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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경제일반

고용한파 시대 ‘을’들의 반란, 프랜차이즈 직접 만든다

등록 :2017-02-09 10:28수정 :2017-02-09 16:50

【더 나은 사회】
과도한 요구 본사 갑질 더는 못참아
빵·피자·카페 점주들 협동조합 결성
“경제적 효과도 크고 공생 가치 체험”

정부도 교육·자금 지원책 마련 나서
창업 활성화로 고용대란 극복 기대
“변화 반영한 새 운영모델 개발 필요”

피자연합협동조합 대구동구점의 매장 점주가 “프랜차이즈가 뭐죠? 전 연합입니다만…”이란 문구가 새겨진 티셔츠를 입고 제품 개발 업무를 보고 있다. 피자연합협동조합 제공
피자연합협동조합 대구동구점의 매장 점주가 “프랜차이즈가 뭐죠? 전 연합입니다만…”이란 문구가 새겨진 티셔츠를 입고 제품 개발 업무를 보고 있다. 피자연합협동조합 제공
민간계약서에 찍힌 ‘갑’이란 용어는 몇 년 전부터 우리 사회에서 권력의 대명사로 통용되고 있다. 그중에서도 프랜차이즈 본사의 우월적 지위 남용은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지난해 10월 공정거래위원회에 대한 국회 국정감사에서 ‘갑질 논란’에 휩싸인 프랜차이즈 본사가 도마 위에 오르기도 했다. 본사의 가맹점에 지우는 과도한 부담이 논란의 불씨였다. 통신 서비스 회사들은 이동통신 할인 제휴와 관련한 비용을 가맹점주에게 전가하는 경우도 있었다.

가맹점주들에게 천사와 같은 본사는 없을까? 가맹점주들이 착한 본사를 찾기보다 스스로 만드는 방법이 있다. 협동조합형 프랜차이즈가 바로 그것이다. 동네빵집들이 뭉쳐서 만든 ‘동네빵네협동조합’, 지역의 흩어진 카페들이 모여 만든 ‘소셜카페협동조합’이 그 예이다. 혼자서는 감당하기 힘든 원부자재 공동구매, 동일 브랜드를 활용한 공동마케팅 등을 협동조합 방식으로 함께 해 나간다. 가맹점주인 영세 자영업자들끼리 조합원으로 뭉쳐 협동조합 형태의 가맹본부를 직접 설립하는 방식이다. 본사 자체를 조합원인 가맹점주가 소유하고 운영하기에 ‘갑질’ 논란은 원천적으로 차단된다. 있다면 ‘셀프 갑질’이기 때문이다.

‘피자연합협동조합’도 프랜차이즈 매장을 운영하면서 겪은 어려움과 고민을 1년여 동안 서로 나누다가 탄생한 조합이다. ‘을’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아는 ‘을’들의 연대인 셈이다. 10년 넘게 피자 관련 사업을 하며 쌓인 각각의 노하우들도 연합의 큰 동기로 작용했다. 각 점주들이 잘하는 부분을 특화해서 레시피 개발 담당, 식자재 조달 담당, 소스 개발 담당 등으로 분화했다. 조합 소속의 새로운 점포가 생기면 여럿이 함께 도움의 손길을 뻗쳐 사업이 빨리 안착할 수 있도록 해준다. 매장 점주만이 아니라 식자재 공급자들도 조합원으로 결합해 시너지를 내고 있다. 이처럼 공급자와 수요자가 같은 배를 탄 구조에서는 본사의 마진 극대화라든지 식재료 강매 따위의 횡포가 존재할 수가 없다. 이종윤 조합 이사장은 “프랜차이즈 협동조합은 가맹점들 간 공생의 가치를 안겨줄 뿐 아니라 경제적으로도 부대비용 감소 등의 효과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피자연합협동조합은 지난해 11월에 창립해서 서울과 부산, 대구, 안산 등 전국 6곳에 점포를 열어 운영하고 있으며, 이달 말까지 4개 점포를 더 개설할 예정이다.

협동조합기본법이 2012년 시행된 뒤로 지금까지 설립된 1만795개 협동조합 가운데 70%(7563개)는 개인사업자 협동조합이다. 장종익 한신대 교수는 “새로 생겨난 사업자협동조합은 자영업자와 프리랜서가 주축이 되고 있다. 이러한 변화에 맞춰 기존 농협이나 생협 등 전통적인 협동조합 모델과는 다른 새로운 운영 모델이 나와야 한다”고 지적했다. 사업자협동조합은 자영업의 생존기반을 강화하는 동시에 고용 안정성을 높일 수 있는 수단이다. 기획재정부도 지난 1월10일 올해부터 2019년까지 추진하는 ‘제2차 협동조합 기본계획'을 발표하면서 4대 핵심전략 중 하나로 ‘고용친화적 분야 확대’를 내세웠다. 프랜차이즈 협동조합을 통해 자영업자의 어려움을 해결하고, 프리랜서에 적합한 협동조합 모델을 개발하겠다는 것이다. 협동조합 방식의 가맹본부 설립과 운영에 교육과 자금 등 ‘패키지' 지원 방안도 마련하기로 했다.

프리랜서의 경우 ‘사업고용협동조합 모델’을 우리나라 현실에 맞게 도입할 예정이다. 사업고용협동조합은 프랑스, 벨기에, 독일 등 유럽 여러 국가에서 확산되고 있다. 프랑스에서는 160개 이상의 사업고용협동조합이 들어서 수많은 프리랜서와 고용계약을 맺어 운영되고 있다. 조합은 프리랜서에게 일감 확보, 마케팅, 교육·훈련, 사회보험 등의 지원을 하고, 이에 대한 대가로 소속 프리랜서 조합원들은 수입의 7~15%를 수수료로 제공한다. 조합은 프리랜서 활동을 위한 공동사무국인 셈이다. 조합이 3년 이내에 개인 창업을 유도하기 위해 창업보육센터 기능을 하며, 개별 프리랜서가 흔히 부닥칠 수 있는 불공정 계약 위험 등을 방지하는 기능도 한다. 사업고용협동조합 모델은 세대간 연대의 발판이 될 수도 있다. 아이디어는 많은데 경험과 노하우가 부족한 청년세대와 은퇴한 노년세대가 서로 필요한 자원을 주고받는 플랫폼 구실을 조합이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청년들에게 ‘묻지마 창업’을 강요하기보다는 일정 기간 은퇴자들의 풍부한 경험을 전수받는 기회를 얻으면 좀더 안정적으로 다양한 시도를 해볼 수 있다.

경기침체의 장기화로 청년들의 고용 한파가 심각하다. 통계청이 발표한 지난해 전체 실업률은 3.7%인데 청년실업률은 9.8%를 기록해, 외환위기 직후인 2000년(8.1%)보다 더 높은 수준이다. 전체 실업자 101만2천명 중 절반에 가까운 43만5천명이 청년이다. 구직을 포기해 노동시장에서 아예 이탈하거나 비자발적 비정규직 등을 포함한 사실상의 실업률은 더 심각하다. 미래창조과학부 창조일자리팀의 ‘청년고용체감지표 설계·연구에 대한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2015년 기준 청년층 체감실업률은 34% 선에 이른다. 정부는 취업이 안 되니 창업, 더 나아가서 직업 자체를 새로 만드는 창직을 권유한다. 미국은 벤처산업이 새 일자리의 60%를 공급하며, 영국도 10년 뒤에는 일자리의 60%가 벤처에서 나올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에 따라 선진국에서는 창업을 성장과 일자리 창출의 핵심동력으로 삼고 집중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창업이 여전히 위험천만한 도전이다. 창업을 위한 사회적 인프라가 매우 취약하기 때문이다.

창업 활성화를 위해서는 정부 주도의 직접적인 인프라 구축보다 교육에서 시작해 전반적인 생태계의 대전환이 이뤄져야 한다. 지난해 세계경제포럼(WEF)은 4차 산업혁명에 필요한 ‘21세기 핵심기술’ 16가지를 내놓은 바 있다. 이 가운데 문해와 수해 능력과 같은 ‘기초 기술’도 있지만, 협력·창의성·문제해결력 같은 ‘역량’과 일관성·호기심·주도성 등을 고양하는 ‘인성’이 포함되어 있다. 협력해서 문제를 풀어나가고 이를 통해 협업의 능력을 키우는 것이 미래 교육의 핵심이 되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는 바로 협동조합적 창업역량으로 구현될 수 있다. 교육부도 이런 시대적 변화에 맞춰 지난해 4월 청년 일자리 창출을 위한 ‘산학협력 5개년 기본계획’을 내놓으면서 협동조합형 창업을 강조했다. 선후배와 지역사회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들과 창업 노하우를 공유하고 축적하며, 실패의 위험을 분산하는 동시에 실패로 얻은 경험이 대학 내로 축적돼 교육 자원으로 다시 활용될 수 있도록 협동조합형 창업의 확산을 제안한 것이다.

협동조합 방식의 창업 교육은 어떠해야 할까? 기존의 창업 교육이 개인의 역량 향상에 치중한다면, 협동조합은 처음부터 팀의 역량 강화를 강조한다. 팀 창업 교육의 모범적인 사례로, 세계 최대 노동자협동조합인 몬드라곤의 팀 아카데미(Mondragon Team Academy, MTA)를 꼽을 수 있다. 팀 아카데미 제도는, 몬드라곤이 2008년 세계 금융위기 뒤 안팎으로 경영 위기를 겪으며 다음 세대를 키워내기 위한 새로운 혁신 방안으로 도입되었다. 이후 사업 혁신과 청년고용 촉진 등에 꾸준히 효과를 얻어 중국, 인도, 멕시코, 네덜란드 등지로 확산되고 있다. 국내에서도 지난해 해피브릿지협동조합이 도입해 운영하고 있다. 엠티에이코리아(MTA Korea)의 원종호 연구원은 “팀 창업 교육은 개인만이 아니라 팀과 기업 차원의 공동학습이 중요하다. 필요한 자원을 공동으로 모으고 실제로 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는 협업적 문제 해결력을 높일 수 있도록 하는 데 중점을 둔다”고 기존 창업교육과의 차이를 설명했다. 주수원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정책위원 socialec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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