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9일(현지시각)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타결과 북-미 정상회담의 연계를 시사하는 돌출 발언을 해 논란이 일고 있다. 한-미 에프티에이는 사실상 양국 통상장관의 최종 서명만 남겨놓은 상황이어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 의도를 놓고도 해석이 분분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하이오주 리치필드를 방문해 사회기반시설을 주제로 한 연설에서 “이번주 한국과 멋진 합의를 했다. 우리는 그것(한-미 에프티에이)을 뜯어고쳤고, 미국으로 들어오는 철강과 차, 트럭과 관련해 운동장을 평평하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참석자들의 박수갈채가 쏟아진 뒤 그는 느닷없이 “북한과의 합의가 이뤄진 이후로 그것(한-미 에프티에이 타결)을 미룰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기 가능성을 내비친 이유에 대해 “왜 이러는지 아느냐”는 말을 반복한 뒤 “이것이 매우 강력한 (협상) 카드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전날 트위터를 통해 “(한-미 에프티에이 타결은) 미국과 한국 노동자들을 위한 위대한 합의다. 이제 중요한 안보관계에 집중하자”고 밝힌 지 하루 만에 입장을 번복한 것으로 비칠 수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미 사실상 타결된 한-미 에프티에이와 두달가량 남은 북-미 정상회담을 연계시킬 논리적 근거가 없다며, 지지자들 앞에서 자신의 ‘협상 기술’을 자랑하기 위한 레토릭으로 보고 있다. 논란이 확산되자, 라즈 샤 백악관 부대변인은 “한-미는 원칙적으로 위대한 새 협정 합의에 도달했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과의 협상 등 모든 관련 사항을 고려해 최종 합의문에 서명하는 가장 좋은 시점을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계나 추가협상에 방점이 찍힌 것이 아니라 시기 조정 문제일 뿐이라며 진화에 나선 셈이다.
우리 통상당국은 미국 무역대표부(USTR)와 접촉하는 등 돌출 발언의 ‘진의’ 파악에 나섰다. 통상교섭본부 관계자는 “특별히 짐작 가는 것이 현재로선 별로 없다”고 말했다.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과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 무역대표부 대표는 지난 28일 양국 통상장관 명의의 공동선언문을 내고 한-미 에프티에이 개정협상의 원칙적 타결을 발표한 바 있다. 그러나 양국의 최종 서명은 남은 절차를 고려할 때 앞으로 한달 이상 걸릴 것으로 보인다. 북-미 협상 시기와 연계하지 않더라도 현재로선 정식 서명이 5월 중순 이후에 이뤄질 공산이 크다. 양국은 타결 내용을 담은 협정문 개정안 문안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데, 문안 작업이 끝나면 법률 검토를 거쳐야 하며 미국도 의회와의 협의 이전에 미 국제무역위원회(USITC)의 분석 절차도 남아 있다.
하지만 엄밀하게 보면, 한-미 에프티에이 협상이 아직 최종 타결된 건 아니다. 우리 쪽 관심사항인 미국의 무역구제(수입규제) 조사 과정의 절차적 투명성을 어떤 사항에 걸쳐 어떤 문구로 협정문에 넣을지, 투자자-국가분쟁해결제도(ISDS)와 관련해 소송 남용 금지 및 국가 정책주권 보호 규정을 어떻게 담을 것인지도 더 논의해야 한다. 양국이 합의 내용을 협정문 개정안에 어떤 문구로 반영할 것인지를 둘러싼 협상도 치열하게 전개될 수 있다. 통상교섭본부 관계자는 “(철강을 빼고) 에프티에이 틀 내에서의 협상은 (개정안 문구 협의 등과 관련해) 지속중인 상태”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원칙적 타결 이후의 ‘남은 협상’에서 무역대표부를 우회 지원하려는 목적에서 트럼프가 ‘북-미 협상 연계’ 발언을 꺼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조계완 기자, 워싱턴/이용인 특파원 yy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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