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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경제일반

재계 놀랜 ‘자발적 빅딜’…삼성, 선택과 집중 강화

등록 :2014-11-26 22:14수정 :2014-11-26 22:43

한화, 삼성테크윈·화학 인수
1조9천억 규모…내년 상반기 마무리

삼성 ‘이재용 중심’ 승계구도 더 뚜렷
삼성이 한화에 1조9000억원을 받고 방위산업과 화학 계열사들을 매각한다. 삼성은 26일 이사회 또는 경영위원회를 열어 삼성테크윈 지분 32.4%를 8400억원에 ㈜한화로, 삼성종합화학 지분 57.6%(자사주 제외)를 1조600억원에 한화케미칼과 한화에너지에 나눠 매각하기로 결의했다고 밝혔다.

삼성이 일부 계열사나 사업 분야를 매각한 적은 있지만 업종이 같은 계열사를 함께 매각하는 것은 외환위기 이후 17년 만이다. 이번 매각 최종 결정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김승연 한화 회장이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회장은 경영권 행사의 전면에 나서 새 경영 전략 방향의 윤곽을 선보였고, 김 회장은 경영 복귀의 신호탄을 올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번 거래는 한화 쪽 제안으로 시작됐다. 삼성 관계자는 “한화 김승연 회장이 지난여름 이재용 부회장에게 제안하면서 시작됐다”고 말했다. 애초 삼성테크윈 매각이 주된 것이었지만 이후 삼성종합화학 등 화학 계열사까지 커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매각으로 삼성의 방위산업 계열사는 사라지고, 화학 계열사는 삼성정밀화학과 삼성비피(BP)화학만 남게 됐다. 반면 한화는 삼성테크윈과 자회사 삼성탈레스, 삼성종합화학과 자회사 삼성토탈의 경영권을 갖게 됐다. 또 삼성테크윈이 보유한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지분 10%도 따라왔다. 삼성종합화학의 최대주주(38.4%)인 삼성물산은 18.5%의 지분을 남겨 한화그룹과 화학 분야 협력 관계를 유지한다는 계획이다. 이번 매각은 내년 1~2월 실사와 기업결합 등 제반 승인 절차를 거쳐 상반기까지 마무리될 예정이다. 이로써 삼성은 백화점식 선단식 계열사 체제에서 전자, 중공업, 건설, 서비스 등으로 사업 분야가 상대적으로 홀쭉해졌다. 동시에 한화는 기존 방위산업과 석유화학 사업의 부피를 더 키울 수 있게 됐다. 삼성의 결정은 ‘잘하는 것만 하자’는 것으로 요약된다. 삼성전자의 한 고위 임원은 “삼성이 지금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사업을 했다면, 앞으로는 잘하는 사업에만 집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건희 회장 시절에는 돈 되는 사업이면 모두 하는 사업 확장 전략을 폈다면, ‘이재용 시대’에는 선택과 집중으로 전환한다는 뜻이 담긴 것으로 해석된다.

삼성은 향후 주력사업 분야를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한 전자부문, 삼성생명을 중심으로 한 금융과 서비스, 삼성중공업을 중심으로 한 중공업과 건설 등 세 분야(실제로는 5개 분야)로 제시했다. 에이치엠시투자증권의 노근창 리서치센터장은 “세계에서 1등 하는 기업 중심으로 사업을 하겠다는 의지로 보인다”며 “국내 시장 1등만으로는 더이상 비즈니스에서 성공할 수 없는 현실에서 선택과 집중을 택한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은 이번 매각 결정이 향후 다른 그룹들, 나아가 한국 경제 전체에 새 사업 패러다임을 보여주는 것까지 염두에 뒀다고 강조한다. 삼성 관계자는 “자발적인 빅딜을 통해 사업구조를 재편하고 경쟁력을 강화해 국가경제의 효율화에 기여하고자 한다”며 “이번 사업 재편은 과거 정부 주도의 빅딜이 외환위기 극복의 촉매가 됐던 것처럼 현재 한국 경제가 직면한 저성장을 극복하는 돌파구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삼성의 바람대로 다른 기업이 움직일지는 미지수다. 그보다는 삼성의 이번 계열사 매각이 삼성에스디에스와 제일모직(옛 삼성에버랜드) 주식을 헐값에 인수해 이재용 부회장 등 총수 일가가 수조원의 상장차익을 챙긴 데 따른 부정적 이미지를 만회하는 데 더 무게가 두어진 것 아니냐는 평가가 나온다.

이번 매각으로 삼성의 승계구도는 좀더 뚜렷해졌다. 애초 화학 계열사는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이 삼성종합화학 주식(4.95%)을 보유하고 있어 호텔과 함께 승계할 것이라는 시나리오가 많이 나돌았다. 하지만 이번 매각으로 경영권이 큰아들인 이재용 부회장에게 집중될 것이라는 분석이 더 힘을 얻게 됐다. 이 부회장은 주력사업인 전자와 금융을 양대 축으로 해서 서비스, 중공업, 건설, 의료까지 아우르고, 대신 이부진 사장은 호텔·상사(물산)·유통 등을, 이서현 사장은 패션과 섬유를 맡을 것이라는 예상이다.

이 부회장은 삼성전자 등 전자 계열사는 물론 금융, 의료 등에서도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다. 최근 동생들과는 달리 삼성생명과 삼성화재의 주식을 인수해 금융계열사에 ‘영역 표시’를 해뒀고, 유력한 신수종사업으로 꼽히는 의료기기와 바이오·제약 분야에서도 글로벌기업의 최고경영자들과 만나며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이 부회장이 주력사업을 분명히 하면, 나머지 비주력 부문을 떼어내 이부진·이서현 사장에게 넘겨주는 데 명분을 확보하는 효과가 있다.

이번 매각을 두고 삼성은 ‘선택과 집중’을, 한화는 ‘규모의 경제’를 강조하면서 ‘윈윈’을 강조한다. 하지만 시장의 평가는 엇갈린다. 삼성의 손을 들어주는 쪽은 이미 석유화학 분야에서 셰일가스 등의 영향으로 향후 전망이 불투명한데다 방위산업 역시 과거와 달리 규제가 심해지는 등 어려움이 예상돼 삼성이 짐을 덜었다고 본다. 한 방위산업체 관계자는 “현재 방위산업 비리 등의 문제로 규제가 강화되고 현재 특별한 군장비 조달 계획이 없어 정부 주도 군수사업의 전망이 밝지 않다”고 말했다.

거래 가격을 따져보면 한화가 좀더 유리한 거래를 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삼성물산이 지분 일부만 처분하고 매각 대금도 나눠서 받기로 한 것을 보면 한화의 자금 사정을 고려해줬다는 해석이다. 이미 차입금이 4조3000억원에 달하는 한화케미칼 등 한화의 자금 사정을 배려했다는 것이다.

이번 매각으로 ‘삼성’ 브랜드에서 떨어져나가게 된 삼성테크윈 주가는 이날 가격제한폭까지 떨어져 2만885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인수 회사인 한화케미칼은 0.75% 오른 1만3500원, 한화는 1.27% 떨어진 3만1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정훈 기자, 곽정수 선임기자 ljh924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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