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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경제일반

“혁신은 평범한 사람들의 협력에서 온다”

등록 :2017-12-12 16:15수정 :2017-12-12 18:56

서울에 모인 한·중·일 사회혁신가들
‘사회 혁신가는 어떻게 성장하는가?’ 논의

대학 인재육성 활발해지고
혁신의 범위·방식 다양해져
고령화 등 같은 고민 안고 있는
3국의 협력·소통 필요 공감대
발언 중인 쓰지타 토시야 일본 오사카대 국제관계학과 교수(오른쪽)와 베아트리스 르네자 중국 비사이드 디자인 창립자(왼쪽). 동그라미재단 제공
발언 중인 쓰지타 토시야 일본 오사카대 국제관계학과 교수(오른쪽)와 베아트리스 르네자 중국 비사이드 디자인 창립자(왼쪽). 동그라미재단 제공
“확실합니다. 혁신은 평범한 사람들의 협력으로 만들어집니다.”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혁신적 방법을 고민하는 한·중·일 ‘혁신가’가 모인 자리, 이 한마디에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베아트리스 르네자 중국 ‘비사이드 디자인’(B/Side Design) 대표였다. 비사이드 디자인은 예술과 건축으로 도시 문제를 해결하는 기관이다. 창립자인 베아트리스 대표는 이탈리아 출신으로 15년째 중국에서 예술을 통한 사회혁신에 도전 중이다. 그는 “혁신가라고 하면 비범한 개인을 상상하는 경우가 많다”는 말에 이렇게 대답했다. “예술조차도 협력이 중요하고, 세계 어느 곳에서도 혁신은 천재 한 명이 해내는 게 아니라는 게 대세다. 포용적, 민주적 과정과 사람들의 참여 없이는 불가능하다.” 쓰지타 토시야 일본 오사카대 국제관계학과 교수도 거든다. “학생들이 어떻게 하면 혁신가가 될 수 있냐고 묻기도 하는데, 일부 교수는 ‘훌륭한 사람이 되어야 하니 하버드로 유학가라’고 한다. 하지만 막상 거기엘 가도 팀이 중요하다. 회사도 마찬가지고, 살아가는 내내 그렇다. 내 사회혁신 연구나 교육도 거기서 출발한다.”

지난 6~7일, 서울 역삼동 동그라미재단 사무실에 국내는 물론 중국 베이징·상하이, 일본 도쿄·오사카, 인도네시아 발리와 이탈리아 등 세계 각지에서 온 시민단체 활동가, 사회적기업가, 예술가, 대학교수, 사회적기업가 육성 재단 관계자 등이 모였다. “동아시아 사회혁신가는 어떻게 성장하는가?”라는 질문에 답을 찾기 위해서다. 한·중·일 사회혁신가 네트워크인 이지(EASII)의 한국 코디네이터 이원재 여시재 기획이사의 제안에 동그라미재단,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이 참여해 만들어진 자리다.

중국 푸단대 혁신가 양성 교육을 설명중인 첸홍린 교수. 동그라미재단 제공
중국 푸단대 혁신가 양성 교육을 설명중인 첸홍린 교수. 동그라미재단 제공
혁신가 양성에 뛰어든 한·중·일 대학

참가자들은 “한·중·일에 비슷한 흐름이 있다”고 입을 모았다. 그 첫 번째는 대학이 사회혁신가 양성에 나서기 시작했다는 것. 한국에선 성균관대, 계원예대, 성공회대 등은 몬드라곤 팀 아카데미와 협력해 대학생들의 사회적 가치 창업을 지원한다. 한양대는 직접 글로벌 사회혁신센터를 운영하며 지역사회 혁신가 육성 허브로 성장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대기업 재단도 맞춤형 지원에 나섰다. 에스케이행복나눔재단은 이화여대, 카이스트 등과 협력하며 사회적기업, 사회적경제 관련 학위 과정을 지원한다.

일본과 중국도 마찬가지다. 일본 오사카대는 다양한 이해관계자간 소통을 통한 사회 문제 해결을 연구하는 코디자인(Co Design) 센터를 만들어 학생들이 직접 지역 문제 해결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도록 한다. 중국의 르핑 사회적기업가 재단은 일찍이 대학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보고, 푸단대 등 중국 대학은 물론 스탠포드·매사추세츠공대(MIT) 등 미국 대학을 직접 방문해 사례를 연구하고 있다. 첸홍린 푸단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일방적으로 교수가 강의하는 방식이 아니라, 학생들이 직접 사회적 가치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게 한다. 정부도 인재육성과 사회문제 해결 가능성의 접목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뷰티풀펠로우’ 사업을 소개하고 있는 김하나 아름다운가게 사회적기업센터 팀장. 동그라미재단 제공
‘뷰티풀펠로우’ 사업을 소개하고 있는 김하나 아름다운가게 사회적기업센터 팀장. 동그라미재단 제공
무너지는 혁신의 경계, 다양해진 실험들

혁신을 만드는 과정에서 분야간 경계의 무너짐도 한·중·일에 공통적으로 나타난다. 전통적인 시민운동가나 사회적기업가부터 소셜벤처, 디지털 노마드(디지털 통신을 기반으로 다양한 장소를 여행하며 일하는 사람들), 예술이나 건축까지 사회 혁신의 영역으로 들어왔다. 육성·지원 프로그램도 다양해졌다. 비즈니스 역량 강화를 지원하는 ‘로컬 챌린지 프로젝트’(동그라미재단), 조직이 아닌 개인의 성장을 지원하는 ‘뷰티풀 펠로우’(아름다운가게), 코워킹 스페이스와 공동주거,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루트임팩트가 한국 사례로 소개됐다.

일본에선 ‘어쓰 컴퍼니’가 대표적이다. 이들은 일본과 인도네시아 발리 양쪽을 오가며 유연하게 변화를 만드는 사람들과 협력한다. 전통적으로 사회 변화의 동력이라고 알려진 시민운동단체나 자선단체뿐 아니라 디지털 노마드, 여행자 커뮤니티와도 협력한다. 하마카와 토모히로 대표는 “‘어쓰 컴퍼니’는 운동이든 놀이든 사회가 더 다양하고 풍부해지도록 임팩트를 내는 것이 중요할 뿐, 형식에 구애받지 않는다”고 말했다. 베아트리스 중국 비사이드 디자인 대표는 ‘베이징 디자인 위크’ 총괄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출신 예술가다. 중국 현대 미술을 배우러 갔다가, 지금은 르핑 사회적기업가 재단, 유네스코, 중국 정부와 손발을 맞추며 중국 사회의 변화를 이끌고 있다.

포럼 참석자들이 토론에 참여하고 있다. 사진 동그라미재단 제공
포럼 참석자들이 토론에 참여하고 있다. 사진 동그라미재단 제공
‘국경 넘어선 네트워크와 생태계 조성’ 제안 이어져

참가자들은 “동아시아 공통의 흐름과 과제가 있다”며 협력과 소통이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고령화, 지역 인구 감소, 지역·계층간 불평등, 새로운 삶의 방식 모색 등 같은 화두를 들고 있기에 나라별로 개별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단절된 것을 반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허재형 루트임팩트 시이오(CEO)는 “루트임팩트는 혁신가 매칭 플랫폼인데, 만남이 임팩트를 증폭시킨다는 걸 확인하고 있다”며 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합동 스터디 투어를 하자”, “르핑 사회적기업가 재단과 몬드라곤 팀 아카데미가 커리큘럼을 개발하고 에스케이를 통해 한국 대학과 협력하면 어떨까”, “동그라미재단, 아름다운가게, 어쓰 컴퍼니의 혁신가 지원 제도를 이어보자” 등의 아이디어도 줄을 이었다. ‘사람간 연결을 통해 혁신을 촉진한다’를 표방하는 씨닷의 한선경 대표는 “하나의 기관이 모든 필요를 충족시킬 수 없으므로 네트워킹은 필수”라고 말했다. 이토 켄 게이오대 미디어·거버넌스 대학원 교수는 “우리들 안에서도 ‘사회적 가치가 무엇인가’에 대한 이해가 다양하다. 소통 기반 생태계 조성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토론의 마지막, 판 리 중국 르핑 사회적기업가 재단 국제 어드바이저가 영국 사회혁신 행사에서의 일화를 소개했다. “발제자 한 명이 ‘혁신은 분명히 일어난다. 여기 없는 사람들에 의해서’라고 말해 모두 놀랐다. 혁신을 한다는 우리가 우리 안에 갇히지 않도록 경계해야 한다는 뜻이다. 오늘도 이 말을 나누고 싶다.” 이날 모여 한·중·일 사회혁신의 지도를 그려본 참가자들에겐 ‘더 넓게, 유연하게, 엉뚱하게 상상하고 손 뻗을 것’이라는 새로운 과제가 주어졌다. “혼자 가면 빨리 가지만 함께 가면 멀리 간다”는 말도 틀렸다는 것이 이들의 결론이다. 함께 가야 더 빨리, 더 멀리 간다. 혼자는 “못 간다.”

박선하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시민경제센터 연구원 so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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