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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경제일반

‘섀도보팅’ 폐지, 3년 미뤘는데 또 미루자는 재계

등록 :2017-12-04 19:18수정 :2017-12-05 15:31

주총 불참 주주의 의사 왜곡하는 기형적 제도
2015년 폐지 결정 뒤 3년 준비기간 줘
재계 “폐지 땐 주총 대란” 다시 목청
야당은 주차유예 법개정안 발의
금융당국과 시민단체 ‘유예 부정적’

그래픽_김승미
그래픽_김승미

다음달 1일로 ‘섀도보팅’(그림자 투표) 제도가 폐지될 예정인 가운데, 재계가 다시 제도 폐지를 미뤄달라고 요구하고 나서 논란을 빚고 있다. 섀도보팅은 상장기업이 주주총회에 참석하지 못한 주주의 의결권을 참석한 주주의 찬반 비율에 따라 행사하도록 하는 제도다. 이런 가운데 국회 정무위원회가 6일 법안심사소위원회를 열고 관련법 개정안을 심의할 예정이어서 추이가 주목된다.

※ 그래픽을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현행 상법은 주총을 열어 의결하기 위한 요건으로 ‘출석 주주의 과반 찬성, 발행 주식 총수의 25% 찬성’이라는 규정을 두고 있다. 정관 변경 등 특별 결의엔 ‘출석 주주의 3분의 2 이상과 발행 주식 총수의 3분의 1 이상 찬성’이 필요하다.

그동안 이런 요건을 맞추기 어려운 기업들은 한국예탁결제원에 섀도보팅을 신청해왔다. 한국예탁결제원 자료를 보면, 지난 3월 정기주총을 개최한 코스피·코스닥 상장사 1924곳 가운데 33.3%인 641곳이 섀도보팅을 요청했다.

1991년부터 시행돼 국내에서 기형적으로 운영돼온 섀도보팅은 여러 부작용을 낳아왔다. 주총에 불참한 주주를 출석한 주주와 동일한 비율로 같은 의견을 갖고 있다고 간주하는 점부터 정상적인 의결권 행사의 모습이 아닐뿐더러, 소수의 주주만 출석해도 의결이 되다 보니 기업이 소액주주들의 주총 출석을 위해 노력을 기울일 필요도 없었다. 소액주주들이 소수 경영진이나 대주주의 경영권을 견제하기 어렵도록 악용될 여지가 다분했다. 이에 따라 2013년 자본시장법 개정으로 2015년 1월1일부터 폐지될 예정이었지만, 상장사들이 의결정족수를 채우지 못하고 ‘주총 대란’을 겪을 수 있다는 점이 고려돼 3년 유예기간을 두기로 했었다.

그런데도 국회에는 “섀도보팅이 폐지되면 주총 열기 어렵다”는 재계의 의견을 받아들인 자본시장법·상법 개정안이 계류 중이다. 자유한국당의 윤상직·권성동 의원은 주총 결의 요건을 완화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상법 개정안을, 김성원 자유한국당 의원은 섀도보팅을 앞으로 3년 더 유예하는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발의한 상태다.

금융당국은 섀도보팅 폐지를 미룰 수 없다는 입장이다. 지난 1일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유예기간 동안 기업들이 충분히 대비하지 않았다고 본다”며 섀도보팅 유예에 부정적인 의견을 나타냈다. 다만 주총을 열지 못해 감사를 선임하지 못하면, 한국거래소 관리종목으로 지정되고 상장폐지 대상이 되는데 이는 거래소 규정을 바꿔 예외를 두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금융위가 이처럼 판단한 것은 기업들이 소액주주들이 주총장에 직접 참석하지 않아도 투표할 수 있는 ‘전자투표제’ 도입에도 소극적으로 나섰기 때문이다. 지난 10월 기준 코스피 시가총액 상위 100대 기업 중 전자투표제를 도입한 기업은 15곳에 그쳤고 삼성과 현대차, 에스케이(SK), 엘지(LG), 롯데 등 5대 그룹 계열 시총 상위사들의 참여는 전무했다. 전자투표제를 도입한 상장기업은 1197곳으로 전체 상장사(2018곳) 가운데 59.3%를 차지했다. 이와 관련해 기업들은 “소액주주들은 장기 투자보다 이익 실현에 관심이 커 전자투표제 활용률도 저조해 실효성이 낮다”고 반박했다.

전문가들은 기업이 소액주주의 무관심을 탓하며 섀도보팅에 매달리기보다 자구적인 노력을 해야한다고 강조한다. 김갑래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기업들이 장기 투자자를 유치하고 지분 우호세력을 만들어내려는 노력을 하지 않으니, 소액주주들도 경영전략이나 이사 선임 등에 관심이 없어져 더욱 단기 투자하는 등 악순환이 이어진다”며 “주총 활성화를 위한 노력을 비용이 아닌 투자로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수지 기자 suji@hani.co.kr

차고 넘치는 섀도보팅 대안들

전자투표제, 중개기관 의결, 대리행사권유제 등 다양

섀도보팅은 주식회사의 주주총회 성립과 의결 요건을 쉽게 충족시켜주기 위해 과도기적으로 도입한 제도이다. 주총 성립 및 결의 요건을 충족시키기 어려운 근본적인 이유는, 주총에 대한 주주들의 관심과 참여가 낮기 때문이다. 따라서 주주들의 관심과 참여도를 높일 수만 있다면 섀도보팅의 도입 근거는 자연스럽게 소멸된다. 그런데 섀도보팅 폐지에 반대하는 기업들은 주주의 참여를 되도록 억제하려는 모순된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가장 간단한 섀도보팅의 대안은 전자투표제이다. 주주들이 주총장에 직접 참여하지 않더라도 온라인 또는 모바일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면, 굳이 섀도보팅을 하지 않아도 주총 성립과 결의 요건을 충족시킬 수 있다. 그러나 지배주주의 지분율이 낮은 상장기업들은 대부분 전자투표제 도입을 꺼린다. 외부주주들의 간섭을 배제하려면 섀도보팅이 훨씬 편리하기 때문이다.

현행 상법은 전자투표제의 도입을 회사의 선택, 즉 주총 결의에 따른 정관변경 사항으로 규정하고 있다. 문제는 이렇게 하면, 전횡을 행사하는 기존 지배주주들의 의사에 따라 전자투표제 도입 여부가 결정된다는 데 있다. 소수 지배주주와 다수 실질적 주주 사이의 이해 충돌이 발생하는 셈이다. 따라서 많은 전문가들은 정당한 사유가 없는 한 전자투표제를 거부할 수 없도록 하는 관련 법령의 개정을 주장하고 있다. 상장기업만이라도 전자투표제 채택을 의무화할 필요가 있다.

섀도보팅제의 폐지 뒤 주총 요건을 확보하기 위한 또다른 대안으로 중개기관의 의결권 활성화를 들 수 있다. 은행이나 기관투자가들이 위탁·관리하고 있는 주식을 주주 권익에 맞춰 적극 행사하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금융기관이 관리하고 있는 주식의 실질적인 주인은 대부분 해당 금융기관의 고객들이다.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이런 실질주주들이 아무런 의사표시를 하지 않더라도 고객의 이익을 위해 의결권을 적극 행사한다.

소액주주운동의 활성화와 함께 의결권 대리행사권유제도 또한 유력한 섀도보팅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위임장 권유제’로도 불이라는 이 방안은, 주주 의결권을 확보하려는 단체나 기관이 의결권 행사를 자신에게 위임해줄 것을 사전에 공개적으로 권유하는 것을 말한다. 현행 의결권 위임제도는 대부분 기존 지배주주나 경영진들만 활용할 수 있다. 이들을 견제하려면 외부의 특정기관이나 단체가 집단적으로 의결권을 위임받을 수 있는 절차와 방법을 간소화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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