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광주 북구 충효동 한 축산농가에서 광주 북구청 소속 수의사가 소꼬리를 붙잡고 구제역 예방 백신을 접종하고 있다. 광주/광주 북구청 제공 연합뉴스
8일 광주 북구 충효동 한 축산농가에서 광주 북구청 소속 수의사가 소꼬리를 붙잡고 구제역 예방 백신을 접종하고 있다. 광주/광주 북구청 제공 연합뉴스

충북과 전북에 이어 경기도에서도 구제역이 발생했다. 거리가 상당히 떨어진 지역에서 구제역이 나타나면서 전국적으로 확산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충북·전북 발생지 주변 농가의 절반은 정부가 백신 효력의 목표치로 삼은 항체형성률 80%를 밑도는 것으로 조사됐다. 절반의 농가가 사실상 ‘구제역 위험지대’에 있는 것으로 드러난 셈이다.

8일 농림축산식품부 말을 종합하면, 이날 오전 경기도 연천군 군남면의 젖소 114마리를 키우는 사육농가에서 10마리가 침 흘림과 수포 등의 증상을 보인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간이검사를 한 3마리 전부 양성반응이 나와 확진 가능성이 크다. 농장 젖소는 모두 살처분된다.

충북 보은, 전북 정읍, 경기도 연천까지 서로 120~280㎞ 떨어진 3곳에서 구제역이 발생해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전국 곳곳에 구제역 바이러스가 퍼졌을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역학조사 결과 충북 보은과 전북 정읍 농장의 바이러스 유전자가 같은 것으로 조사됐다. 통상 공기를 통해 전파되는 구제역 바이러스의 확산 범위가 육지의 경우 약 60㎞라는 점을 고려하면, 이들 농장 사이에 직접적인 전파 가능성은 작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결국 각각 전염됐을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박봉균 농림축산검역본부장은 “문제의 구제역 바이러스가 언제 국내에 들어왔고, 얼마나 오랫동안 움직였을지 파악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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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바이러스가 전국에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면 농장이 제대로 백신 접종을 했는지가 확산 위험을 가늠할 관건이다. 정부가 발표한 소의 항체형성률 97.5%라는 수치는 표본 조사의 한계로 현실을 전혀 반영하지 못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실제 구제역이 확진된 충북 보은 농장은 19%, 전북 정읍 농장은 5%의 항체형성률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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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구제역 발생 주변 농가들도 위험하다는 점이다. 충북 보은 구제역 발생 농가 3㎞ 이내에 11개 농장이 있는데, 6곳만이 정부 목표 기준인 항체형성률 80% 넘겼다. 정읍 3㎞ 이내 농장 13곳 중에서도 6곳만 80% 이상으로 조사됐다. 농장 24곳 중 절반(12곳)만 그나마 백신 접종 상태가 괜찮다는 뜻이다. 두 곳은 아예 항체가 없었고, 50% 미만도 5곳(21%)이나 됐다. 지난해 백신 접종 비용은 중앙정부 371억, 지방정부 159억, 농장 388억원 등 총 917억원을 썼는데, 헛돈을 썼을 가능성이 상당한 셈이다.

정부도 백신 접종 관리 시스템이 부실하다는 것을 인정하며 이날부터 전국 소 314만마리에 대해 백신 일제 접종을 시작했다. 소 마릿수가 많아 백신 접종을 하는 데 일주일가량 걸린다. 주사는 공공 수의사가 직접 놓을 예정이다. 하지만 접종을 한다고 해서 즉각적으로 방역 효과가 생기는 것은 아니다. 백신 접종에서 항체 형성까지 짧게는 일주일, 길게는 2주일이 필요하다. 이 기간에 구제역이 급속히 퍼질 경우 사실상 차단 방역 이외에는 뾰족한 방법이 없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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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13일 만인 지난 6일 조류인플루엔자(AI) 의심신고가 들어왔던 전북 김제에 있는 산란계(알 낳는 닭) 농장이 고병원성 ‘H5N8형’ 에이아이에 감염된 것으로 확인됐다. 사육농장 가금류에서 H5N8형이 확진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H5N8형은 현재 유행하고 있는 H5N6형보다 독성은 약하지만, 잠복기간이 길고 증상이 잘 나타나지 않는다는 특징이 있다. 두 가지 유형의 바이러스가 유행하면서 당분간 에이아이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김소연 기자 dandy@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