법총서를 내고 있다.

글·사진박선하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시민경제센터 연구원 so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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